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사람은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바꿔 말하면 살면서 일을 하지요. 하루를 시간으로 나눈다면 반 정도는 자고, 먹고, 등등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 시간이고, 나머지 반은 일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분이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대체로 일은 ‘해야 하는 일’ 또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과 ‘하고 싶어서 하는 일’ 또는 ‘좋아서 하는 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로도 나눌 수 있겠지요. 일은 사람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숙명이지만, 한편으로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원천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일은 사람의 의무이자 권리인 셈이지요.


먼저 ‘해야 하는 일’부터 한번 살펴볼까요? 첫 번째로 자기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 기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입니다. 원초적인 자기 앞가림이라고 할 수 있지요. 두 번째는 자기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농사나 장사 같은 일상의 직업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세 번째는 공동체를 위한 의무로서 하는 일입니다. 가족과 나라 등의 공동체의 안전과 번성을 위해 맡은바 주어진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네 번째는 소명(召命)이나 신념에 따른 자기희생의 일입니다. 부모와 조상을 위한 효도, 애국충정의 독립운동, 자유 민주 평등 평화 박애 등 인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이념운동, 신앙으로 실천하는 살신성인 행위 등이지요. 이런 일들은 때로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에 속하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봅시다. 첫 번째는 취미와 적성에 맞아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스포츠나 예술, 독서나 영화감상, 정원 가꾸기, 관상동물과 애완동물 기르기, 바둑, 낚시, 등산, 여행 등등...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지요. 두 번째, 자기 삶의 설계와 준비를 위해, 좀 더 잘하고 알차게 하기 위해 하는 학습과 훈련, 건강을 위한 운동, 섭생 등입니다. 이런 일들은 하고 싶어 하는 경우라 하지만 마지못해 하는 경우도 있지요. 세 번째, 보람과 성취를 얻고 업적을 쌓기 위해 하는 자아실현의 일입니다. 봉사와 창작활동, 학문연구나 발명·발견을 위한 일, 후대를 위한 교육활동 등이 그런 일에 속하지요. 네 번째는 재미로 즐기는 놀이인데, 혼자서 하는 게임이나 여럿이 함께하는 유희를 말합니다. 이런 일은 대체로 첫 번째 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지요.


그밖에 어떤 일이 있을까요? 착한 일, 못된 일, 나쁜 일, 쉬운 일, 힘든 일, 고된 일, 어려운 일, 하찮은 일, 사소한 일, 작은 일, 큰 일, 중대한 일, 집안일, 나라일, 회사일 등등... 참 많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도 있지요. 타인이나 공동체에 해를 끼치는 행위나 인륜 도덕에 반하는 범죄행위, 위법행위를 말합니다. 시간 절약형과 시간소비형 일도 있지요. 꼭 해야 하는 일을 좀 더 편하고 쉽게 해서 시간을 절약하게 해주는 일이나, 할 일 없을 때 시간을 때워주는 일들이 그런 일들입니다. 이러한 모든 일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체력과 비용, 에너지와 스태미나가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또한 적절하게 쉬는 휴식과 재충전도 필수적이지요.


요즘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 뿐) 세대’가 한창 뜨고 있답니다. 20대를 중심으로 한번 뿐인 인생을 일로만 보낼 수는 없다고,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부르짖는 이 세대는 ‘일’ 자체나 공동체를 위한 의무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과 행복, 무엇보다 자아실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지요. ‘여가(餘暇)’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너무 뺏기지 않고 최대한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외침으로,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일과 삶의 하모니’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한번 뿐인 인생의 행복지수를 최대로 높이고 싶은 것은 누가 뭐래도 모든 사람의 공통된 바램일 것입니다. 일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은 그 나름대로 또 다른 고통입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생계와 미래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렇다고 평생 일만 하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각자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생계도 해결하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겁니다. 취미를 직업에 접목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요컨대 일과 놀이, 그리고 휴식을 적절히 배분해서 일과 삶의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맘껏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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