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으로 北 비핵화 의지 확인” 주장 靑·與 궁지 몰릴 듯

 
▲ 판문점선언에 대한 북한 입장을 밝힌 조총련 성명서(사진=소식통 제공).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북한이 일본에서 발행하는 어용(御用)언론을 통해 “판문점선언은 북핵 폐기 선언이 아니다”고 ‘한국 몰래’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문점선언으로 북한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청와대는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4일 일본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 국제통일국은 지난달 30일 ‘민단중앙이 북남(남북)수뇌분들이 합의한 4.27판문점선언에 따라 함께 나설것을 기대한다 / 총련중앙 국제통일국’ 제하 성명을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실었다.

 

조총련은 외양상 재일(在日)조선인 권익단체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일본 지부’ 역할을 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를 ‘찬양’하고 있으며 그들 스스로도 북한으로부터 ‘지원·지령’을 받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1959년부터 시작된 ‘재일동포 북송사업’ 때는 재일교포들을 앞장서서 니가타발(發) 원산행(行) 만경봉호에 밀어넣기도 했다.

 

조총련은 성명에서 “판문점선언에서 천명되고 조미(朝美. 미북)공동성명에서 확인된 비핵화라는 것은 일방적인 ‘북의 비핵화’가 아니라 ‘핵 없는 조선반도(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한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조선반도에서 핵위협이 발생한 근원인 조미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체제를 수립해나간다는 것(이 판문점선언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성명 내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상식이지만 대한민국은 비(非)핵보유국이며 주한미군에도 핵무기는 없다. 굳이 남한과 관련된 핵무기를 꼽으라면 남한이 핵공격을 받을 시 ‘보복타격’하기 위해 미국 영토와 미 해군 잠수함에 배치된 핵미사일들 뿐이다.

 

결국 조총련, 정확해 말해 조총련을 배후에서 움직이는 북한은 이 성명에서 한반도 즉 남한과 연관된 핵무기 철수, 다시 말해 ‘한미(韓美)군사동맹 해제’를 ‘북핵 폐기 조건’으로 요구한 셈이다. 노동신문은 2016년 7월20일 김정은의 ‘대남(對南) 핵미사일 선제공격 훈련 지도’ 사진을 공개하면서 “미제(美帝)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는 것으로 모의했다”고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말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지난 4월27일 강훈식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판문점선언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판문점선언 내용과도 괴리감이 크다. 문재인정부를 지지하는 국민 중 많은 수는 북한이 마치 ‘조건없이 스스로’ 핵폐기에 나설 것처럼 여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을 긍정평가한 응답자 53% 중 14%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10%가 ‘대북·안보정책’을 긍정평가 이유로 밝혔다.
때문에 문재인정부, 민주당은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며 한미군사동맹 해제와 북핵 폐기 ‘맞교환’ 가능성을 애써 부인해왔다. 중도 성향 지지층 이탈을 염려해서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 성명 한 장을 통해 정부여당 주장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이해찬 “개성공단 정상화에 앞장설 것”
황장엽 “개성공단, 北 핵개발 생명줄”

 

민주당 측 관계자는 ‘판문점선언은 북핵 폐기 선언이 아니며 문 대통령도 동의했다’는 이번 북한 성명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핵 폐기가 더딘 가운데 ‘북한산 석탄 밀수 사건’까지 추궁받고 있는 민주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입장에서 한발 후퇴하는 모습이다.
이해찬 대표는 4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이 꼭 필요하다”면서도 “미래가 밝기만 한 건 아니다.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입증하는 실천조치가 모든 논의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핵 폐기에 ‘자신감 없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 성명에서 드러났듯 북핵 폐기 가능성은 사실상 ‘0%’에 수렴하는 상황이지만 이 대표는 개성공단 정상화 등 ‘대북지원’에는 ‘집념’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 여망으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이 문을 열었지만 보수정권 10년 동안의 상호불신, 북핵문제에 가로막혀 중단됐다”며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산 석탄 밀수에 더해 ‘개성공단 석유 밀반입 논란’도 겪는 문재인정부는 근래 ‘800만달러 대북지원’을 강행하려다 미국에 의해 저지됐다.
97년 망명해 사망할 때까지 3~4년간 본 기자와 서울 여의도 샛강역 인근 안가(安家. 안전가옥)에서 매주 접촉한 ‘김일성의 오른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핵개발에 목숨을 건 북한 ‘생명줄’은 다름아닌 개성공단을 통해 유입되는 ‘남한 자본’이라고 누차 생전증언한 바 있다.

 

북한이 핵폐기 조건으로 ‘한미군사동맹 해제’를 요구하는 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우선은 조총련 성명 발표에 앞서 지난달 중순 미 의회를 통과한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의해 사실상 불가능해진 주한미군 철수, 그리고 이에 따른 한미군사동맹 해제를 북핵 폐기 조건으로 요구함으로써 ‘핵보유 구실’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말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한미군사동맹에 해제될 경우 동맹국을 잃고 고립된 한국을 ‘핵공격’하려는 의도다. ‘평화협정’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맺는 것이지 한국과 맺는 건 아니다.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감축·철수가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국방장관이 한일(韓日)과 사전협의를 거쳐 확인할 경우 의회는 검토한다’는 조항이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16년 7월 부산·울산이 ‘핵미사일 탄착지점’으로 표기된 지도를 김정은이 살피며 미사일 사격훈련을 지휘하는 장면을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두 도시의 항구가 봉쇄되면 설사 미국이 수십만명의 지원군을 보낸다 해도 제대로 상륙할 수 없게 된다. 그 사이 중국·러시아를 우방으로 둔 북한은 대남침공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북한의 ‘기만술’은 실상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북한은 90년대 1차 북핵위기 당시에 이미 미북(美北) 평화협정,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협상결렬 책임을 미국에 미루면서 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한 북한은 2008년 ‘영변원자로 폭파쇼’를 펼치며 ‘비핵화 의지’를 주장했으나 이듬해에 보란듯이 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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