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단군이래 최대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2000년대의 대한민국. IMF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명예퇴직이라는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했고 비정규직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노동환경이 도입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노동환경은 이제 하나의 계급사회의 단면이 되어 일반 국민들을 이분법으로 갈라놓게 되었다.


불황에 이제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거들떠도 안봤을 말단 공무원직에 수많은 젊은이들은 먹고사는 희망을 이야기 하며 오늘도 노량진에서 눈물젖은 컵밥을 먹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문을 위해 교육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고 연일 취업교육학원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한 대학들은 이젠 교육의 우수함이 아니라 취업률이 얼마나 높으냐로 대학의 기준을 평가하는 시대로 바뀐 지 오래되어 ‘캠퍼스의 낭만’같은 단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그렇다. 누구나 먹고살기 힘든 팍팍한 무한 생존 경쟁의 세상이 닥친 것이다. 이런 세상에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공정한 기회마저 사라진다면, 과연 국민들은 어디에서 삶의 희망을 찾아야 할까?


지난 2017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강원랜드에 초대형 채용비리 사건이 드러났다. 2012년과 2013년 신입사원 518명중 무려 493명이 이른바 빽을 통해 채용이 된 사실이 드러나며 수많은 구직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특히 수년째 강원랜드 입사를 위해 노력해 온 구직자들은 이에 분통을 느끼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열 의원이 이 사건의 연루자로 드러나면서 야권은 대대적인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강원랜드를 시작으로 이젠 그간 의혹으로만 존재했던 채용비리 사건의 실체가 취업시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018년 들어서는 유명 시중 은행들이 채용비리 사건에 대부분 연루되어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 검찰이 신한은행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검찰과 협조하여 대대적으로 금융기관의 채용비리를 수사하고 나섰다. 수사결과 국민, 하나, 우리, 부산, 대구, 광주은행등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은행들이 대부분 적발되었다.

검찰 수사결과 은행장 4명을 비롯한 38명이 기소되었고 이중 12명은 구속기소 되었다. 또한 26명은 불구속 기소가 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21세기 음서제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채용비리 사건은 추악한 그들의 민낯이 철저히 까발려진 사건이다.

이들은 유력인사의 청탁에 따라 특정인을 뽑은 것은 기본에, 여성 채용 차별, 상위권 대학 출신 가려뽑기, 점수 조작에 의한 채용 등 온갖 부정한 방법을 다 동원하여 부정 채용을 저질렀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17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들이 저지른 악행을 공개했다. 대검은 우선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으며, 법원 영장심사를 받았으나 구속을 면한 함영주 KEB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을 포함한 26명을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여성을 차별하여 남성 지원자만 골라 뽑은 혐의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2곳을 재판에 넘겼다. 은행 6곳의 채용 관련 비리 건수는 695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은행 임직원 자녀 특혜-부정채용이 53건, 외부 유력인사 청탁 367건, 성차별 채용이 225건, 학력 차별 19건, 지역 우대 등 기타 31건으로 드러났다. 대검은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이른바 청탁 명부를 미리 작성하여 채용절차가 끝날때까지 철저히 이 청탁명부에 따라 채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 금융노조가 채용비리와 관련 규탄대회를 열었다.


청탁 명부에 오른 지원자들은 어떤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무조건 채용이 되었고, 감점 사유는 모두 삭제되었다. 또한 지원자격이 미달된 탈락자도 명부에만 올라 있으면 무조건 채용되었고, 은행장이 집적 챙긴 지원자들은 따로 리스트에 포함되어 특별 우대를 받았다.

또한 명단에 들어간 이들은 필기점수에서도 미달이 되어도 점수 조작을 통해 합격 커트라인을 넘도록 했다. 이 같은 짓을 저지른 은행은 우리, 국민, 대구, 부산은행 등 유명한 시중은행 대부분이 포함되었고 국민은행 채용담당은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지원자를 부행장의 자녀로 착각하여 점수까지 조작해 합격시킨 촌극도 벌어진 것으로 들어났다.

또한 여기에 더해 일부 은행들은 합격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던 채용절차를 신설하거나 채용기준을 부랴부랴 만들어 특정인원을 선발하는 무리수를 보여줘 시민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또한 이들 은행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녀나 전 새누리당 의원인 조문환 경남발전연구원장의 딸 채용청탁을 받고 점수를 조작하며 채용을 특정기관의 로비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도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드러난 문제점들을 금융감독원 등에 통보해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가 실효성 있게 마련되도록 할 것이며, 금융기관을 비롯한 공공적 성격의 사기업에 청탁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방안도 유관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 정조시대에 활약했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外侵)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離反)이다"라고 일찍이 언급하신 바가 있다.


삶이 팍팍한 이때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것은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 신의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서로간의 믿음. 그 바탕에 있어 국민들은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갈수 있는것이다. 그 속에서 공정한 기회와 역할이 보장된다면 지원자들은 채용에 비록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노력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어 누구나 다시 일어설수 있게 만드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것이다.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채용에서 부터 비리가 만연하여 국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풍토를 낳게 만든다면 대체 누가 나라를 믿고 기업을 믿고 이 세상을 살아갈수 있을것인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일할수 있을것인가?


사법당국은 부디 이들을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대한민국의 법과 원칙을 살리는, 국민들에게 있어 공정한 기회가 숨쉬는 대한민국으로서 존재할수 있는 기회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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