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현대는 경쟁의 시대입니다. ‘누가누가 잘 하나?’라는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나네요.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이미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듯합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인생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부모들의 선입견 때문이겠지요. 경쟁은 마땅히 공정한 선의의 경쟁이어야 하겠지만 현실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당경쟁, 과당경쟁,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쓰러뜨리려는 지나친 경쟁심리가 선의와 공정을 해치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게 만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그래서 인류사회가 공정한 선의의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옛날부터 부단히 피나는 노력을 해온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오늘날은 약자에 대한 배려까지 포함한 이상적인 경쟁체제를 비록 형식이라도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스포츠 경기에서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 룰과 체급별 경기, 장애인을 위한 패럴림픽, 세계무역기구(WTO)가 지향하는 공정무역,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등 그 실례는 무수히 많습니다. 반칙을 효과적으로 제재하는 실질적 수단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이러한 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요. 아무튼 인간이 일생동안 시달려야 하는 이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경쟁력’의 실체와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요?

흔히 생산물이나 제품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리카도의 ‘비교우위설’을 인용합니다. 가격경쟁력을 기준으로 무역의 원리를 설명한 이론이지요. 근래에는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필요가 발명을 유도해서 제품화된 신제품이나 소비자 취향을 저격한 고급스런 제품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즉 가격경쟁력이나 단순한 품질경쟁력만으로는 비교우위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과물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은 그 원인을 형성하는 시스템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타고난 재질과 천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탐구와 피나는 노력이 무수한 실패를 딛고 마침내 훌륭한 결과물을 창조해내는 것이 경쟁력의 실체라고 해야겠지요. 회사를 비롯한 이익단체나 가족, 마을, 지역사회, 국가와 민족 등 공동체를 통틀어 조직체라고 한다면 이 조직체의 경쟁력도 역시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는 시스템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즉,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역할분담과 분업, 협동을 통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지속가능한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경쟁력의 실체라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경쟁력의 핵심을 저는 세 가지로 꼽습니다. 첫째는 ‘창의성(Creativity)’입니다.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창출하려면 창의성이 뛰어난 인간자본(Human Capital)이 원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되는 법이니까요. 둘째는 ‘도덕성(Morality)’입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는 결과물을 창출하려면 먼저 그 사람의 도덕성이 훌륭해야 하지요. 개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다수의 위인들은 그 면에서도 모범적이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조직체를 작동시키는 모든 룰을 총칭하는 이른바 ‘다스림(Governance)’에도 도덕성에 기초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전제되어야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역동성(Vitality)’입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살아서 움직이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지요. 생기와 활기가 넘치고 사기가 충만해야 경쟁의욕도 생기고 창의성과 도덕성도 뒷받침이 되는 법입니다.

경쟁은 단판 승부로 결판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요즈음의 프로 스포츠나 정부예산, 기업결산처럼 1년 단위의 승부가 많지요. 사람의 일생이나 국가 민족 같은 큰 공동체의 흥망성쇠는 50년, 100년 또는 수세기에 걸친 장구한 세월을 요하는 장기전, 지구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개인이나 국가나 길게 보면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경쟁을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살아남기’ 단계입니다.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할까요? 합격선을 통과하거나 일정기간 후에 생존에 성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는 ‘관계의 경쟁’입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우군이 많고 적군이 적으면 이긴다.”라는 원리를 실천하는 단계이지요. 우호적인 관계의 양과 질이 적대적인 관계보다 우월하게 만드는 경쟁인데, 실은 이미 첫 단계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세 번째는 ‘건강과 운’의 경쟁입니다. 건강과 운이 경쟁력의 기초이자 마지막 핵심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우리 대한민국이 이 세 단계의 경쟁에서 훌륭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본받고자 하는 많은 개도국에 희망의 등불이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기원합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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