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모에 3억원 국가 배상…20년 넘은 억울함 해소 될까

▲ 지난해 1월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에서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나서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 의 유족에 대해 국가애 배상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이로써 20년 넘은 사건이 종지부를 마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오상용)는 26일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물질적 피해 등을 고려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다”며 위자료로 조씨의 부모인 조송전·이복수씨에 대해 각각 1억 5000만원. 다른 유가족 형제 3인에겐 각각 2000만원을 인정했다.

앞서 조송전씨 등 유족 5명은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명의 혐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당시 검찰은 리만 기소하고 패터슨에 대해선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도주하게 했으며, 2009년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하기 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청구액은 총 10억9000만원으로, 부모에게 각 5억원, 형제 3명에 각 3000만원씩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 영화 '이태원살인사건'의 한 장면.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3일 오후 10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지금은 없어진 서울 이태원의 ‘버거킹’의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당시 22세, 1974년생)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칼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미군 군속 자녀 아더 존 패터슨(38)과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49)는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사건 다음 날 미군범죄수사대(CID)는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패터슨은 평소에도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자주 보였고 늘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이를 자랑하고 다녔다.

따라서 CID는 패터슨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방향을 잡았으나 마침 뉴스를 통해 아들과 자주 어울리던 친구인 패터슨의 범행 소식을 접하고 아들을 추궁한 아버지로 인해 에드워드 리가 자신이 이 사건에 연루되었음을 자백하면서 용의자는 2명이 되었다.

▲ 2015년 한국으로 송환된 아더 존 패터슨.



둘은 서로에게 범죄사실을 미뤘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과 미군범죄수사대는 아서 패터슨이 온몸이 피투성이라는 점, 손에 미국 갱단의 마크가 있고 살해 방법이 그 갱단의 수법과 비슷하다는 점 등을 들어 패터슨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한 검찰은 법의학적인 판단(부검결과)과 그들의 친구인 C의 증언을 근거로 에드워드 리를 용의자로 지목했고, 그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앞서 경찰이 리와 패터슨이 공동정범으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리의 단독 범행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1998년 대법원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리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흉기 소지 및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던 패터슨은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검찰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사건이 꼬이게 된다. 에드워드 리가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일사부재리의 원칙(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에 따라 재기소 할 수 없어 유족들은 살인죄가 아닌 흉기소지죄로 기소되어 형을 받았던 패터슨을 고소해 검찰이 패터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검찰이 패터슨에 대한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않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사이 1999년 8월 미국으로 패슨이 도주하고 검찰은 그의 신병을 쉽게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10월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 중지 결정을 했다. 둘 중 한명은 가해자가 확실한 상황임에도 진범을 가려내지 못한 사건은 묻혀버리는 듯했다.



▲ 2015년 1월 현장 검증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당시 사건 현장인 햄버거 가게 화장실과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 놓은 세트장.



영구 미제가 될 뻔 했던 사건은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비판여론이 들끓자 검찰이 사건 발생후 12년 만에 재수에 착수했다.

법무부는 같은 해 12월 미국 내 소재가 파악된 패터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이후 미 수사당국과 공조해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패터슨을 체포할 수 있었다. 같은 해 12월 검찰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미국 법원도 2012년 범죄인 인도를 허가해 그를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패터슨이 2015년 국내로 송환된 뒤 과학수사기법으로 확보한 새 증거를 근거로 그가 리의 부추김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에드워드 리도 공범이라고 판단했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한번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처벌할 수는 없었다.

결국 대법원은 2017년 1월 25일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인 패터슨에게 징역 20년 형을 선고 확정했다. 사건 발생 18년 9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조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형량은 무겁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에드워드 리에 대해 공모자로 가담한 것으로 평가했으나 이미 그는 대법원에서 살인죄에 관해 무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거 살인자로는 정식 재판을 할 수 없고 공모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음을 유족들은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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