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투데이코리아=김민기 기자] 경북 포항에서 헬기 추락으로 해병대원 5명이 순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추락한 마린온 헬기를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기를 맞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그간 준비해온 수리온의 수출길이 막힐수 있을 뿐 아니라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오후 4시 50분께 경부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상륙기동헬기(마린온)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정조종사 김모(45) 중령 등 5명이 숨지고 김모(42) 상사가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마린온은 진동 문제로 헬기 제작사인 KAI가 주관하는 정비를 마친 후 진동 문제가 보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사고 헬기 내 센서에서 진동이 감지됐다”라며 “이를 수정하기 위한 작업을 6월부터 실시했고 최근까지 진동이 계속 증가해 군 당국이 주시했던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영상을 보면 마린온은 이륙 후 약 4~5초 만에 회전날개가 마치 장난감 헬기처럼 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추락했다.
이번 추락 사고의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해병대는 해군과 공군, 육군항공작전사령부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구성해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육군 역시 수리온 헬기 90여대의 정밀 점검을 위해 운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결과와 조사 과정 등을 종합해 운항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체 결함에 대한 의심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조사위 역시 사고기기가 시험비행 직전 기체가 심하게 떨리는 진동 현상에 대한 정비를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결함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비행을 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 해병대사령부가 지난 20일 공개한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 추락사고 현장.

조사위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해 기체 결함으로 결론이 난다면 운항 재개가 불가능함은 물론 국방부와 KAI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KAI는 기간 제기돼 온 기술력 문제가 다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으로 향후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AI는 현재 필리핀과 수리온 헬기의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초 방한 당시 수리온 헬기를 탑승한 후 만족감을 나타내 델핀 로렌자나 국방부장관에게 구매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필리핀 수출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와 태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조원 사장은 수리온 수출에 엄청난 공을 들여왔으며 취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리온의 연내 전력화를 강조했다.
다만 헬기 사고의 경우 원인 규명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KAI는 그간 판매와 수출 논의가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결과에 따라 기체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수출은 물론 국내 보급 역시 힘들어져 타격이 클 전망이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고된 참사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비슷한 기체에서 사고가 일어났지만 KAI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SBS는 과거 유럽에서 비슷한 기종의 사고가 났을 때 기어박스를 재설계하라는 권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KAI는 마린온 제작 과정에서 이 권고를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린온의 원조 모델인 슈퍼 푸마가 지난 2009년 스코틀랜드, 2016년 노르웨이에서 비슷한 현상을 보이며 추락했을 때 조사 결과 기어 박스 결함이 원인으로 꼽혔다.
KAI는 노르웨이 사고 직후 같은 모양의 기어 박스를 다른 업체 것으로 바꿔달았다. 하지만 유럽 항공안정 당국에서는 문제가 된 슈퍼푸마와 동종 기종들에 대한 메인 기어박스 리디자인을 권고했다. 이에 KAI는 부품 교체만 하는 미봉책에 그쳤다.
한편 이번 사과와 관련해 KAI 측은 “사고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을 위해 군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사고위가 원하는 자료 등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다. 다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단정짓기는 힘들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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