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주목 ‘훔볼트오징어’와 ‘대왕오징어’의 세계

▲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작고 오동통한 몸매의 일반 오징어.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중국 불법조업 어선 등 영향으로 우리나라 근해 오징어 ‘씨’가 말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해양수산부는 태평양에서 새 어장 자원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해수부가 주목하는 건 ‘아메리카 대왕오징어’다. 흔히 말하는 대왕오징어는 훔볼트오징어를 가리킨다. 이 오징어는 몸길이 2m, 무게 45kg까지 자라나는 대형 어종이다. 전세계적으로 식용으로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도 살오징어 대용으로 쓰이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 포클랜드 수역 등 주요 어장에서 오징어 생산량은 급감 추세에 있다. 특히 원양산 오징어의 경우 작년 생산량은 4만6천톤으로 2015년 생산량의 31%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근해산 오징어도 작년 생산량은 8만7천톤으로 1990년 이후 27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도 원양산 오징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남서대서양 포클랜드 수역에서 3만1천톤(조업종료시점 올해 6월 기준)을 어획하는 수준에 머물러 전년 대비 27% 감소한 실정이다.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에서는 ‘금(金)징어’로 불릴 만큼 오징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의하면 냉동오징어 1kg 연평균 도매가격은 2016년 4천577원에서 올해 8천410원으로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해수부가 올해 해외어장 자원조사 사업 대상지를 남동태평양(FAO 87 해구)으로 선정하고 조사선 2척을 투입해 새 오징어 어장 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는 까닭이다.


▲ 훔볼트 오징어와 씨름(?) 중인 다이버의 모습.


‘두 얼굴’의 훔볼트 오징어


훔볼트오징어는 가히 ‘바다의 폭군’이라 불릴만 하다. 순간 속력 시속 72km로 사촌뻘인 문어만큼이나 머리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작은 어류, 갑각류를 주식(主食)으로 하지만 무리를 지어 자신보다 큰 먹이를 사냥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오징어와는 달리 다리 흡판을 따라 이빨 같은 갈고리가 늘어서 있으며, 이 갈고리는 회전식 가동 구조라 한 번 먹이에 찔리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치악력(무는 힘)은 510kg으로 흔히 뼈까지 씹어먹는다는 하이에나보다도 높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취재 당시에는 악력계를 이빨로 찢어발기기도 했다.


사람을 공격한 사례도 있다. 디스커버리채널 다큐에 의하면 홀로 바다로 간 낚시꾼이 물에 빠져 훔볼트오징어떼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흉폭한’ 훔볼트오징어이지만 일단 식탁 위에 올라오면 ‘얌전한 진미’로 돌변한다. 주로 멕시코, 페루에서 많이 잡히고 있으며 많은 생산량이 한국으로 수출된다.


‘문어발’로 불리면서 극장 등에서 팔리는 대형건어물의 정체가 바로 훔볼트오징어 다리다. 남미 현지에서도 다양한 가공을 통해 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 대왕오징어와 고래의 사투를 그린 상상도.


대왕오징어, ‘크라켄’에서 ‘어묵 재료’로


대왕오징어는 말 그대로 초대형 오징어다. 몸길이는 지금까지 측정된 최고 기록이 무려 13m(암컷)다.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등 2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남극하트지느러미 오징어는 몸길이 14m로 일반 대왕오징어에 비해 다소 크다.


대왕오징어는 고대~중세 서양 선원들에게 ‘크라켄’으로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됐다. 심해에 머물다 이따금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대왕오징어의 거대한 몸집, 꾸물거리는 여러 개의 다리는 가히 충격이었을 것이다.


크라켄이 상세히 기록된 건 1752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총장대리였던 엔리크 폰토피단이 쓴 ‘노르웨이 박물지’다. 이 책에 의하면 크라켄은 등의 둘레가 2.5km나 돼 전신을 한꺼번에 볼 수 없다. 수 개의 다리는 중형선박의 돛 만큼이나 굵고 힘이 세 어떤 배라도 바닷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과장 섞인 공포심과 달리 대왕오징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 도리어 성격도 온순해 향유고래의 먹잇감 신세일 뿐이다.


심해에 서식해 모습이 드러난 적도 거의 없다. 가끔 사체가 해변가에 밀려오는 게 인간에 의한 목격 사례의 대부분이다. 2006년과 2013년에 각각 일본, 국제합동팀에 의해 촬영된 살아 있는 대왕오징어 영상은 그래서 유명하다.


대왕오징어는 한 때 양식 등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식량으로 주목받았지만 특유의 ‘고약한 맛’이 발목을 잡았다. 비교적 멀쩡한 대왕오징어 사체를 물에 데쳤더니 유황이나 암모니아 냄새가 났으며 식감은 자동차 타이어를 씹는 것 같았다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한 업체가 악취를 없애고 어묵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식량화의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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