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병 훈(국가연구원장)

KBS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민 앞에 지는 책임은 막중하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가 공영 KBS TV방송의 선정적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바쁜 당선자가 우연히 보았다는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크게 나무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는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가정주부들이 탈선하는 장면을 지나치게 선정적인 프로로 만들어 TV에 내보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당선자는 이러한 프로가 선량한 시민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강력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크게 공감을 사는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가 드디어 맞을 매를 맞고 있다고 보여 진다.

KBS는 소중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 공영매체다. 그만큼 사회에 대해 무한의 책임이 KBS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윤리성과 도덕성에 대해서는 아무 책임의식 없이, 시청률만을 의식해서 상업성을 쫒아가는 공영방송이라면 아예 공영방송일 필요가 없다.

더욱 방송 프로 내용이 교육적이거나, 문화 정서적이고, 생산적인 내용등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남여간의, 그것도 불륜을 소재로 하는 얼굴 뜨거운 장면들을 여과없이 내보내는 장면이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러 프로라면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가정에 있는 주부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임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다. 가뜩이나 우리사회에 만연된 성개방과 탈선의 모습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런 때에, 공영방송이 상업성에만 매달려 이를 은연중에 확대재생산 해내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PBS, 영국의 BBC, 일본의 NHK를 비롯해 프랑스, 독일 등 수많은 나라에도 건전 공영방송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아침부터,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탈선한 주부들의 낯부끄러운 모습을 프로로 만들지도 않고, 내보내지도 않는다. 공영방송인 KBS의 망신은 국가 망신이다. 국민은 KBS가 품격 있는 국민의 KBS로 거듭 태어날 것을 갈망하고 있다.

마침, 이명박 새정부가 첫발걸음을 내디디려고 한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새 출발을 하는 마당에 대한민국의 대표적 얼굴 KBS가 이런 모습을 그대로 가져가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차제에 이런 방송이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없는지, 이제 국민들이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최종책임은 KBS 사장에 있다.

미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발언했던 사람, 자기 자식 군대 면제를 억지로 합리화시켜 많은 군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 권력의 나팔수를 자임했던 사람, 대선에서 무차별 편파왜곡 방송을 자행했던 그 사람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 사장으로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으로 대한민국 방송의 얼굴 KBS의 수장은, 높은 도덕성에 공영방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소신을 갖추고,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정치적 중립인사여야 한다.

국민 모두의 관심으로 KBS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서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고,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KBS로 거듭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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