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국민청원.

[투데이코리아=유한일 기자] ‘국민이 물으면 국가가 답한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인신공격이나 혐오적인 글들이 올라오면서 게시판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정 현안과 관련해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간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그에 대한 답을 내주는 체계다.

하지만 최근 ‘익명’으로 손 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해 욕설과 혐오적인 표현을 무더기로 게시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적인 불만, 특정인에 대한 사형 요구 등 테러에 가까운 발언을 “내가 한 줄 모르겠지. 익명이니까 괜찮을 거야” 라는 무책임한 생각에 남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OOO 사형시켜주세요” “OOO 태형시켜라” 등 대표팀 선수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가족을 겨냥한 차마 보기 힘든 비난과 악플이 쏟아졌다.

물론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지원, 차기 감독에 대한 의견 등 우리 축구의 발전을 염원하는 청원도 있었지만 이는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의 청원은 대표팀의 감독과 선수들의 자격 박탈, 특정 선수 사형 등 도를 넘어선 ‘화풀이 청원’이었다.

이 같이 무분별한 청원 남발과 인신공격 등 국민청원 게시판이 변질되자 국민들은 ‘청원 게시판 실명제 도입’ ‘게시판 폐쇄’ 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청와대는 “국민청원이 놀이터가 되도 문제될 게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지난 5월 30일 ‘11:50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국민청원이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서는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다만 부탁드리는 것은 특정인에 대한 사형 청원같은 것은 올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원게시판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tbs 의뢰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운영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운영 지속’이 전체의 60.3%를 차지했다. 운영 지속을 답한 국민 중 ‘현행 그대로 유지’라는 답변이 20.1%, ‘실명제 도입 등 개편’은 40.2%로 나타났다.

국민의 60.3%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는 하지만 이들 중 40.2%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사회 갈등을 조장하므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전면 폐지’ 응답이 32.0%, ‘잘모름’이 7.7%로 조사됐다.

현재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함께 사회적 문제나 국정현안을 개선해나가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청와대는 “욕설 및 비속어 사용, 중복 게시물 등 청원 삭제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 아직 어려움이 많다 ”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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