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전 부사장.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 연매출 160조원을 기록하고 6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LG는 그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21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서 장남 경영의 철학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재벌 그룹들 대부분이 가족·친인척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않는 만큼 LG도 극복할수 없는 부분일까.

LG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대부분 분쟁없이 순조롭게 경영 승계를 해왔다. 이는 생전 故 구인회 LG창업주의 경영 원칙인 ‘인화(人和)’ 경영 문화에 있다.

인화(人和)란 ‘여러 사람이 함께 화합한다’는 뜻이다. 故 구인회 LG창업주는 “한 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며 사람간 신뢰와 가족의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워홈의 구지은 전 부사장과 구본성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에 재벌 3세들이 불을 지폈다. 구지은 전 부사장과 구본성 부회장은 서로 남매 사이다.

▲ 아워홈.


이들은 2017년 범 LG가의 속하는 식자재 유통 전문 기업(구 LG 유통 분리) 아워홈 경영권을 두고 대립했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남매 구본성 구지은 남매는 각각 장남과 막내딸이다. 따라서 LG의 장자 승계를 위해서 다툼이 생긴것이 아니냔 분석이다.

하지만 당초엔 아워홈 구자학 회장의 막내딸 구지은이 부사장에 승진하면서 장자 승계의 불문율이 깨지는게 아니냐란 평가가 많았다. 승계를 두고 식품업계에서 아워홈의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인력개발원과 글로벌 인사컨설팅 회사 왓슨와이어트를 거쳐 2004년 아워홈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구매물류사업부장과 외식사업부장,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자재사업본부장 등으로 일하며 입사 당시 5000억원대 매출을 2014년 기준 1조3000억원 가량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처럼 2016년 5월까지 12년 동안 등기이사를 맡으며 지속적으로 경영에 참여해왔지만 단지 ‘장자승계’원칙을 지키기 위해 최대주주 구본성 부회장이 승계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지은 전 부사장이 돌연 부사장 직에서 내려와 아워홈의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이후 아워홈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구본성 부회장이 이기는 듯 싶었다.

하지만 ‘남매대첩’의 불이 붙기 시작한것은 지난해 4월 구지은 전 부사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아워홈의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청했다.

▲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구지은 전 부사장.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제기하자마자 아워홈은 발칵 뒤집혔다. 임시주총의 안건이 바로 이사 선임의 건이였던 것이다.

일각에선 임시주총 전에 구지은 전 부사장이 자신의 두 언니인 구미현씨와 구명진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손을 잡았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장녀 구명진씨는 아워홈의 지분 19.60%, 차녀 구미현씨는 19.28%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세 자매가 힘을 합친다면 합이 59.55%로 반이 넘는 지분인데다 최대지분 38.56%를 보유한 구 부회장보다 많아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후 이사회를 통해 구본성 부회장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가결, 구지은 전 부사장은 해당 임시 주총에서 자신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시주총에서 이사 추가 선임 건은 부결됐다. 장녀 구미현 씨가 오빠인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구 전 부사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추가 선임 안이 부결되자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아워홈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 소송을 취하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1차 심리를 시작으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었다.

장자 승계의 전통은 이어나갈수 있게 됐지만 분쟁의 불씨는 남겨졌다. 언제든지 막내의 편을 다시 들어줄수 있는 계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아워홈 경영권 승계는 일단락 됐으며 2016년 이후 구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 중이며 구지은 전 부사장은 자회사 ‘캘리스코’의 대표이사로 남게 됐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LG는 장자 승계의 원칙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