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수가 63명으로 드러났다.



[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5일, 제63회 현충일을 앞두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63명이나 아직도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 의원은 현충일을 앞두고 국립묘지 안장현황을 분석한 결과 63명이나 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국립묘지에 안장이 되었다며 이들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금지 및 이장 규정을 마련하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법안을 준비하면서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 국립묘지 안장 현황’ 자료에 따라,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 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사람 가운데 국립서울현충원에 7명이, 국립대전현충원에 4명이 각각 안장돼 있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현충원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관동군과 만주군으로 소속으로 활동했던 김백일, 김홍준, 박정희, 백낙준,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이, 대전현충원에는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이 각각 묻혀 있는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 수록 친일인사 중 서울·대전 현충원에 안장된 경우까지 합하면 63명이 된다. 서울에 37명, 대전에 26명이 안장돼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민사회 곳곳에서 부끄러운 과거사를 청산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들 묘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제기되지만, 이장을 강제할 법률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관련 논의도 수년째 공전하고 있는 실정이기에 이번 법안의 마련은 매우 시급하다.

권칠승 의원은 "현행법이 유지될 시 향후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국립묘지 이장을 명할 수 있도록 하여 국립묘지의 영예성과 국민들의 자부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충원에 묻힌 가장 유명한 인물은 역시 박정희다. 박정희는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교사를 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박정희는 스스로 혈서를 쓰고 만주 관동군에 입대해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로 스스로 창씨개명을 하여 독립군 토벌등에 나선 반민족행위자였으나 일제 패망후 육군에 입대해 신분을 세탁했고 5.16 군사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한 뒤 독재자가 되어 종신 대통령을 꿈꾸었지만 10.26 사건으로 사망하여 국가원수였다는 이유로 현충원에 묻혔다.


최근에 안장된 김홍준은 만주군 상위, 간도 특설대에서 복무하였다. 남조선국방경비대 총사령부에 근무하면서 순직해 안장자격을 취득했지만 시민 사회의 반대로 현재 위패만 안장돼 있다. 연희전문학교(연세대) 교수이자 기독교 신문 이사 및 편집위원의 친일행위를 한 백낙준은 제2대 문교부 장관을 지내며 국가사회공헌을 이유로 안장자격을 취득한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중장출신의 신응균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소좌로 활동했으나 광복 이후 신분세탁을 통해 육군 중장을 지내며 안장자격을 취득했다. 신태영 역시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군 중좌로 활동한 친일인사임에도 6·25 전에서 전북편선관 구사령관으로 참전하고 이후 국방부 장관을 지낸 공로로 안장되었다.


이응준은 일본군 대좌 출신으로 시베리아 간섭전쟁에 참전하여 같은 겨레인 조선인들을 토벌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6·25당시 수원지구 방위사령관으로 참전했으며, 이후 체신부 장관을 역임, 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종찬은 일본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금치훈장까지 수여받았지만, 6·25 당시 육군 수도경비 사령관으로 참전,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이유로 현충원에 안장됐다.


김석범은 만주군 상위 출신으로 만주국 훈6위 주국장을 수여받았고, 백홍석은 경성 육군병사부 과장 출신으로 재향군인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중대장 출신으로 만주국 훈5등 경운장을 수여받았으며, 신현준은 간도특설대 창설기간 장교를 지내고 만주국 훈6위 경운장을 수여받았다.

특히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김창룡은 일본 관동군 헌병 출신으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고 김구 선생의 암살을 사주하는 등 온갖 반민족행위를 저질렀지만 육군 특무대장을 역임, 현충원에 안장되어 두고두고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권칠승 의원은 "독립유공자와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국립묘지에 나란히 안장하는 것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모욕이자 무원칙의 표본이다. 이번 개정안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흐트러진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독립유공자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법안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백선엽 전 예비역 육군 대장처럼 살아있는 친일반민족행위 인사에 대해서도 국립묘지의 이장을 금지하는 법안도 들어가 있는것으로 알려져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권 의원실의 오경환 비서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적폐청산을 원하는 국민들의 요구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법안이 순조롭게 통과되었으면 한다. 이전에도 몇번이나 관련 개정안들이 추진되었으나 무산 된 바 있기에 이번 개정안에 거는 기대는 어느때보다도 남다르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여당에 힘을 보태 주신다면 이 법안이 국회상정이 되어 통과될수 있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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