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종 교수

농수산 분야의 혁신 성장의 길이라는 관점에서 농수산 식품 수출을 다시 봐야 한다. 농수산 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92억 달러(약 9조7000억 원)로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농수산업 생산액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꾸준히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농수산 식품 수출은 완벽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실 농수산 분야에서 수요가 끌어주지 않고서 공급이 확대된다면 ‘풍년의 역설’이 일어나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과거에 농수산 분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가 지속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몇몇 사례는 그에 상응한 시장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우리 농수산 식품 산업은 세계시장에 진입할 충분한 힘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우리는 식품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라 굳이 수출을 중시할 이유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만큼 우리 농수산 식품 분야가 생산 기반이 취약하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수출해봐야 별 성과가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생각이다. 세계 식품 시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곡물과 육류 중심의 1차 생산물은 그 일부일 뿐이며 기호식품과 가공식품으로 얼마든지 확장성이 있다. 더구나 최근에 다국적 문화가 확산하면서 에스닉푸드가 식품 소비의 중요한 세계적 트렌드이다. 식품 한류가 이러한 흐름을 타고 모든 나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외식업까지도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 농수산 식품 분야가 내수시장의 한계를 돌파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수출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농수산기술이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것이다. 좋은 사례로서 파프리카와 딸기가 그것을 증명한다. 파프리카는 전북 김제와 전남 강진, 경남 산청 등의 ‘스마트 팜’에서 재배되어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만 9000만 달러에 달했다. 일본에서 한국산이 네덜란드의 오랜 아성을 깨고 시장 점유율 70%를 넘었다. 국내에서도 파프리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파프리카와 딸기 수출이 스마트 팜의 결정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식품 한류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독특한 한국의 맛을 살린 가공식품이다. 이미 김치와 비빔밥 제품으로 세계인을 매료시켰으며 최근에는 김 가공품이 세계의 웰빙 스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김 수출실적은 지난해 5억 달러를 넘겨 전년 대비 45% 급성장하였다. 양식한 김을 조미김으로 가공하고 스낵류로 만들면 부가가치를 2~3배 늘린다. 남해안의 김 주산지에는 김 양식 어가들이 억대 소득을 올리며, 김 가공기업이 몰려들어 수출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음식 문화를 확산하고 고유의 식재료를 함께 팔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일본이나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 한국 음식 붐이 일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많은 외식업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농수산 식품의 수출길이 넓어진다. 세계의 식품 시장에서 한국의 농수산 식품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수출품이다. 농수산 식품의 수출을 통한 수요를 창출해주는 것, 그것이 혁신 성장의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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