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강원도 양구하면 전방 군부대가 바로 연상되는 지역이다. 군부대가 많은 곳이면 지역 발전이 더디고 교통도 다소 불편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든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떠오르지 않았던 지역이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양구는 전혀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 배꼽에 위치해 있고 공기 맑고 산천 좋은 ‘청정 지역’이라는 인식이다. 양구에 있는 ‘청춘체육관’이라는 시설의 이름부터 상쾌하고 ‘양구에 오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캐치프레이즈도 재미있게 들린다.

양구의 변신은 낙후 지역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자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지역 스포츠지도자들이 전략적 선택을 모색해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로 평가 할 수 있다. 양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국토정중앙’이라는 통합 이미지에 ‘청정’을 접목시켜 전국규모의 스포츠대회를 청춘체육관 일원에 집중 유치,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산하 스포츠단체들의 참여를 확대해왔다. 2000년 이후 각별히 스포츠에 관심이 큰 지역인사들이 군수를 맡으면서 체조와 역도, 유소년 야구, 풋살, 당구 등 주요 종목별로 ‘국토정중앙배 전국대회’를 연달아 개최했다.

양구가 ‘한국역도의 메카’ ‘청춘 당구의 고장’으로 통하게 되면서 매스컴과 국민 관심이 쏠리게 됐다. 특히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선수권대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청정 양구’의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당구는 전국 당구장수가 2만2000개를 넘고 동호인수가 150만명에 이르는 가장 대표적인 생활스포츠로 꼽힌다. 과거 담배연기 자욱한 불량 청소년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겨졌던 나쁜 이미지가 학교체육으로 발전하면서 획기적으로 바뀌었고 세계 정상급의 우수선수들도 배출했다.

지난 해 12월부터 전국당구장에 금연이 시행되면서 가장 이용도가 높은 생활스포츠로 그 위상을 굳건히 했다. 케이블TV 중 당구 전문 채널이 매일 당구경기를 방송하고 KBS와 MBC, SBS 스포츠 채널에도 당구가 자주 등장한다. 양구의 국토정중앙배 전국선수권 대회는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후원하는 행사 중 가장 수준 높은 경기와 운영으로 선수들과 동호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당구를 비롯한 스포츠행사가 불러온 지역브랜드 효과에 힘입어 양구는 청정지역 이미지를 굳혔다. 청춘양구배꼽축제나 곰취축제 등 행사를 성황리에 치르고 펀치볼을 비롯한 지역내 유명 전적지나 산림관광지를 연계하는 시티투어 코스도 개발할 수 있었다. 양구 특산물 곰취나물과 시래기 등은 납품이 까다롭다는 서울 강남의 유명 식당가에서도 인기 높은 청정식품으로 대접받기에 이른다. 양구군청은 지역 브랜드의 성공에 힘입어 산림관광산업육성과 산림소득사업발전을 위한 종합계획을 연내에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양구의 사례가 지역 지도자들과 주민들의 협력과 꾸준한 투자로 이룩한 지역브랜드의 소박한 성공이라고 한다면 경북 의성군의 컬링 육성은 지역 스포츠지도자들의 혜안과 학교체육이 일궈낸 대박이라 할 수 있겠다. 동계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컬링을 의성여고의 주력 종목으로 과감하게 육성하고 컬링센터까지 세워 후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2018 동계올림픽에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컬링선수들이 국민영웅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들을 성원해준 의성군민이 모두 국민의 갈채를 받았다. 의성마늘을 비롯한 지역특산물은 귀한 우리 농산물로 특별대접을 받기에 이른다.

지금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특산물을 널리 알리고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 해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부처들도 농업에 식품가공과 판매, 관광을 접목한 6차 산업을 육성하고 팜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6차 산업과 팜투어 육성을 위해서는 우선 국민의 관심이 모아져야 하고 이 관심을 현장방문으로 이끌거나 구매력으로 연결하는 동인(動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통로가 제 역할을 하려면 지역브랜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스포츠나 축제 등 지역행사가 필요하다.

양구의 사례는 지역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축제가 자주 열리는 유럽 지역에서도 스포츠 동호인들을 기반으로 육성, 조직된 행사에 관람객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행사에 팜투어와 지역 관광사업이 연계되면 지역브랜드를 확실히 다져 경제적 효과까지 불러오는 성공을 굳히게 된다. 날로 늘어나는 지역 축제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방안으로도 스포츠와 연계된 브랜드를 고려할 만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