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보은의 한 농가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모내기 작업을 돕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이 전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5월 28일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현물성 복리후생비는 제외하는 등 산입범위에 대한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실제 적용 대상은 제한적이다. 산입범위 확대라는 명분은 정치권이 가져갔지만 실리는 노동계가 챙겼고 산업계의 부담은 더욱 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율이 높은 농촌에서는 “이번 개정안은 숙식을 현물로 제공하는 농업현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 초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서 농가들의 인건비 부담은 한 명당 월 평균 22만1540원(월 209시간 기준) 늘었다. 여기에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숙식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가지만 먹여주고 재워주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농업분야의 특성상 농장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숙사 형식으로 숙소를 제공하고 직접 조리한 식사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공동조사에 따르면 농업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중 97.6%가 숙소를 제공받고 있다. 이 중 숙소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비율은 79.1%에 달했으며 식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비율도 80.5%로 나타났다. 기타 전기료, 가스비 등까지 합하면 외국인 근로자 1명 당 평균 약 50만~1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공하는 것이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복리후생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의존도가 높은 시설채소·축산 농가들은 산입범위 확대 혜택은커녕 실질적인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농민들은 “관행적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농촌에서 직접 현금으로 주는 것만 최저임금 산입대상으로 인정하는 게 과연 합당하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보면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은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 서유럽도 현물급여를 최저임금에 산입하는데 숙소, 음식, 차량 제공 등 모든 걸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일본은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급격히 인상되는 최저임금의 충격을 줄이려면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민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최저임금 인상이 농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촌경제연구원은 최저임금인상으로 올해 농업임금은 지난해보다 13.0% 상승하는 반면 농업소득은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농가의 소득은 감소하는데 인건비는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 우리 농촌을 덮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법 개정 등 근로환경 보장을 위한 변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변화만을 바라보며 서두르게 진행할 것이 아니라 각 현장에 있는 더 많은 이들의 현실적인, 상식적인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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