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상가임대차 분쟁 신고센터’ 개설

▲ 명도 강제집행 이전의 궁중족발 모습. 지금은 흔적도 없이 철거된 상태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갈등으로 폭행 사건이 일어나 임차인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7일 오전 건물주 이모씨와 통화 후 차량으로 압구정로까지 쫓아가 이모씨를 망치로 위협하고 육탄전을 벌였다. 결국, 9일 서울 강남경찰서로부터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단순한 폭행사건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을 위협하는 임대료 문제가 깊숙이 개입된 ‘생존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가진 사람들의 재개발 논리에 의해 원래 그곳에 살던 저소득층, 영세상인 등이 어쩔 수 없이 그 지역을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사건을 ‘임대료 폭등으로 인한 비극’으로 규정하고 국회에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김씨와 같이 건물주와 임대료 갈등으로 고통받는 임차인들을 위한 ‘소상공인 상가임대차 분쟁 신고센터’(1522-0500)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김씨는 궁중족발을 2009년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263만원에 계약기간 1년으로 상가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는 자비로 3500여만원을 들여 가게 전체를 리모델링 하는 등 손님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새 건물주 이씨가 2016년 1월 월세를 4배가 넘는 1200만원으로 올리고 보증금도 1억원을 요구했다.


이같이 급격한 월세·보증금 인상에 대해 김씨는 이씨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내쫓으려는 요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소상공인 상가임대차 분쟁 신고센터 현판식.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제공)

문제는 또 있다. 이씨가 김씨를 상대로 건물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명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씨의 경우 전체 임대차 기간이 7년이 지나서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법원은 버티고 있는 김씨에 대해 수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결국 지난 6월 4일 가게는 이씨에게로 완전히 넘어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현재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은 5년만 보장되어, 궁중족발과 같이 5년이 넘은 가게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처지”라며 “소상공인연합회는 상가임대차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할 것을 촉구해왔으나 아직도 국회에서 처리가 안되고 있다”고 전하고 국회의 신속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어 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궁중족발에 벌어진 살인적인 임대료 인상이 남의 일이 아니고 자신들에게도 언젠가 다가올지 모를 잠재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소상공인들의 삶이 가게 운영에서 비롯되는 만큼 계약갱신 기간 10년으로 확대, 살인적인 강제 퇴거 금지 등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소중히 일궈온 터전에서 땀의 보상을 받고 장기적인 사업 설계에 나설 수 있도록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은 오랫동안 카드수수료 문제와 임대료 문제로 고통을 받아왔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맥도날드가 임대료 상승에 따른 수익 악화로 매장을 철수하는 일도 벌어졌었다. 오죽하면 ‘건물주님’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합리적인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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