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그분들 아픔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모든 것 내려놓고 연기!”

▲ 영화 '허스토리'의 주연 배우들. 왼쪽부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우리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또 한 편의 영화과 관객들을 찾아온다.


7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일명 ‘관부재판’을 다룬 영화 <허스토리>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관부재판은 역사상 최초로 일본 법원이 제국주의 일본의 가해 사실을 일부 인정한 사건이다. 첫 공판 이후 일본 정부의 항소로 판결이 뒤집혔지만.


부산의 위안부 및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시모노세키에서 진행된 재판에 총 23회 출석해 20번의 구두변론을 통해 자신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관부(關釜)란 한국 부산(釜)과 일본 시모노세키(關)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재판의 공식 명칭은 ‘부산 종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공식사죄 등 청구사건’이다.


영화는 부산의 한 여행사 사장 문정숙(김희애)이 4명의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재판을 시작하고 ‘일부 승소’라는 결과를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실제로 진행됐던 할머니들의 고통스러운 구두변론을 4명의 여배우들이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영화는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를 추모하며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태동을 상기시키고 있다. 정대협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였음을 밝히는 기자회견 열었다. 1992년은 지난 6일 1338번째로 열렸던 정기수요시위가 처음으로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 영화 '허스토리'에서 할머니들 변호인단 단장 문정숙 역을 맡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희애.

영화 시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배정길 할머니를 연기한 배우 김해숙은 “그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겁 없이 시작했던 작품”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을 표현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곧 알게 됐다. 내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위안부 피해를 다룬 영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허스토리>처럼 과거 장면 없이 오로지 현재의 할머니들의 고통을 오롯이 담아낸 영화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부담감도 대단히 컸을 것이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 이 다섯 배우들은 모두 20년 이상 연기 내공을 가지 베테랑들이다. 김희애를 제외하고는 나이대도 실제 할머니들과 가깝다. 여배우로서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느꼈을 그 어떤 것들의 내공으로도 감당해내기 어려웠던 할머니들의 고통.


여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흔하게 가질 수 있는 경쟁심 조차도 모두 내려놓고 똘똘 뭉쳐서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후문이다.

<허스토리>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을 이해해달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영화에는 정숙이 탄 택시 운전기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창녀’라며 욕하자 격렬하게 반응해 결국 택시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차가운 대중들의 시선이 존재한다.


위안부 문제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처럼 우리 자신도 여전히 그 문제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영화는 얘기한다.


영화는 6월 27일 개봉한다.


▲ 영화 '허스토리'에서 할머니들 편에 선 재일 동포 변호사 이상일을 연기한 배우 김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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