한 가지 동, 평상 상, 다를 이, 꿈 몽

▲ 정문섭 박사


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으로,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목표가 저마다 다르다는 뜻이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의 중요이벤트’를 TV로 보면서 대단히 감동적이고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는 참 소심하여 걱정도 많아 또 이처럼 우매(?)하게 애를 태우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김정일이 많은 수행원을 이끌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만났을 때, 정일은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정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하였다. 하지만 돌아와 생각해보니 그들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남북의 경제수준차이가 이미 너무 많이 벌어져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멀지 않은 것 같고, 탈북민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정상적인 나라로 취급하지도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섣불리 개혁개방을 했다가는 김씨 왕조는 바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두어 달 동안 여러 고민을 하던 정일은 마침내 금강산과 개성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남한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가운데 드디어 미국도 북한의 이러한 행동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북한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제재가 들어오긴 하였지만 수준이 아직은 낮았다. 견딜만한 것이었다. 암암리에 기술을 계속 축적해나가 어느 정도 성과가 있게 되자 미사일을 몇 번 쏘아 보았다.


그런 와중에 김정일이 병이 들었다. 자기시대에 핵보유국가가 되어 장기집권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많은 고민을 하였다. 장남 정남은 생각이 너무 많이 앞서 있는데다가 경솔하여 몇 년 못가서 밑에 있는 자들에게 당하거나 남한에 먹힐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는 은밀하게 핵심 측근을 불러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과단성이 있는 정은을 후계자로 삼겠다고 말하고 사전준비를 명했다.


김정일의 병세가 점점 악화되자. 그는 정은과 여정을 모란봉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가 대동강을 바라보며 앉았다.


“정은과 여정은 내말 잘 들어라. 나는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정은이가 나의 후계자로 될 것이다. 이미 다 준비를 해 놨다. 장기전을 펴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살 길은 중국처럼 개혁개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에? 그간 아버지가 해 오신 말씀을 바꾸시겠다고요?”


“그렇다. 네 할아버지와 나의 시대에는 통했지만 너의 시대에는 나의 통치방식이 통하지 않을 것 같구나. 어쨌거나 우리의 목표는 김씨 왕조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있다. 내가 죽으면 너는 바로 두 달 후에 바로 공포정치를 실행하여 권력을 너에게 집중시켜 나가라. 우선 고모부 장성택 같은 자들을 아무 트집이라도 잡아 무자비하게 숙청해라. 특히 개혁개방을 반대할 만한 군부 놈들을 강등시키고 충성하는 자는 계급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너의 모든 행동에 복종하는 절대적 왕조체제를 만들어라. 대신 인민들에게는 인자하고 자상하며 멋진 모습을 보여줘라.


그런 가운데 내가 그간 해 온 핵개발을 적극 진행하여 수준을 높여라. 적어도 5-6년 내에 남측이 두려워 벌벌 떨게 하고 일본이 놀라 자빠지게 하며, 미국본토까지 날아갈 미사일을 만들어 마구 쏘아대라. 남측이 놀라 회담하자고 나설 것이고 미국은 말과 행동으로 위협하면서 강력한 경제봉쇄에 나설 것이고 중국도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냉담할 것이다.


이제 자신이 생기면 ‘핵보유국이 되었다.’고 대내외에 선포하고 강한 자신감을 표해라. 그리고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북남회담을 제의하여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고 남측에게 미국과 다리를 놓아 달라고 부탁해라. 전격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통 크게 나와라. 남측이 환호하고 미국도 기꺼이 나설 것이다.


군사대치의 긴장이 완화되고 10-15년이 지나면 미군의 주둔이 필요 없게 되었다며 미군 철수가 현실화되기 시작하고, 젊은이들은 군대 안가도 된다며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은이 네 나이 50대 후반이 되면, 남측은 정권이 자주 바뀌면서 지혜롭고 똑똑한 대통령이 나타나지 않게 되어 나라의 집중력이 분산되고 나라에 대한 충성도가 미약해질 것이다.


이때부터 한반도의 통일이 제일 큰 화두가 될 것이고 누가 초대 통일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말들이 회자될 것이다. 남측에서는 우리를 그토록 미워하던 50-60대가 노쇠하여 죽어나가고 너 때문에 군대를 안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10대와 너보다 리설주를 좋아하는 지금의 20-30대는 남측의 주축이 될 것이다. 40-50대 정치가들은 너를 못 만나 안달이 날 것이다. 마침내 남쪽에서도 자연스레 정은이를 초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자들이 불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날이 오려면 정은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중국의 덩샤오핑처럼 경제발전에 진력하여 인민들이 잘 살게 하고 대외적으로는 과감히 개방하여 남한 경제수준의 절반을 넘어서야 한다. 금강산을 열고 개성공단을 개방하고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라. 남측과 미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원조를 받아 중국처럼 경제를 발전시켜라.


동시에 남측과 미국과 회담을 통해 핵과 미사일을 완전 포기하는 조건으로 남측의 흡수통일론에 쐐기를 박고 미국과 수교하여 미군의 무력시위를 없애라. 남측과 미국을 안심시켜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너의 친위대를 강하게 만들되 인민군의 수를 과감히 줄여라. 또한 인민들의 배를 불리게 하고 남측 사람들처럼 자유를 줘라. 너의 절대적 권력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여정이 중간에 물었다.


“그러면 제가 할 일은 무엇인가요?”


“너의 그 말을 기다렸다. 너는 정은의 하나밖에 유일한 혈육이다. 정은이를 유능한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너의 조력이 매우 중요하다. 지근거리에서 밀착하여 모시고 챙겨라. 말하자면 비서실장이 되어야 한다. 정은이가 헛나가면 나의 유언을 상기시켜라. 그리고 오빠가 네 올케 리설주 외에 다른 여자를 넘보지 말게 해라. 건강을 해치고 훌륭한 지도자상에 흠집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전업무를 장악하여 은연중에 티내지 않는 방법으로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이 온 인민에게 보여주고, 더 나아가 남측 사람들에게는 정은이 똑똑하고 멋지고 유능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정성을 다 해라. 똑똑한 우리 딸, 알아들은 것 같구나.


이러한 일들이 잘 이뤄지면 정은이 나이 60이 될 것이고 통일로 가야만할 때가 되면 남측 사람들이 자연스레 통일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덥석 받지 마라.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삼고초려를 기억해라. 모든 것이 무르익고 투표를 해도 절대적으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오면 그때에야 흔쾌히 받아야 한다.


이리하여 김씨 왕조는 계속 이어질 탄탄한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혹여 남측이 내가 말한 대로 변하지 않더라도 북조선은 김씨가 계속 지배하는 자주국가가 될 것이다. 아들 중 똑똑한 놈을 골라 지도자 훈련을 시켜나가는 것도 잊지 마라.“


정은과 여정이 일어나 큰 절을 올렸다.
전직 기자출신인 친구에게 지난 밤 뒤척이며 걱정한 얘기를 꺼냈다. 그가 말했다.


“에이…, 그러기야 하겠냐만…, 남북이 판문점이라는 한 침대위에서 껴안으면서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문재인 정권은 다가오는 선거 때마다 이겨야한다는 목적을, 정은은 자네 말대로 김씨 왕조를 영원히 이어가야한다는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 국민은 뒷전에 두고….”


“맞아. 평생 동상동몽(同床同夢)만 할 것 같은 우리부부도 결국에 보면 각자 생각이 다르던 데, 하물며 70여년을 적대하며 달리 살아온 남북이 ‘통일’이라는 공동목표를 말하며 지금은 같이 행동하고 환호(同床)하며 뭔가 다 이루어진 것처럼 들떠 있지만, 속으로는 이처럼 각각 딴 생각(異夢)을 하는 동상이몽의 늪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씁쓸하기만 하구만”


“일부 일간지 사설들이 ‘남북 화해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감격하여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좀 더 냉정하게 따지고 들여다봐야 하지 않은가?’라고 한 논조에 나도 일부 공감하고 있다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제주 관광대 외래교수>
필자 약력
△현)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자문위원(중국경제교류)
△현) (주)뭉치(제주 소재 관광업, MICE, PCO업계) 이사
△전) 한국농업연수원 원장
△전) 한국능률협회 중국지역전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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