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기 대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흘만에 ‘폭염 실신알바 방치’ 논란 터져

▲ 8월1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오른 ‘롯데월드 조사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제하 청원(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롯데월드 알바환자 은폐 의혹’을 받은 롯데월드(대표 박동기)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랐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이 가운데 박동기 대표가 사고 발생 불과 약 열흘 전에 ‘환자돕기 캠페인’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 빈축을 사고 있다.


사고는 지난 7월25일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MBC 보도에 의하면 그날 폭염을 무릅쓰고 인형탈을 쓴 채 공연을 하던 아르바이트생 황모 씨는 결국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롯데월드 측은 황 씨를 병원에 긴급이송하는 대신 ‘직원 입단속’에 나섰다. 황 씨가 119 구급차에 실린 건 사고발생 약 1시간 뒤였다.


MBC 공개 영상에서 황 씨는 쓰러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련증세까지 보였다. 직원들이 119에 연락하려 하자 현장감독은 ‘누워 있으면 괜찮다’며 주변에도 알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약 1시간 뒤 황 씨 의식이 흐려지자 그제야 병원에 연락했다. 황 씨는 전날에도 쓰러져 회사 의무실에서 치료받았다.


롯데월드는 실내온도 26도를 유지한다고 했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은 “위가 유리로 돼 있어서 햇빛이 다 들어온다”고 반박했다. 근로환경에 대해서도 “밥 먹을 시간도 한 10~15분 정도 밖에 없다”며 휴식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폭염 시에는 1시간 작업 중 15분 가량 휴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롯데월드 측은 “의무실 상주 간호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24일에) 처음 쓰러졌을 때 다른 업무를 권했지만 직원 본인이 희망해 공연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휴식시간에 대해서도 충분히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롯데월드 조사 촉구 청원이 오르는 등 비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책임을 아르바이트생에게 미루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정의당 비정규직노동상담창구(비상구) 보도자료에 따르면 황씨 동료는 “회사는 알바 노동자가 쓰러진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봐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대기실에 눕혀 놓은 채 쉬쉬했다”며 “공연할 인원이 안 나와 스케줄이 안 나오면 인원을 더 채용하거나 배역을 빼야 하는데 무리하게 스케줄에 넣어 사람을 쓰러지게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사고 발생 약 열흘 전인 7월13일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나선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가운데).


그런데 사고 발생 약 열흘 전에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가 ‘루게릭병 환자 돕기’를 목적으로 하는 릴레이 캠페인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7월13~14일 연합뉴스 등 다수언론 보도에 의하면 박 대표는 같은달 13일 롯데월드 매직캐슬 앞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썼다. 이 캠페인은 한 사람이 얼음물을 견뎌내고 다음 도전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환자’를 돕겠다면서 정작 ‘말단직원 환자’는 1시간 동안 방치한 게 옳냐는 지적이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현재 수도권의 한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다는 20대 여성 김모(서울 서초구)씨는 “밖을 둘러보기 전에 먼저 안을 살펴야 하는 게 도리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아르바이트생 환자를 1시간 동안 방치한 건 일선의 판단이지만 최종 책임은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든 박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알바환자 방치’ 논란이 발생하고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랐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조사·수사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의하면 롯데월드는 이외에도 많은 논란을 겪고 있다. 실례로 지난달 14일 정의당 비상구 측은 보도자료에서 롯데월드 ‘윤리경영 실천서약서’ 등을 인용해 쇼운영팀 여성 노동자들에게 포토타임 때 일부 고객이 신체접촉, 키스시도 등 ‘성추행’을 해도 무조건 웃으면서 사진을 찍을 것을 사측이 요구했다고 전했다.


비상구 측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는 롯데월드 논란과 관련해 “회사 측은 청년 알바노동자들에 대해 공식사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 측은 여성 아르바이트생 성희롱 방치 의혹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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