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미국에서 딸이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려고 외손녀 둘을 데리고 왔다. 미국에서 인터넷 서핑으로 영천에 기숙형 중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교장선생님께 두 손녀가 그 학교의 청강학생이 되게 해 달라고 청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미국 학기가 6월 중순에 끝나므로 한국 학교가 여름 방학에 들어가는 7월 20일 전후까지 이 곳 청강학생이 될 수 있다. 외손녀 둘은 20세 성년이 될 때까지 이중 국적이므로 한국의 공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그래도 교장선생님이 여러 사정을 들어 거절할 수도 있는데 인터넷에 나와 있는 교장선생님의 이메일로 그런 부탁을 해서 허락을 받은 딸이랑 그 청원에 대답해준 교장선생님의 열린 마음이랑 모두 놀라웠다. 참으로 세계가 한 마을이 된 것 같이 느껴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교사들은 과외의 부담이 늘어날 테니 선뜻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을 테고 교장으로서는 그들을 설득하고 부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을 것이다.

오늘 일주일 준비물을 백팩에 담은 아이들이 중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 반으로 배정을 받을 때까지 함께 학교에 있으면서 학교 시설물을 돌아보고 설명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중학교의 이름은 영천 별빛 중학교. 영천 4개 중학교가 정원 감소로 합체를 해 별빛 중학교로 재탄생한지 2년 반이 되었단다. 3개 학년의 총 정원은 120명으로 25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이끌어 가는데 저녁 식사 전까지 공부를 하고 그 후에는 미술, 체육, 음악 등의 특별 활동을 한단다.


기숙사는 남녀 각각 별도의 건물인데 한 방에 세 개의 침대가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이 같은 방에 있어 세 학생이 룸메이트로 생활을 함께 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학교 본관 건물은 1층이 체육관과 식당, 2층은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 3층과 4층은 도서실, 컴퓨터실을 비롯한 갖가지 전문 분야 교실인데 모두해서 20개 방이 넘었다. 미국의 고등학생들처럼 시간마다 관련된 전문 분야 교실로 학생들이 이동을 해서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두 아이들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소개받은 담임 선생님과 함께 각자 자기 반으로 사라졌다. 우리 부부와 딸만 남아 교장선생님께 감사를 표하고 돌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허전하다. 세 사람 모두 서로의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보며 꼭 아들을 군대 보낸 마음으로 혹시 아이들에게서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연락이나 올까봐 마음을 졸이면서 시간을 보냈다.

딸은 한국 중학교의 시설이나 다양한 방과후 수업 종류에 감탄했다고 연신 칭찬이다. 나는 그런 학교의 수업 내용보다 교장선생님의 이야기가 뇌리에 더 박혔다. 항상 교장실의 문을 열어 두면서 학생들과 대화와 소통을 한다고 하신다. 이곳은 시골이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환경이 불우한 학생들, 편부, 편모슬하, 또는 조손 가정이 많고 학생들이 제 행동에 대해 잘못된 것인 줄을 모르는 경우가 있을 때, 가르쳐 주려해도 처음엔 거부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그래도 반복해서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면 결국 모두들 돌아오더라고 하신다. 교장선생님의 얼굴만 보아도 좋아할 학생들이 많을 것 같다. 선생님들도 그런 보스를 모셔서 얼마나 좋을까? 내가 이런 말을 한다면 교장 선생님은 아마 –제가 선생님들을 모셔야죠.-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다. 저녁이 지나도록 얘들한테서 못하겠다는 전화는 없었다. 첫날 하루, 무사히 지나가나보다.

우리나라의 공교육도 이젠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생활을 원하는 젊은 부부가 자녀들을 믿고 맡길 시골학교가 이렇게 훌륭하니 앞으로는 시골학교 유학이라는 말이 생겨날 것 같다. 꼭 대도시에만 유학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영천 별빛 중학교로 아이들을 유학 보내는 것, 생각해 보실래요?


<작가>
조은경 약력
△2015 계간문예 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소설 '메리고라운드' '환산정' '유적의 거리' '아버지의 땅'등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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