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공으로 시작된 글로벌 무역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의 보복 관세를 촉발하고 이것이 다시 추가 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 이로인해 다자간 무역체계가 붕괴되고 그 피해가 무역전쟁을 촉발시킨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을 시정하겠다며 잇따라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를 퍼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자 갈 길을 잃은 중국산 저가 철강이 유럽과 캐나다 등지로 밀려들면서 EU와 캐나다 역시 철강 무역장벽을 높이거나 높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어 500억달러 규모의 1102개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오는 7월 6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340억달러 상당의 818개 품목에 대해서는 다음달 6일부터 즉각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는 공청회 등을 거쳐 부과 시기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이같은 조치에 중국이 반격을 가할 경우 새로운 추가 보복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다음달 6일부터 미국 농산품과 자동차 등 500억달러 상당의 659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것도 미국과 똑같이 340억달러 어치는 7월 6일에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달러 어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시행일에 맞추기로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그러자 미국이 추가 조치에 돌입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매길 경우, 이보다 4배 많은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기술집약적 산업에 대한 중국의 대미 투자제한 조치를 이달 말까지 내놓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도 “끝까지 맞서겠다”고 맞불을 놓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 문화에서는 (한 대 맞으면) 바로 반격한다"고 언급, 이를 분명히 했다.


EU도 지난 22일부터 미국산 청바지, 오토바이, 위스키 등 28억 유로에 달하는 제품에 대한 25% 추과 관세부과로 맞서고 있다. 그러자 미국 밀워키에 소재한 세계적인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데이비슨이 유럽 수출용 오토바이 생산공장 일부를 해외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U의 관세가 6%에서 31%로 크게 뛰면서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역풍이 불자 트럼프는 발끈하면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보복이 추가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따라 한국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지는 등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이번 통상 갈등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일부 신흥국의 통화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촉발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세 경쟁으로 통상 비용이 10% 상승하면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4%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국가 간 관세 보복 조치가 지속되면 세계 평균 관세율이 1930년대 수준인 40%로 치솟고 전 세계 교역량의 3분의 2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이번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 국가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수출주도 정책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관계로 대외의존도가 무척 높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최근들어 생산과 소비, 투자가 둔화하고 기업 체감경기가 꺾기는 등 경기 하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았던 수출증가율도 올해 1분기엔 8위로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면 한국 경제는 설 땅을 잃게 된다.


미.중 양국은 이번에도 협상의 문만은 열어두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미국과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사람이지, 아예 판을 깨고 모두가 손해를 보는 게임은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 보다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금은 미 대통령이 협상무대에서 떠난 상태"라고 평가했다. 협상은 하겠지만 만족할 만한 중국의 양보가 없을 경우 7월 6일로 예정된 1차 관세 부과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어쨌든 이젠 한국도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키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투데이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