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사람마다 ‘인격(人格)’이 있지요. ‘사람됨’이라고도 합니다. 사람됨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천성과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사람됨을 평하려면 먼저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시각부터 봐야겠지요. 다음으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친지들이 내리는 평가가 있고, 그 다음으로는 그 사람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종합평가가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세평’ 또는 ‘평판(Reputation)’이라고들 하지요. 저는 그 평가기준을 ‘사람됨을 재는 자(尺度)’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제 각각의 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이라고 할까요. 저는 저대로 다섯 가지의 우선순위에 입각한 평가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마음씨’입니다. 밝고, 맑고, 곧고, 부드럽고, 따뜻한, 어진 마음(仁)이 사람됨을 재는 첫 번째 척도라는 것이지요. 밝음은 명철하고 쾌활하고 긍정적이며, 밝은 미소와 어둡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맑음은 청렴하고 투명하며 공정한 사무사(思無邪, 생각에 삿됨이 없음)와 깨끗함을 뜻하지요. 곧음은 정직과 신의, 시종여일(始終如一, 시작과 끝이 하나같음)한 일관성과 표리(表裏, 겉과 속)가 같은 것을 말합니다. 부드러움은 이해와 존중, 융통성과 외유내강(外柔內剛), 여유로움과 딱딱하지 않은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따뜻함은 친절과 포용, 소통과 배려, 인정(人情)과 자비(慈悲), 즉 차갑지 않음을 뜻하지요. 이런 마음씨는 천성으로 타고 나는 경우도 있고 후천적인 수련에 의해 길러지기도 한답니다.


둘째는 ‘마음가짐’입니다. 사랑, 예의염치, 공동체 존중, 뜻과 의지(意志), 도덕심(德)이 그 내용이지요. 사랑에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중자애(自重自愛), 가족과 이웃사랑, 애국심과 인류애, 즉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아끼며 보살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다 포함된다고 생각됩니다. 예의염치는 겸손과 절제, 약속을 지키는 일, 윤리의 황금률, 즉 “제가 하기 싫은 바를 다른 사람에게 하게 하지 말라(其所不欲 勿施於人)”는 원칙이 기본이라고 하겠습니다. 공동체 존중은 이기심을 극복하는 극기(克己)로 화합하고 협동하는, 이른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마음가짐이지요. 뜻과 의지는 주인의식을 비롯하여 자율과 자존, 선의와 인내, 장한 뜻과 의로움 등이 기초가 되며, 도덕심은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해서 덕을 베푸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가짐은 선천적이기 보다는 후천적으로 닦아서 갖추어지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셋째는 ‘건강’입니다. 마음과 몸, 관계의 건강, 사대육신과 영혼(地水火風靈)의 건강, 이를 위한 내공(內功) 수련을 가리키지요.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한 법입니다. 마음이 건강해도 생길 수 있는 전염병과 사고는 조심과 예방이 필수적이지요. 인간관계의 건강이 마음의 건강에 직결되므로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피해야 합니다. 사대(四大)육신과 영혼은 인체의 구성요소입니다. 지(地)는 뼈와 근육의 몸체, 수(水)는 피와 물로 된 순환계, 화(火)는 체온유지와 영양공급의 소화계, 풍(風)은 몸체에 산소를 전달하는 호흡계, 영(靈)은 온몸을 제어하는 두뇌와 신경계를 말합니다. 인체는 타고나는 부분이 많지요. 그러나 이를 잘 유지 관리하고 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려면 내공 수련이 필요한 법입니다. 운기조식(運氣調息)과 섭생, 참선, 명상 등이 그 방법들이지요.


넷째는 ‘능력’입니다. 홀로서기 능력이 그 기초이고, 끼-재주, 멋-풍류, 지혜-창의력, 실천력, 리더십 등이 그 범주에 들어갑니다. 홀로서기는 제 앞가림이지요. 자조, 근면, 검약, 실사구시가 그 바탕입니다. 끼-재주는 천생이거나 배워서 축적된 노하우입니다. 열정과 솜씨, 말씨 등이 포함되지요. 멋-풍류(風流)는 맵시와 놀 줄 아는 것인데, 미적 감각과 문화적 품격이 몸에 밴 사람이 인기를 누리게 마련입니다. 지혜-창의력에는 직관과 예지, 미래예측력, 통찰력, 상상력 등이 포함됩니다. 꿈과 비전이 그 원천이지요. 실천력은 기획력, 조직력, 정보력, 자원동원력, 교섭력, 지구력 등이며, 리더십은 결단력과 용기, 감투(敢鬪)와 솔선수범, 소통과 친화력, 통합조정력 등입니다. 이런 능력들도 타고 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후천적인 수련과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은 ‘운과 음덕(蔭德)’입니다. 타고나는 것부터가 운이지요. 환경여건과 선천적 운명, 숙세(宿世)의 인연과 같은 것들입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 천망(天網, 하늘 그물), 적선(積善), 보은(報恩) 등이 관련 개념들이지요. 사람이 부모와 태어나는 시기, 장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만큼, ‘운과 음덕’도 사람됨의 일부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언제나 사람됨을 재는 맨 마지막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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