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환 교수


최근 비트코인 열풍이 휩쓸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로 화폐의 본질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면서 투자 대상으로서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지나친 가격 폭등락에 대한 우려로 정부 규제에 대한 논의도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은 암호화폐에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앞으로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농업계에서도 그것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이란 거래정보를 저장한 블록을 모든 구성원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분산 저장하고 일정 시간마다 암호화 후 체인 형태로 연결하여 저장하는 기술로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암호화 기술과 분산컴퓨팅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조합해서 제시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IT기술 전반과 암호화기술을 알고 있어야 이해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인간 거래 데이터들을 모아서 거래내역 묶음인 블록을 만든다. 이러한 블록들은 네트워크내 모든 참여자들에게 10분마다 갱신되어 전송되고, 모든 참여자가 해당 블록이 타당한 거래라고 승인해야만 기존의 블록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이때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들의 검증과 승인을 받아야만 하므로 정보의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한번 연결된 블록의 거래기록은 수정 불가능하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반복을 거쳐 블록체인의 형성이 계속되게 되며, 이러한 블록들이 형성하는 사슬구조는 사실상 거래장부의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만들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중요 정보는 공인받은 제3자에 의해 검증, 기록되고, 안전을 위해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춘 중앙 서버에 저장, 보관된다. 반면 블록체인 하에서는 안전한 시스템에 의한 자율적 권한 위임이 가능하므로 승인 권한을 특정 기관이 독점하지 않는다. 거래 승인 또는 기록 등록을 위해 제3의 공인기관이나 공신력 있는 중개자의 개입 없이도 믿을 수 있는 직접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물론 거래 당사자 및 등록 대상자의 신분은 암호화되어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는 구조이므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도 없다 유엔미래보고서는 최근 미래를 바꿀 놀라운 기술 10선에 블록체인을 포함시켰다. 안전한 거래를 중시하는 금융분야 뿐 아니라 정부가 기록하고 관리해야 하는 각종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독점적으로 보관해온 자료나 정보를 여러 곳으로 분산함으로써 누구나 분석 및 활용이 가능해지고, 출생, 사망, 결혼 신고 및 토지, 기업 등기와 같이 정부가 하는 행정기능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거래의 투명성이 높고 조작을 어렵게 한다는 블록체인은 가치 및 소유권 이전을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수행할뿐더러 거래변경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등기, 저작권 등의 지적재산권 관리, 공급사슬 관리 등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아 공화국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한 부동산 등기 시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는 혼인 신고, 음원 유통, 사진 판매, 보험 계약, 물류운송서비스 등 1천여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Walmart, 까르푸와 같은 세계 굴지의 유통업체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축산물 이력관리를 시행하고 있는데 모든 과정에 사물인터넷(IoT)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여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블록체인에 의해 생성된 기록은 소매점이 개별 매장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보다 잘 관리하고 식품 신뢰성과 관련된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가장 많이 회자되는 블록체인은 향후 농업 분야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특히 농산물 유통에서 신뢰성 문제가 항상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산화된 암호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원산지표시, 생산·유통이력, 친환경농산물 인증과 같은 각종 인증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국산농산물의 경쟁력 제고, 농산물유통 효율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경제 전반이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형 경제로 재편된다고까지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현재는 일반인들이 블록체인의 기본 원리조차도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농업분야에서도 미래 신기술로서 블록체인의 활용 및 적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농업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안양대학교 국제통상유통학과 교수>

필자 약력
△미국 위스콘신대 농업 및 응용경제학과졸(경제학 박사)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
△농협중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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