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재 美 대사 “대북제재만이 유일한 길”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 갈등이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 취소 후 표면화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또다시 충돌했다. 청와대는 “핵 목록만 내놔도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한 반면 미 행정부는 “대북제재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5일 MBC 보도에 따르면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목록을 언제 어떻게 발표하겠다는 의사만 밝혀도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고 이 입장을 문재인정부 대북특사단이 북한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뉴욕 현지시간으로 4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내놨다. “대북제재는 북한 주목을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 문 특보는 ‘핵 목록 발표’만으로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한 반면 헤일리 대사는 ‘대북제재’만이 유일한 미북(美北)대화 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문 특보 말대로 백악관이 북한에 ‘핵 목록 발표’를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목록을 발표한다고 북핵이 사라지는 건 아니며 목록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사실대로 공개하더라도 위치를 옮기면 그만이다.


게다가 정말로 목록 발표와 종전선언 ‘빅딜’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미 여야는 안보에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만에 하나 문 특보 주장대로 백악관이 물밑에서 북한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면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백악관이 자국 안전만을 위해 사실상 한국을 북핵과 북한·중국·러시아 군사동맹 앞에 방치하겠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을 빼고 일본, 호주, 인도와 대(對)중국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장관 발언을 보면 미북 간 물밑거래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9월 남북정상회담은 미국 동의사항이 아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한미동맹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어느 순간부터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남한 내 핵을 먼저 폐기해야 북핵 폐기도 가능하다는 입장의 북한식 용어이기에 우려를 낳고 있다. ‘있지도 않은’ 남한 핵의 선(先)폐기를 이유로 사실상 북핵 폐기를 거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말하는 ‘남한 핵’이 태평양함대 등에 배치된 미국 핵전력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이것대로 한미군사동맹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 된다. 정부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북한 페이스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의도적으로 북한 ‘장단’에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핵폐기 조짐도 없는 상황에서 북한산 석탄 밀수를 사실상 묵인하고 북한에 석유·경유를 몰래 반입하는 한편 800만달러 대북지원을 시도할리 없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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