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을 두고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맞선다기보다 곧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기세다. 한쪽에서는 쇠뿔을 단김에 빼려하고, 한쪽에서는 어림도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인수위원회에서 마련한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할 수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를 다 훼손시키는 법안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오만과 독선의 발로”라고 비판하고 “떠나는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을 왜 이도록 완강히 가로 막으려 하는지 그 이류를 모르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은 심지어 “어린 아이가 생떼 쓰는 꼴”이라는 표현을 동원하기도 했다.

제 3자적 입장에서 볼 때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은 노 대통대로 생각과 입장이 있고, 인수위는 인수위대로 생각과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자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이런 예를 하나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시골 학교에 나무를 좋아하는 교장 선생님이 있었다. 교문과 운동장 여기저기에 큰 나무를 심었다. 보기도 좋고, 학생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아주 좋았다. 마을 사람들도 좋다고 했다. 그 교장 선생님은 나무 심은 것을 자랑으로, 업적으로 여겼다.

어느 날 그 교장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났다. 자신이 심고, 키워온 나무를 두고 가기가 무척이나 아쉬웠다. 발령장만 받고 아직 이임 인사도 하지 않았는데 새 교장이 와서 나무가 잘 못 심어졌다며 나무를 캐내라고 했다.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했느니 뭐니 하면서 나무를 없애라고 했다. 나무를 심은 교장 선생님은 무척 마음이 상했다. 당연히 두 교장 선생님은 사이가 멀어졌다. 남남이 되었다.

이번 일도 이과 같다. 노 대통령은 마음이 찹찹할 것이다.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그럴 것이다. 남들의 평가, 실제적인 결과가 어떻든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고, 국정을 운영해 왔는데 인수위가 기존 정부 조직을 확 뜯어고치고, 도장까지 찍으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것이다. 멀쩡한 나무를 캐내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노 대통령의 잔재를 지워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정부 조직을 확 뜯어 고쳐 새 정부의 스타일에 맞게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와 이명박의 실용정부는 기본적인 생각이 180도 다르기 때문에 빨리 새 틀을 짜고 싶었을 것이다.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명박 당선인이 노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한다.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섭섭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인수위가 밀어 붙이지만 말고, 정부 조직 개편안을 들고 노 대통령에게 찾아가 설명을 한다든지, 정중하게 협조를 구해야 잘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 거기다 떠나는 사람에게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국민들은 그런 모습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다시 본다. 그런 것도 없이 당신이 한 일은 잘 못돼 뜯어 고쳐야 하니 도장찍으라고 하면 '그래'하고 도장 찍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마 필자 같아도 찍을 수 없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이나 인수위, 한나라당이 할 일은 노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공격하게 아니라 노 대통령이 아름답게,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도록 입장을 세워주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도 임기를 마칠 때면 지금의 노 대통령과 같은 입장에 서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조직 개편은 쇠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쇠뿔은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단김에 빼기가 힘들면 나중에 빼면 된다. 조직 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직을 개편하면 된다. 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 걱정할 게 없다. 정치와 정권은 단김에 빼야할 쇠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chungwootae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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