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제주 예멘난민 23명 출도 허가… 22명 “육지로”

    3명은 홀로 입국한 미성년자… ‘터키테러’ 악몽에 우려 고조
    기사입력 2018.09.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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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jpg▲ 12~14세 어린이가 일으킨 2016년 터키 결혼식장 테러 당시 가족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유족.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 일부가 과거 ‘총기무장’ 사진을 공개하고 ‘테러조직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수십명이 국내 체류 및 ‘출도(出島)’를 허가받았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도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84명(신청포기자 3명 포함) 중 면접이 끝난 440명에서 23명에 대해 1년 간의 인도적 체류, 제주도 출도를 허가했다고 14일 밝혔다.

    제주출입국 등에 의하면 이들은 영유아 동반가족, 임신부, 미성년자, 부상자 등으로 내전 및 후티 반군 강제징집을 피해 난민이 됐다. 이 중 미성년자는 10명으로 3명은 부모 등 보호자 없이 홀로 입국했다. 23명 중 22명은 서울, 부산 등 육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출입국 등은 이들이 난민협약,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난민지위는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예멘의 내전 상황, 제3국에서의 불안정한 체류와 체포·구금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추방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25일 중앙선데이는 국제 리스크컨설팅 업체 ‘리직스’와 함께 제주 체류 예멘인 50명의 페이스북을 표본조사한 결과 18명이 과거 ‘총기무장’ ‘카트(마약)복용’ ‘테러조직 지지’ 사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테러조직은 미성년자, 여성도 테러에 동원해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경계가 성인남성에 비해 덜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난 2016년 터키 폭탄테러 당시 현지경찰은 범인이 테러조직 지시를 받은 ‘12~14세 어린이’라고 밝혔다. 남동부 가지안테프의 한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이 테러로 최소 51명이 사망하고 6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올해 4월에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에서 여성이 포함된 2인조 테러범이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폭탄을 터트려 4명이 사망했다.

    지난 6월28일 본지는 우리나라가 예멘 정부군에, 북한이 후티반군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실상을 단독보도했다. 이후 8월 유엔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후티반군과 무기거래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후티반군으로서는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정부군에 무기를 전달하는 한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난민위장 테러리스트’를 파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셈이다.

    지난 7월5일 인천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07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했던 시리아인 A씨를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평택의 한 폐차장에서 일하면서 동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이슬람국가(IS) 가입을 권유하는 한편 차량에 폭발물을 싣고 다니다 적발됐다.

    한때 이슬람 난민들을 대거 받아들였던 독일 등 유럽 각국은 집단성폭행, 폭탄테러 등으로 몸살을 앓다가 난민거부로 입장을 선회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랐던 예멘 난민 반대 청원에는 역대 최다인 70만명 이상이 서명했으나 청와대는 난민 수용을 강행하겠다고 답했다. 난민 반대 측은 유럽 사례에서 드러났듯 선량한 난민과 범죄자·테러리스트를 구분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에 국민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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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코칼럼
  • [박현채 칼럼]무서운 싱크홀 하루 2.6개씩 발생
  • 박현채 주필|2018-09-21
  • 멀쩡하던 땅이 갑자기 침하하면서 사람과 자동차, 건물 등을 빨아들이는 싱크홀(sink hole)이 하루 평균 2.6개씩 생기고 있다. 차를 몰고 가던 도중 갑자기 도로가 움푹 꺼지면서 깊은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내가 살고 있는 집이 한순간에 커다란 구멍 속으로 사라지는 상상을 하게 되면 모골이 송연해 진다. 2005년 전남 무안군에서는 전날까지 멀쩡했던 30평이나 되는 방앗간 창고가 하룻밤 사이 19m 깊이의 땅속으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2008년 충북 음성군 꽃동네에서는 천둥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땅에 구멍이 생겨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또 2010년에는 충북 청원군의 마을 저수지에 구멍이 생겨 물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는 지난달 3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구덩이 크기가 90평이나 되는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5일에는 의정부시 사패산 화룡사 입구에서 싱크홀이 발생, 그곳을 지나던 지게차가 통째로 빠졌고 10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깊이 2m의 싱크홀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싱크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그 중에는 원인 불명인 경우도 상당수였다. 싱크홀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거나 인공적으로 생긴다. 자연 발생 싱크홀은 주로 물에 잘 녹는 석회암과 백운암, 암염 지대에서 주성분이 지하수에 녹으면서 발생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과 편마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땅 속에 빈 공간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들어 도심에서 인공적인 지반침하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인구 밀집지역인 도심지에서 발견되는 싱크홀은 지하수 네트워크에 이상이 생기면서 만들어진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이나 지하철, 대형 건축공사 등으로 지하수를 너무 많이 빼내게 되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땅속에 공간이 생기게 되고 이 공간이 위에서 누르는 압력을 버텨내지 못하게 되면 한순간에 지표가 무너져 내린다. 사라지는 지하수의 양이 많을수록 싱크홀의 크기도 커진다. 또한 지표수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경우 메마른 흙에 물이 흥건해 지면서 지반 약화로 땅이 내려앉을 수 있고 파손된 상.하수관이나 빗물 연결관에서 새어 나온 물이 주변 흙에 스며들어 싱크홀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지하수가 너무 잘 흘러도 싱크홀이 생길 수 있다. 흐르는 지하수가 수로 주변의 점토와 모래 등을 깎아내 지하수 길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으로 나타나는 싱크홀은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지만 인공적으로 생기는 싱크홀은 사전 예방하면 막을 수 있는 인재다. 싱크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에서 4500여 건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898건,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828건, 2017년 960건으로 해마다 900건 안팎의 지반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서울이 3581건으로 전체의 78%를 차지, 가장 많다. 이어 경기도 255건(5.6%), 광주 109건(2.4%), 대전 84건(1.8%), 충북도 82건(1.8%) 순이다. 싱크홀의 주요 원인은 노후 하수관 손상이 3027건(66%)으로 가장 많았고 관로공사 등이 1434건(31%), 상수관 손상이 119건(3%)으로 뒤를 이었다. 노후 상·하수관의 파손으로 물이 흘러나오면서 지하의 흙이 쓸려 내려가 싱크홀을 유발하는 것이다. 여름철인 6~8월의 월평균 발생건수가 350~500여 건으로 겨울철의 100여 건, 봄·가을의 200여 건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은 집중호우 등으로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집중호우에 따른 지질 변화가 예상돼 앞으로 땅 꺼짐 현상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 발생 싱크홀과는 달리 인구밀집지역인 도심에서 생기는 싱크홀은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규명해 근원적인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채 단순히 구덩이를 흙으로 메우는 땜질식 복구는 대재앙을 자초할 수 있다. 특히 지반이 약한 한강 매립지로, 싱크홀 발생이 잦은 잠실과 여의도 지역에서는 보다 철저하고 확실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하겠다. 이젠 노후 상·하수관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아직까지도 30년 이상 지난 노후 지하 시설물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시설물 안전 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 땅 꺼짐 현상을 사전 예방해야 한다. 아울러 도심 지반침하가 주변 부실공사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거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사현장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해 나가야 하겠다. &lt;투데이코리아 주필&gt; 필자약력 △전)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 [김성기 칼럼]집값 대책인지, 세금 더 걷겠다는 건지
  • 김성기 부회장|2018-09-14
  •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정부가 잇달아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 중과에 치중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정부는 13일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해 다주택 보유자는 물론 1주택이라도 비싼 주택에 사는 국민에게는 부담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신규취득주택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축소하고 금융규제 조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과 세종시 등의 다주택보유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세율을 최대 3.2%까지 중과하고 종부세 부과에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공개했다. 부동산 대책에 단골로 나오는 양도세와 보유세 강화, 대출규제 등을 모두 동원,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도 늘려 보겠다는 처방이다. 당장 서울 집값이 뛰고 있는 주요인으로 지목된 공급부족에 대해서는 “수도권 내 교통여건 등이 좋은 지역을 선정해 30만 가구규모의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고 개괄적인 방안만 제시했다. 하지만 집값 잡겠다며 세금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게 과연 적절한 대책인지, 실수요자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게 아닌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주택 값의 변동을 보면 투기수요가 앞장서 활개를 치기보다는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체제에서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대책발표와 안이한 수급 전망, 현실에 맞지 않는 세금중과가 겹쳐 움직인 부분이 매우 커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에 여의도.용산개발계획을 밝혀 불길을 당겼고 정부는 집값 잡겠다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가구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보증을 제한키로 했다가 거센 반발에 밀려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한 여당의원은 경기도의 신규 택지개발후보지 자료를 언론에 유출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부가 혼선을 빚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호가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집을 팔겠다는 매도세는 사라지고 사겠다는 수요가 몰려 9월 첫째주 서울지역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71.6을 기록, 2003년 지수집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양도세 중과조치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뚝 끊겨 지난 3월 1만4600여건에 달했던 거래건수가 4월부터 평균 5700여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서 올해 3월까지 단기적으로 아파트 매물을 늘려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시한을 정해 양도세 강화를 예고했던 것인데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 지금 처럼 보유세와 거래세가 모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세제 속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몰려나올 여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실수요 1주택자는 생활 여건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대부분 이전을 꺼리고 다주택자는 매매주택의 전세 보증금을 내주고 높은 양도세까지 물어야 하기 때문 그 부담이 너무 크다. 자칫 보증금에 세금 물고 나면 빚을 내야하는 형편에 몰릴 수도 있다. 종부세나 재산세 등 보유세가 높은 국가에서는 양도세가 거의 없어 최소한 거래에는 큰 부담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종부세 부담을 확대한 조치는 이번 정부 대책의 속내가 집값 안정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재정수입을 확대하려는 데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종부세 강화는 은퇴생활자나 중산층의 부담까지 늘려 조세저항을 부를 우려가 없지 않다. 막상 부담이 늘어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투기 근처에도 가본 일이 없는데 정책과 부동산 시장이 이상하게 돌아가 갑자기 세금이 오르면 반발하게 마련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세액이 얼마 안 된다고 강변하지만 수입이 뻔한 형편에 생활물가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까지 오르고 있어 그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로 예상되는 4100억원 가량의 세수 증가분을 서민주거안정대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침이 그러할 뿐이지 실제로 꼬리표가 없는 돈이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자리 대책에 들어가는 돈이 54조원에 이르고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 이행에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된다고 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처럼 들어가는 돈을 세금으로 채워야하니 종부세를 더 내게 된 국민 입장에서는 뭔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지 않겠나. &lt;투데이코리아 부회장&gt;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 [권순직 칼럼]기업은 타도 대상인가
  • 권순직 논설주간|2018-09-13
  • 정권이 바뀌면 거의 예외 없이 기업, 기업인은 한차례 곤욕을 치른다. 이른바 기업 길들이기다. 정권 당사자들은 ‘길들이기가 아니라 사회 정의를 확립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기업인들은 길들이기라고 여긴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그 기간 숨죽이고 잔뜩 움츠리며 지낸다. 이 정부 들어 유난히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정권 주류가 대부분 반기업 정서를 갖는 운동권 및 시민운동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투자에 소극적이고, 보신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여기에다 대기업 오너들의 눈살 찌뿌리게 하는 갑질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고,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인상이다. 고용위기에 처한 정부 입맛 맞춰주느라 재벌들은 거액의 투자계획, 인원 채용계획을 앞 다투어 발표한다. 뜯어놓고 보면 늘상 하는 정도이지 투자나 채용을 특별히 늘리는 수준도 아니다. 그것도 정부에 인심 쓰듯 발표해놓고 실행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누가 체크할 수도 없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벌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은 이유가 있다. 1960년대 이후 압축경재성장 과정에서 정부는 재벌위주의 정책을 폈다. 자연히 재벌에 대한 갖가지 특혜가 주어졌고, 이를 자양분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들이 성정 과실을 합당할 만큼 사회에 환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벌과 권력간의 유착 비리는 온 국민이 보아온 사실이다. 기업 오너들의 책임의식 결여도 문제다. 2세 3세로의 경영세습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유능한 후계자로 이어졌지만 상당수는 함량미달 낮은 수준의 세습자가 기업을 맡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눈살 찌뿌리게 하는 갑질 비리가 터져 나온다. 세 번째는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만 그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간 받아온 혜택에 부합할 만큼 기여하지 못하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큰 것이다. 여기에 반기업 정서가 강한 정권실세들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이 최근 우리 기업들 둘러싼 분위기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격려 유도해야 자, 그러면 기업은 타도 대상인가. 필자는 전두환군사정권 시절 국재 재벌랭킹 8위였던 국제그룹이 하루아침에 해체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 무렵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을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국제그룹 해체를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무척 의외였다. “양정모회장은 자격없는 경영인이다”였다. 같은 기업인으로서의 동정심이 아닌, 가혹한 평가였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회장은 “전후 사정이야 어찌됐든 양회장이 거느린 종업원이 10만명이 넘는데, 그들의 직장이 불안해졌고, 가족을 합하면 30~40여만명의 국민이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금은 알차고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한 한 기업인 이야기. 중소기업을 하던 그의 아내는 월말만 되면 배가 아파 앓아누워야 했다. 월말이면 친정에 가서 돈을 빌려다가 종업원 월급을 지급해야 하니 앓을 수밖에 없었다. 시일이 흘러 이 기업은 탄탄해졌고, 친정으로 돈 빌리려 갈 일이 없어졌는 데도 이 사장 사모님은 월말 배앓이가 상당기간 지속됐다. 최근 고 최종현SK회장 20주기 추도 행사가 이목을 끌었다. 고려대와 연세대 두 대학 총장이 동시에 신문에 기고문을 싣고 최회장을 추모했다. 그들은 최회장이 세운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유학했다. 최회장이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44년간 3,700여명의 인재에게 유학비와 체재비를 지원했다. 아무 조건도 없다. 그간 해외 명문대 박사만도 740명에 이른다.인재 양성에 대한 고인의 집념과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에 많은 공헌을 했을 것이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많은 부자들의 사회 기여를 볼 수 있다. 손꼽히는 부자요 명문가였던 우당 이회영선생 일가는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쓰고 자신들은 험하고 어려운 생활을 한 것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표상이다. 경주 최부자 얘기도 유명하다. 광활한 농지 소유자였던 최부자는 인근 10리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나와선 안된다며 베풂을 실현했다. 6.25전쟁이 터져 공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 밤이면 부자들을 인민재판정에 불러 심판하고 죽이는 일이 빚어지던 때,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이웃을 보살폈던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앞장서서 보호해준 사례는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기여가 없느냐.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의 기금을 조성, 이웃과 함께하고 국가 사회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그 규모가 국민의 요구 또는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만큼 행하여지느냐는 좀 더 살펴볼 일이다. 어쨌든 기업으로선 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정부나 국민들도 기업을 매도하지만 말고 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을 타도대상으로만 봐선 안 될 것이다. &lt;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gt;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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