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올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이 뚝 떨어져 고용시장에 대란을 불러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5월 취업자수가 2706만4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7만2000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들어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폭은 1월 33만4000명에서 2월 10만4000명으로 급감했고 3월 11만2000명, 4월 12만600명으로 10만명대에 머물다가 5월 다시 크게 떨어졌다. 우리 경제규모와 인구 등을 감안해 전년 대비 30만명 정도 증가해야 정상 수준임을 고려하면 쇼크를 넘어 대란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통계상 수치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고용 대란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음식점 등 소규모 자영업자부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종업원을 가급적 줄이느라 애를 쓰고 건설 노동자들도 하루하루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편의점 등 유통업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놓고 10대 20대 젊은 층과 중.장년 퇴직자들이 경합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만들기 독려를 했지만 성적표는 참담하기만 하다. 2년간 연달아 일자리 추경을 편성해 세금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행정과 사회복지서비스 등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었다. 실업률은 4%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올라 18년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실업자 수는 112만명을 넘어서 2000년대 들어 최다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 역시 10.5%까지 뛰어 5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고용지표에 대해 스스로 “충격적”이라며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다. 한데 고용지표가 이렇게 악화된 요인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용사정이 이토록 악화된 것은 경제운용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기업은 사업을 더 벌여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몸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지만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고 나면 내수 부문은 제자리걸음이나 후퇴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시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기업 등 민간에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정책을 경제 실정에 맞게 조율해가며 추진하는 게 아니라 과장된 당위성을 내세워 흑.백 대결구도로 끌고 가는 성향을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으로 포장된 빠른 최저임금인상이 기업과 자영업, 농업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 보완책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당위성 주장을 앞세워 강행했다. 그로 인해 당장 일자리를 압박하고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은 애써 외면했다.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앞뒤 가리지 않고 주택시장을 반드시 잡겠다는데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각종 규제에 세금폭탄을 쏟아 붓는다면 이를 못해낼 정부는 없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도 정상적으로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운용과 균형발전에 일조할 분야로 인식한다면 연착륙을 유도할 대책이 필요했다. 거래규제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중과하는 식으로 몰아붙이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내수 기반이 허약한 마당에 주택시장이 얼어붙어 건설시장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누가 뒷감당을 해야 할지 아득할 따름이다. 지방 부동산 시장부터 경기가 후퇴해 기업이 압박을 받고 건설분야의 일용직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벌써 감지되고 있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경제시책의 무리한 추진이 불러오는 부작용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그나마 주목할 일이다.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하기보다 혁신성장을 내세운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7월 시행 근로시간단축을 앞두고 위반시 처벌을 6개월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기로 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우선 시행해보고 임시방편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지 않거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정책은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재검토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경제정책의 근간을 이념 성향이 강한 참모진에 맡기기보다 그래도 현실감각이 있는 직업 공무원들을 중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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