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화로 나아가는 젊은층의 훗날 식탁 모습은 어떠할까

▲ 초복 당일 미국 LA총영사관 앞에서 시위에 나선 현지 동물보호단체 회원들.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올해에도 어김없이 양측은 조우했다. 초복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서울 도심에서 개고기 찬반 단체는 또다시 지근거리에서 시위에 나섰다.


개 사육농가 단체인 대한육견협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 사육 농가 생존권 보장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동물인권단체들이 개 사육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퍼뜨려 여론을 호도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국회의원들이 동물보호단체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가축 외 동물 도살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같은날 인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개·고양이 도살금지 국민대행동’ 측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개·고양이 도살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우리나라의 전국 1만5천 곳의 개 농장에서 매년 약 200만 마리의 개들이 처첨하고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고기 식용을 ‘악습’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 ‘개·고양이 식용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 제하 청원이 올라 이달 11일 기준 2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 서명 청원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개고기 반대 여론이 발생한 이래 찬반 단체는 30년째 매년 여름 거리로 나아가 서로의 입장차만을 확인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표심을 의식해 어느 쪽의 손도 선뜻 들어주길 꺼려해왔고 갈등은 오로지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개고기 식용문화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찬반단체 간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미주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미국 동물보호단체 ‘동물의 마지막 희망(LCA)’은 초복 당일 로스앤젤레스 한국총영사관 앞에서 개고기 반대시위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영화배우 킴 베이싱어(64), 엘비스 프레슬리 전 부인 프리실라 프레슬리(73) 등 헐리웃 스타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개는 반려동물이자 동시에 식용으로 쓰인다”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개가 한국에서 식용으로 도살된다. 잘못된 전통에 머물고 있다” 등 주장을 쏟아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같은 해외 목소리를 개고기 금지 근거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이 더이상 ‘미개한 나라’로 국제사회에 인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다. 도축 과정에서 개고기 못지 않게 동물학대가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지는 프랑스 푸아그라(거위 간 요리) 등과 마찬가지로 개고기 식용도 보호해야 할 한국 전통문화라는 것이다. 푸아그라는 거위 간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지도록 만들기 위해 거위 입에 사료주입기를 꽂고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김모(41. 여)씨는 “반려견과 식용견은 별개”라고 말했다.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이 ‘G2’ 중국의 개고기 축제, 프랑스 푸아그라 등에는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만 공격한다는 비난도 있다.


결과적으로는 동물보호단체들의 ‘승리’가 가시화되는 추세다.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서 개고기 전문점을 찾기란 상당히 어렵다. 교외로 밀려난 식당들도 매출하락에 직면한 상태다. 서울시에 의하면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서 2014년 329곳으로 감소했다. 그나마 남은 가게들 매출도 작년에 비해 ‘반토막’난 상황이다.


이 추세라면 개고기는 중국 등 해외에서나 맛볼 수 있는 ‘외국음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광지좡족(廣西壯族)자치구 위린(玉林)시에서는 매년 엄청난 규모의 ‘개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 축제 매출은 1000만위안(약 16억8390억원)으로 도리어 작년 대비 30% 올랐다.


중국에서는 전세계 소비량의 30%에 달하는 매년 약 1500~2000마리의 개·고양이가 도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위스 등 일부 유럽 지역에서도 개고기는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화’와 ‘전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매년 국내에서 대립해온 가운데 운동장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애견문화, 입맛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서구화로 나아가는 젊은층의 훗날 식탁에서 전통 한식(韓食)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지 없을지 주목된다.

키워드

#개고기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