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서 차별철폐 목소리 고조… 정부도 법적근거 마련

▲ 지난 3월8일 서울 광화문 등에서 열린 남녀 임금격차 철폐 촉구 시위 포스터.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남녀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남녀 임금격차 1위 국가의 오명을 쓰고 있다.


지난 2016년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극격차에서 1위(36.7%)를 기록했다. 남성이 임금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3만3000원을 받는다는 의미로 우리나라는 OECD 평균(14.1%)을 2배 이상 상회했다.


이같은 차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미디어월이 운영하는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최근 성인여성 8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8.2%는 구직활동 시 여성으로서 차별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내용 중 1위는 급여였다. 차별을 느꼈다고 답한 응답자의 35.9%가 예상보다 낮은 급여 책정을 차별내용으로 꼽았다. 벼룩시장 구인구직 측 관계자는 “성으로서 남성보다 승진 장벽이 더 높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5.7%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취업 어려움 뿐만 아니라 취업 후 회사 내 유리천장 또한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여성의 경제활동 부진으로 이어진다. 지난 3월18일 한국은행의 ‘주요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성 78.9%, 여성 58.4%다. 격차는 20.5%p로 OECD 회원국 중 4위에 달하는 수치다.


OECD 회원국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다. OECD 평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63.5%다.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경우 80%를 웃돌았다.


▲ SBS는 한화건설이 국내 529개 기업 중 남녀 임금격차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2일 SBS 보도에 따르면 529개 국내 기업(2천441개 기업 중 남녀 각각 100인 이상 고용기업) 중 작년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컸던 기업은 한화건설(67.4%)이다. SBS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의무를 가진 2천441개 기업들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전수분석해 이같이 전했다.


SBS에 의하면 한화건설은 남직원 2천351명, 여직원 262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90%가 남성이다. 작년 남성 평균연봉은 6천116만원이었지만 여성은 1천991만원에 그쳤다. 차액은 4천125만원으로 남성임금이 3배 이상 많았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SBS에 “공사현장에서 채용된 여직원들 대부분은 계약직이 많고 이들의 경우 공사가 끝나면 계약이 해지되다보니 근속이 짧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며 “과거에는 비정규직 임금을 사업보고서에 넣지 않았는데 제도가 바뀌어 산입하면서 예년보다 남녀 임금격차가 커졌다”고 말했다.


또 “정규직에서는 엔지니어링 쪽 임금이 높은데 건설업 특성상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이 적다”고 남녀 임금격차 발생 이유를 설명했다.


노동계는 일터에서의 성평등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3월8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동등한 임금을 위한 투쟁은 한쪽 성의 문제가 아니고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남녀 간 임극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대안,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는 남녀 임금격차 해소에 나서고 있다. 2006년에는 500인 이상 근로자 고용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가 도입됐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개정을 심의·의결하는 등 300인 이상 근로자 고용 민간기업은 물론 5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남녀 근로자 간 임금 차별금지 법적근거도 마련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