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문재인 대통령이 10대 연예인 몇 명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함께했다. “너희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니? 나도 미처 생각 못한 일을 너희들이 했구나. 대통령아저씨가 부끄럽구나” 문대통령이 이른바 ‘옥탑방 체험’을 하고 계시는 박원순서울시장에게 선풍기를 보낼 즈음, 이 어린 연예인들은 찜질 무더위에 선풍기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쪽방에서 고생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선풍기 100여대를 갖다 드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대통령은 착한 청년들과의 미팅 후 부랴부랴 내각에 지시해 쪽방 노인 주거실태를 파악해 급한대로 선풍기를 보내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런 신문기사를 읽고 싶다. 금방 들통 날 일을 만들어 대통령 망신 시키고, 국민들 열나게 하는 청와대 비서실은 그래놓고도 변명하느라 바쁘다.

대통령의 호프 미팅만 해도 그렇다. 여러 계층 국민들과 맥주 한잔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옥에 티, 왜 이런 멋진 행사에 거짓말이 끼어들어 가뜩이나 더운데 국민들 열나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당초부터 두 번째 만나는 청년 스토리를 있는 그대로 얘기해도 행사 취지에 전혀 빗나가지 않을 일이었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취지가 나쁘지 않다면 사소한 거짓말은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큰일이다. 사소해도 국민에게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면 무거운 죄다.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정부를 국민이 믿고 따르겠는가.

시민들의 생활상과 어려움을 현장에서 느껴보자면 행한 박원순시장의 옥탑방 체험도 우스겟거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시민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휴일에 공무원들을 동원해 삼계탕 죽을 배달시켜 주민들과 나누는 대화에 서울특별시민들이 감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행태다.

주민과의 대화는 좋다. 식사 대접이 필요하다면 시장과 시장 사모님이 장바구니 들고 인근 수퍼에 가서 삼계탕 꺼리도 사고, 수퍼 간 김에 상인들 애로사항도 듣고, 기왕에 체험하기로 한 옥탑방에서 땀 뻘뻘 흘리며 끓인 삼계탕 대접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문대통령의 호프 미팅과 박시장의 옥탑방 체험 두 케이스에서 감동을 못느낀 것은 사소한 거짓말,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관계에서 마찬가지지만 특히 지도자에겐 지극히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거짓이 끼어들고 진정성이 약하면 국민들은 실망하고 불쾌해한다. 그런 정도의 행위에 감동하고 감읍하리라고 우리를 취급한다는 생각을 하면 불쾌를 넘어 서글퍼진다.

박근혜정부의 지독한 불통에 질린 국민들은 문재인정부의 소통 노력에 기대가 크다. 실제로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호프 미팅의 실수 말고도, 최저임금 문제로 시끄러울 때 현장을 찾아간 정책실장이나 관계장관들의 모습에서도 그것이 현장 파악이고 소통이라고 보기 힘들 때가 많았다. 도처에서 정책의 맹점들이 나타나 아우성인데 고위 당국자들은 진정으로 무엇이 정책의 미비점인가를 살피기보다 자신들의 의도를 설득하는데 주력, 결국 더 많은 불만과 저항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저임금 정책 불복종 움직임은 최악의 상황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왜 옳은 방향의 정책에 사사건건 시비만 거느냐는 식의 의식으로는 소통이 안된다.

자영업자들이 못살겠다고 일어서니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 자영업 전담 비서관직 신설이다. 그것도 그렇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이, 정책실장이, 경제수석이 최대 역점정책으로 생각하는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비서관직 하나 만든다고 뭐가 달라질 것인가. 위에서 생각이 달라져야 아래에서도 달라진다.

물론 열심히 민심을 파악하고, 소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만들어진 ‘쇼통’도 문제다. 정책이나 정부의 실적을 멋있게 포장하여 홍보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알맹이가 없거나 진정성이 약하거나 홍보 설득에 치우친다면 그것을 쇼통으로 부를 것이다.

당국자들의 국민과의 부단한 소통이 일차적인 일이겠으나, 거기엔 한계가 있다. 언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보도 내용이 100%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론 일부 언론의 의도적인 왜곡도 있다. 그러나 언론의 비판이나 지적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지라도 이를 적극 활용하면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편견만 버린다면 언론 보도를 걸려 활용해서 정책과 현장간의 괴리를 줄이는 데 유용하리라 본다.


‘불통’을 피하려고 ‘소통’하다가 ‘쇼통’으로 치부되는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소통에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함을 명심할 일이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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