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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양유업 ‘갑질’ 피해자의 멈추지 않는 눈물

    각종 구설수로 여전히 ‘갑질’ 낙인 못 벗어나…진짜 착한 이미지 필요!
    기사입력 2018.07.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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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기변환_20170413_210009.jpg▲ 남양유업 본사가 위치한 강남구 도산대로 1964빌딩.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2013년 남양유업의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심하게 욕설을 퍼부은 녹음파일이 공개돼 이른바 시초의 ‘갑질’ 파문이 일었다. 이후 남양유업의 공식적인 사과, 공정거래위원회의 124억 과징금 부과, 상생협약 등 적절한 조치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 파장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5월 25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한진그룹 일가 갑질 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남양유업 갑질 피해자 대리점주 A씨가 연단에 올랐다. 기자는 촛불집회를 취재중이었다.

    연단에 오른 그는 먼저 자신을 남양유업에 그 어느 누구보다 헌신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회사가 잘되며 대리점도 잘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2013년 밀어내기 사태가 있을 때도 그는 피해 대리점주협의회에 맞서 남양유업이 만든 소위 어용 대리점주협의회 참여했다. 심지어 그는 선봉에 서서 “회사가 잘 되야 우리가 있다”면서 대리점주들을 설득시켰다고 씁쓸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이런 그에게 남양유업은 투쟁하는 대리점보다 더 많은 할인과 혜택을 주겠다며 ‘상생 협약서’에 서명을 권유했다. 그는 일단은 회사를 살려놓고 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믿고 사인을 했다. 이후 강경 투쟁을 하던 피해 대리점주들을 보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는 회사에 피해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전에 있던 미수금을 다 내십시오”라는 대답이었다. 당시 그의 미수금은 3억원이었다.

    미수금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그에게 남양유업은 각종 내용증명과 함께 상품공급이 중단됐다. 실제로 그는 밀어내기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밀어내기로 인해 상당히 많은 빚을 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 누적된 그의 빚은 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온 국민이 알만큼 떠들썩한 갑질 파문 속에서 설마 회사가 거짓말을 하겠는가 생각하고 회사를 믿고 상생협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결국 저는 두 번이나 속았다”면서 남양유업을 “돈 만 보는 기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A씨 외에도 2013년 이후에 계속되는 밀어내기로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 B씨도 있다. 지난 4월 19일 소비자경제 보도에서 B씨는 2014년과 2015년에도 밀어내기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손해 본 금액은 8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밀어내기가 계속돼 부도 문턱까지 갔다고도 했다. 공정위에 고발도 했지만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5년 9월 남양유업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도 올랐다. 문제가 된 것은 밀어내기 증거를 은폐했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한 점주가 밀어내기 피해 근거로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서 자료를 확보해 당시 민병두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다. 국정감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남양유업 대리점이 사용하는 주문 프로그램인 PAMS는 본사에서 자동 업데이트하면 이전 기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대리점주는 피해를 주장하려면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궁여지책으로 예전에 쓰던 컴퓨터에서 밀어내기 했다는 기록을 찾아낸 것이다. 당시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2014년 7월에 발주기록이 남아 있는 ‘로그기록’ 자체를 삭제하고 2015년 3월 대리점주들의 PC에 대해서 복구 자체도 안 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2016년 5월 공정위는 최초에 부과했던 과징금 124억원을 재산정해 5억원으로 대폭 줄여 최종 확정했다. 결정이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남양유업이 과징금액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도 공정위도 남양유업의 편을 들어준 셈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금방 이해가 되지는 않는 대목이다.

    남양유업 측은 “공정위와 검찰이 무혐의 판결을 했다”며 “주문 시스템도 다 개선해 공정위나 검찰에서도 그 노력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이다. 밀어내기 피해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도 “모두 보상했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이후 불매운동 등으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지만 2016년에는 높은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다시 영업실적이 후퇴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아직도 ‘갑질’ 낙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4월에는 남양유업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지난 6월에는 냠양유업의 경영악화 속에서도 오너인 홍원식 회장의 보수(배당금)는 계속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요즘은 이미지의 시대다. 기업도 이미지로 먹고 산다. 남양유업이 기나긴 갑질 낙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꼼수 이미지 쇄신이 아닌 진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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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김성기 칼럼]구중궁궐(九重宮闕)에 갇힌 경제인식
  • 김성기 부회장|2018-11-09
  • 현 경제상황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2%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와 성장률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와 비교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예산안에 관한 국회시정연설에서 “우리 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거나 앞선 나라들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여전히 가장 높은 편이다.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낸다”고 한 말과 거의 같은 맥락이다. 장 실장은 최근 제기된 경제 위기설에 대해 근거 없는 공세라고 일갈하고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일부 주장은 한국 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경제정책은 시장 흐름부터 중시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시장에만 맡기라는 주장’으로 교묘하게 바꿔 일축하면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세를 피해가려는 의도를 엿보였다. 문 대통령과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들의 발언을 요약하면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최저임금인상으로 타격을 받는 계층이 있고 고용 위축이 발생하는 현실이 아쉽지만 경제는 전반적으로 건실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점차 정책 변화의 긍정적인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최근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매출 격감과 일감 부족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과 비교하면 너무 한가하고 동떨어진 진단으로 들린다. 특히 완성차 업계의 영업이익이 위험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협력업체들은 3분의 1 이상이 적자로 내몰리는 절박한 형편이다. ‘세계가 우리 경제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발언은 차라리 지난 시절의 한국경제가 이룩한 성과에 대한 평가로 이해하는 게 순리일 듯싶다. 각종 지표를 보아도 우리 경제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자 수는 올 들어 매월 100만명을 넘어서 9월까지 월 평균치가 117만7천 여명에 이른다. 기업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위축돼 쉽게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에도 고용사정은 악화되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2.7%와 2.6%로 전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과 연구기관들은 정부가 내세운 2% 후반대의 잠재성장률에 훨씬 못 미치는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ING그룹은 2.0%, 도이체방크 2.3%, 소시에테제네랄 2.4%로 내다보았다. 청와대의 경제 인식이 현장의 체감과는 판이하고 국내외 주요 연구소와 투자은행들의 전망과도 괴리를 보이는 현상은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책 목표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미리 설정한 목표나 당위론에 맞춰 해석하고 조정하려는 경향이 현실과 정책 사이에 괴리를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국회예산결산위원회에 출석해 작심한 듯 내놓은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김 부총리는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란 경제정책을 둘러싼 의사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발언으로 들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을 중용해 역할을 확대해온 청와대 비서실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진이 정부부처를 앞장서 이끌면서 남북관계와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방향을 일방적으로 주도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제 현실에 관한 청와대의 인식도 결국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이 주도하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다. 그러니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중소기업의 공장 가동률이 추락해도 ‘일부 어려움이 있지만 경제가 전반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는 자화자찬이 나오는 게 아닌가. 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담당할 위원회 구성을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구중궁궐(九重宮闕)처럼 담이 겹겹으로 둘려있는 청와대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대선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구중궁궐의 담은 청와대 집무실의 구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편중되고 경직된 성향의 측근들이 소통과 정확한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직시해야 한다.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를 되새겨 본다
  • 권순직 논설주간|2018-11-08
  • 며칠 전 국회에서 빚어진 사건 하나를 보자.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은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내년 봄쯤에는 경제가 나아질 것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요지로 답변했다. 이번엔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정책실장 견해에 동조하느냐고 묻자 고개를 내저으며 “그것은 그분의 희망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최고의 책임자 두 사람의 경제에 관한 시각이다. 경제예측은 경제정책을 다루는 당국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전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견해가 이처럼 다르다. 생각이 다르다 못해 상대방의 견해를 대놓고 공박하는 꼴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화를 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사실 이들 경제정책 투톱은 정권 초부터 정책에 대한 견해도 달랐고, 또 접근 방향도 같지 않았다. 최저임금인상에서부터 소득주도성장이냐 혁신성장이냐 등을 놓고 사사건건 이견(異見)을 표출해왔고, 그들 간의 갈등은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대통령의 인재에 대한 신뢰가 깊어서인지, 아니면 두 사람간의 갈등이나 견해차이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나 정책의 효율적인 수립 집행에는 적지 않은 차질이 있었을 것이다. 김&amp;장으로 불리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의 경질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어느 한 사람만 바꿀지, 아니면 동시 경질할지 대통령의 선택만 남아 있는 상태다. 시중에는 두 사람 말고도 인사 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정하든 안하든 주요 경제정책이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더 많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인사인 만큼 문책성 인사임은 분명하다. 이런 인사의 경우 인사 성격을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책에는 별 잘못이 없는데 여론에 밀려, 혹은 인사한지가 오래되어서 등으로 어물어물 분식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문책이면 문책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시장에 확실한 사인을 줌으로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이나 강도 등을 읽을 수 있게 함으로서 인사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전(前)정권 탓으로 돌리려는 유혹도 뿌리쳐야 한다. 사실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까 전정권 전전정권의 과오가 이제 나타나는 일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모든 허물을 과거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집권 2년차인 정부는 명심할 일이 있다. 이제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같은 세력은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다. 그들은 이미 권력이다. ‘강성 귀족노조’라는 딱지가 붙은 지 오래다. 그들은 그들만의 기득권을 위해 투쟁해왔고,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고통을 함께 걱정해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하는가 하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아예 동참을 거부한다. 젊은이들의 취업기회를 막는 고용세습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일부 드러난 그들만의 특혜 시비엔 사과 한마디 없다.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태도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공을 세워 정권창출에 기여한 노조에게 이 정부가 언제까지 보은해야 하는가. 그들은 주요 정책에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진다. 노사 나아가 노사정 관계에 있어서 정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주기만 하면 된다. 말이 기울어진 운동장이지 사실 노조에게 유리한 운동장 여건도 많다. 기업들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할 뿐이다. 더 이상 약자가 아닌 노조를 과잉보호해서는 곤란하다. 하루속히 사회대타협의 장에 들어와 대승적인 자세로 국가경제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지지해온 이 정부를 돕는 일이다. 남북화해를 위한 대통령의 노력과 성과는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큰 성과가 있기를 국민들은 기대한다. 남북문제의 성과와 보수야당의 지리멸렬에 힘입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정부 인기는 언제 꺼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경제다. 먹고 살기 팍팍해지면 금방 등 돌리는 게 민심이다. 몇 달전 최저임금과 관련, 자영업자들이 정책불복종 움직임까지 보였던 사건은 사실 엄청난 사건이다. 휴화산이다. 귀를 열고 시장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싫은 소리는 멀리하고 좋은 말만 듣는다면 낭패를 부른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기조(J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쓴소리는 정곡을 찌른다. ‘일자리를 파괴하면 정의로운 정책이 아니다’는 말이 그렇다. 그는 ‘아무리 정책에 관해 지적을 해도 청와대는 들은 척을 않는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경제정책이 한 팀, 한 호흡으로 집행되도록 인적 구성을 하는 게 중요하다’ 는 충고는 앞으로 있을 경제팀 구성에 참고해야 할 것이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 [박현채 칼럼]험난하기 짝이 없는 국민연금 개혁
  • 박현채 주필|2018-11-02
  •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시급히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정반대로 '덜 내고 더 받는' 개혁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국민연금 정부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9월 17일부터 10월 5일까지 전국 16개 시도별 일반 국민 19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 밝혀졌다, '덜 내고 더 받는' 연금을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바람과 현실을 둘 다 충족시키는 묘안이 있을 수 없는데도 국민의 희망은 이러하니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국민연금 개혁이 무척 험난할 것으로 예견된다. 지난 8월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은 고갈시점이 2057년으로 5년 전 추계때 보다 3년 앞당겨졌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에 연금을 타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년실업자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다 연금 적립금의 운용 수익률마저 낮아지는 등 거의 모든 변수들이 연금을 빨리 소진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어 문제다. 특히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진행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 연금 고갈 시기가 더 빨리 올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우리가 봉이냐, 타지도 못할 연금을 왜 강제로 내게 하느냐, 차라리 낸 돈을 모두 돌려 달라’면서 연금 폐지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심지어 ‘세대 착취’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그동안 국민연금을 민간연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안락한 노후의 안전판이라고 홍보해왔으나 이처럼 연금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불신하면서도 이를 가장 주요한 노후대비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가장 주요한 노후대비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3.3%로 예·적금(18.8%)이나 사적연금(11.4%)보다 훨씬 높았다. 사실 국민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국민 노후를 현실적으로 뒷받침하는 유일한 제도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기여분에 비해 많이 가져가는 소득재분배 기능도 갖고 있어 어느 사적 연금보다 가입자에게 유리한 수익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확인됐듯이 보험료율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연금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애당초 국민연금은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1988년 출범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부모 봉양을 담당하는 풍조가 있어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은 보험료로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고작 3%밖에 되지 않았으나 소득대체율은 70%나 될 정도로 지나치게 후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물론 단계적으로 보험료율을 높여 연금의 지속성을 보장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미온적인 태도로 사실상 방치되면서 오늘과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국민연금의 지속을 위해서는 진작에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러나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조정된 뒤 20년째 그대로 묶여 있다. 2003년 1차, 2008년 2차, 2013년 3차 등 5년마다 실시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때마다 개혁안이 제시됐지만 여론의 반발로 언발에 오줌누기식 땜질 처방에 그쳤다. 근원적인 해결책은 어김없이 차기 정권으로 미뤄졌다. 연금 개혁은 난제 중의 난제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금 수령 시점을 지금보다 5년 늦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자 러시아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국민적 저항에 봉착한 러시아 사태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를 겪은 대다수의 국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일본은 현재 소득의 17.8%를 보험료로 내도록 되어 있는 등 연금보험료율이 독일 18.7%, 노르웨이 22.3%, 영국 25.8% 등으로 우리보다 2~3배나 높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젠 우리도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 수령시기 지연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설파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적립금 고갈이 뻔히 보이는 데도 국민의 저항이 심하고 먼 미래 일이라 해서 보험료율이나 수령시기의 조정을 회피하는 행위는 미래 세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태도다. 이번에도 또다시 이를 외면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개혁을 늦추면 늦출수록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편 얘기가 나올 때마다 거론되는 문제가 공무원, 군인, 사학연금 등과의 형평성이다.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과 군인연금에 대해선 국가가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국민의 혈세로 보전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국민의 지갑만 더 열라고 하니 더욱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연금도 함께 개혁을 추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심리적 박탈감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적립금을 지금처럼 쌓아두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세대가 당장의 노후 세대 연금만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바꾸자는 일각의 주장도 심도있게 검토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재산이다. 이를 임자 없는 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운용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져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정치권이 제멋대로 연금공단 인사에 개입하거나 국민연금을 정권의 쌈짓돈이나 전리품 정도로 여겨서는 결코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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