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무 회장


우리의 농식품산업과 농어촌은 대외개방에 따른 구조조정의 어려움에 겹쳐 뜻 밖에 닥친 IMF 경제위기로 인해 존립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시련을 겪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칠레를 시작으로 한·미, 한·유럽 등 FTA협정에 의한 심대한 타격과 중국, 아세안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과 농축수산물 시장을 놓고 벌이는 힘겨운 경쟁을 피할 수 없는 난국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의 농식품산업은 농림수산업 경영인과 식품산업 역군들이 피땀 흘려 애써 오신 덕분에 나라의 기반이 되는 생명산업의 위치를 지켜 오면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당당하게 경쟁하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농식품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의 기반일 뿐 아니라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환경산업이자 격조 높은 문화산업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농어촌은 젊은이들이 떠나간 뒤에 외롭게 늙어 가는 빈 마을로 남아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근래 많은 지방자치의 젊은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우리 농어촌을 새로운 활력이 넘치는 고장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은 대단히 고무적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을 저는 또한 굳게 믿습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저는 오늘 우리 농식품산업과 농어촌의 밝은 미래를 향한 몇 가지 소견을 밝히면서, 지난 1년 동안 매주 화요일에 연재해온 저의 칼럼 ‘이 상무의 촌스러운 명상록’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합리적인 농식품산업과 농어촌의 위상 재정립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농식품산업은 세계시장에 스스로 적응하는 필수 생명산업이자 종합 식품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합니다. 농식품산업을 더 이상 폐쇄적으로, 보호, 지원, 육성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농어촌은 경제적 활력과 삶의 어메니티를 스스로 추구하는 역동적인 농어촌으로, 젊은 여성들이 살고 싶어 하는 희망의 삶터로 살려가야 합니다. 언제까지 낙후와 열위, 실의와 좌절에 절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자존과 긍지로 스스로 보람과 성취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세계화와 지방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가 된지 오래입니다. 예로부터 강인하고 순발력이 뛰어났던 우리 겨레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한 이 세계화를 우리 농식품산업이 세계시장에 우뚝 설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 주민의 자치를 바탕으로 지방화를 우리 농어촌의 새로운 위상을 실현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자면 낡고 비현실적인 정책과 제도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됩니다. 불필요한 규제와 과잉보호, 특혜지원 등이 효율과 형평을 해치는 것이지요.


새로운 대안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리고 개혁과 구조조정이란 수술에는 반드시 고통과 희생의 아픔이 따릅니다. 이를 두려워하거나 기득권에만 집착한다면 백년하청일 뿐이지요. 그러나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과격하면 실패와 반동의 확률이 커지게 됩니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이되 꾸준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지향해야 합니다. 동시에 자립정신과 자기책임 의식, 자존과 자조의 원칙이 제 자리를 찾도록, 지나친 요구나 일방적인 무리한 주장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유능하고 헌신적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농식품산업과 농어촌의 자조조직을 활성화하여, 이들이 실질적인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한국 농식품산업의 세계진출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수를 최대한 활용하여 6차 산업으로 시스템을 종합, 체계화하고, 전후방 연관 산업과 농업 인프라를 묶어 개도국을 지원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힘을 합쳐 동반 진출한다면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방식으로 얼마든지 시장을 개척해나갈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우리 젊은 인력의 해외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농어촌은 현재 상태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쇠퇴하여 재기불능 상태로 악화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귀농, 귀촌 추세가 가속화되고, 바이오, 생명산업화가 촉진된다면 역전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속히 우리 농식품산업을 친환경, 건강, 웰빙의 6차 산업, 그리고 우리 농어촌을 일터, 삶터, 쉼터로서 파워 농촌으로 회생시켜야 합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통일조국 완성에 농식품산업과 농어촌분야도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뜻과 지혜로, 우리 힘으로, 모두 함께 더불어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저는 농식품산업은 인류 역사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번성하리라고! 또한 농어촌은 모든 사람의 마음의 고향으로 끝까지 살아남으리라고!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 바람직한 정책을 펴나가는 일은 저의 일생이 걸린 과제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대한민국 농식품산업과 농어촌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제 남은 생에도 미력이나마 온 힘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이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투데이코리아 회장>


필자 약력
△전)농림수산부 기획관리실장
△전)세계식량농업기구(FAO)한국협회 회장
△전)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전)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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