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구입할 수 있는 만큼 의존성 높아…고령층의 경우 치매에 걸릴 수도

▲ 본 이미지는 수면유도제와 관련 없음.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최근 고시생 A씨는 아침에 시험 보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수면유도제를 시험일 일주일 전쯤부터 복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렇게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는 것을 고시생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런데 A씨는 수면유도제 때문에 곤란을 일을 겪었다고 전했다. 이 약과 술을 같이 먹고 자면 그 효과가 커져서 쉽게 잠들 수 있고 바이오리듬을 맞추는 것도 더 쉽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날 사단이 일어났다. 친한 친구와 함께 약 복용 후 술을 마셨다. 이후 정신이 몽롱해지고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상태에서 길을 가는 중에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몸을 가눌 수 없었기에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현재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졸피뎀과 같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입할 수 있는 수면제와는 다르다. 수면유도제는 감기약에 등에서 잠이 오게 만드는 항히스타민 성분을 추출해 만든 식약처의 승인을 받은 일반의약품이다. 일시적으로 잠이 안 올 때 2주일 이내로 단기 복용할 것을 권유하는 약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0년 28만9500명에서 2015년 45만5900명으로 57%이상 급증했다. 이 외에도 꼭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더라도 A씨의 경우처럼 수많은 공시족들이 수면유도제를 자주 찾고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못 이루는 직장인들, 취준생들 등 쉽게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수면유도제 시장도 팽창했다.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수면유도제 시장규모는 약 20~25억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부작용 사례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수면유도제를 2주 이상 장기 복용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특히, 임산부나 임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복용해서는 안된다. 장기복용할 경우 두통, 변비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잠에서 깨고 난 뒤에도 몽롱하고 졸린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한 블로거는 “정말 감기에 걸린 것 마냥 몸에 힘도 없고 무기력해지고 힘들다”고 적었다. 또 다른 블로거는 “화장실에 몇 번이 갔다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적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복용할 경우다. 의사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더 자주 많은 양의 수면유도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성이 생기기 쉽고 건강상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중앙일보 헬스미디어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20년쯤 앞서 수면유도제를 사용해 온 미국의 경우 2015년 컨슈머리포트가 설문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5명 중 1명이 약을 매일 먹었고 이들 중 41%는 1년 이상 복용했다고 답했다.


고령층의 경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은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을 3년 이상 먹은 쪽은 약을 안 먹는 쪽보다 치매 위험이 54%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2년 4월에 한 신부가 여신도에게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면유도제(독실아민)를 먹이고 성추행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이보다 앞선 2010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양승조 의원은 이러한 위험성을 지적하고 “요즘과 같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 또는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기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자살의 수단 및 용도, 약물 오남용으로 너무나 쉽게 사용될 수 있는 수면유도제는 특별한 관리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양 의원의 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양 의원이 제기한 독실아민 제재의 수면유도제는 며칠 전 기자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한편, 지난 2010년 국감 당시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독실아민과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수면유도제 제품은 총 44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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