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정부가 취임 이후 추진해온 주요 정책들이 의욕과는 달리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과 마찰을 빚거나 시행착오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강행한 일률적인 최저임금인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기로 내몰아 거센 반발을 사고 성급한 탈원전 정책이 원전산업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든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 노동자 임금이 늘면 소비를 촉진시키고 일자리도 증가하는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는 시장의 역풍을 불어와 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빚더미와 폐업의 한계상황으로 내몰았다. 내수침체까지 겹쳐 음식점 및 주점업의 올 상반기 비자발적 이직자수가 4만6천여명에 이른다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가 예사롭지 않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외식업 소상공인들과 이른바 현장소통 간담회를 갖고 “정부가 최저임금인상분 이상의 지원으로 추가부담이 없도록 보전해주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을 보이콧하고 대규모 투쟁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서둘러 무마에 나선 것이다. 결국 재정으로 최저임금인상분 이상의 지원을 퍼주겠다는 발상인데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 부담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사실상 세금으로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발상에 아연할 뿐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말 영국 원전의 우선협상권을 따냈지만 최근 그 지위를 상실했다. 영국언론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한전사장 선임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그렇다고 원전 수출계획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표방,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일부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탈원전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올해 겪고 있는 폭염처럼 이상기후가 심한 시기에 원전비중을 급격하게 줄이면 전력수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아직 극히 미미해 국민의 불안감을 더해준다. 정부가 극심한 폭염 속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미루는 이유도 전력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공급여력 부족을 의식한 처사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지난 5년간 매년 수조원의 흑자를 냈던 한전이 작년 4분기 이후 올 상반기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넘는 적자를 냈다. 탈원전 시책에 맞춰 원전 가동률을 낮추고 단가가 비싼 화력과 LNG발전비중을 높인 결과라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한전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공기업 한전의 적자 역시 전기요금을 올리거나 결국 세금으로 채워야 할 부분인데 정부는 아직 전기요금 인상은 가급적 억제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폭염으로 농수산물 수급까지 차질을 빚어 생활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서민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여건에서 물가가 크게 들먹이면 정부의 대응 수단은 점점 좁아지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주요 정책이 예상 밖의 난관에 처해 과부하가 걸리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애로 등 대내외 불안 요소가 겹치게 되면 뒷감당은 어찌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손쉽게 세금을 더 걷어 버티겠다는 발상은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악순환을 부를 우려가 크다. 정부의 과부하가 더욱 심해지면 그동안 어렵게 키워온 한국경제의 기반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벌써 여러 곳에서 들린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경제적 난관을 돌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건 깽판쳐도 된다”는 식의 무모한 발상은 이미 설득력을 잃었을 뿐 더러 매우 위험하다. 국민은 그동안 남북관계 흐름의 실상을 지켜보면서 섣부른 기대를 접기 시작했다.

과부하가 걸린 정책은 시장 반응과 시행착오를 면밀히 검토해 정부가 속도와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의 궤도수정은 실패가 아니라 시장에 적응해가는 진화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진화에 실패한 정책은 결국 퇴출되고 국민에게 재앙을 남길 뿐이다. 우선 에너지 수급에 과부하를 안긴 탈원전 정책부터 리콜해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지혜가 요망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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