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조기·민어·도미 등 많이 쓰여… 지역별 특색 생선도

▲ 추석이 다가오면서 제수용 생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민족 최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들뜬 마음도 있지만 제사(차례) 생각에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행여나 예법에 어긋날 경우 집안어르신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규격화된 제수용품과 달리 제수용 음식은 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복잡한 내용이 많아 근래 젊은층에서는 간편식으로 대체하는 경향도 있다. 심지어 프라이드치킨(!)을 제사상에 올리는 집도 있다. 하지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아름다운 역사를 돌이켜볼 때 씁쓸함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1년에 단 한번뿐인 민족대명절 추석. 투데이코리아와 함께 추석 제수용 음식, 특히 ‘제수용 생선’에 대해 알아보면서 동방예의지국 후손의 자존심도 지키고, 집안어르신들 핀잔도 피하며, 맛있은 음식도 음복하는 세 가지 행복을 한꺼번에 누려보자.


▲ 대표적 제수용 생선 중 하나인 굴비.


굴비·조기·민어·도미 등 일반적… 적·포·해 등 요리법 다양


우리나라는 ‘공자(孔子)의 고장’ 중국도 감탄할 정도의 ‘유교국가’다. 중국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집권시기인 1960~70년대 문화대혁명으로 옛 문화가 대부분 소실됐지만 한국은 일제(日帝)치하, 6.25전쟁 등 격동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문화를 잘 간직해왔다.


많은 중국인들이 유교(유학)를 배우기 위해 도리어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의 유교는 옛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유교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바로 ‘조상님에 대한 제사’이며, 그 중요성만큼 복잡함도 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사상에는 꽁치, 갈치, 삼치 등 ‘치’자가 붙은 생선은 올릴 수 없다. ‘어리석을 치(痴)’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자연히 참치(다랑어)도 금물이다. 생선은 아니지만 복숭아, 붉은 팥, 고춧가루·마늘이 들어간 음식도 금기시된다. 복숭아·팥은 귀신을 쫓아낼 때 사용하는 과일이기 때문에, 고춧가루·마늘은 영혼을 쫓아내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제수용 생선은 대체로 굴비, 조기, 민어, 도미 등이 쓰인다. 일반적으로 냉장상태 그대로 조리하기 보다는 반건조 상태로 사용한다. 많은 생선 유통업체에서 제수용 반건조생선을 판매하고 있으니 일부러 냉장생선을 사다가 코를 막고 집안에서 말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구입 후에는 찌거나 구워서 상에 올리면 된다. 포를 만들어 차리는 경우도 있다. 전문용어로 굽거나 찌는 건 적(炙), 완전히 말린 상태는 포(脯), 젓갈 상태는 해(醢)라고 한다. 상에서의 위치는 ‘적’의 경우 중앙, ‘포’는 왼쪽, ‘해’는 오른쪽이다. ‘탕(湯)’에 생선이 들어가기도 한다. ‘탕’은 생선, 채소 등을 사용한 국을 뜻하며 ‘갱(羹)’은 고깃국물에 채소를 넣은 국을 의미한다.


▲ 제사상에 놓인 프라이드치킨과 인스턴트 만두. 기호(?)에 따라 피자가 오르기도 한다. 시대변화에 제사풍경이 바뀌는 곳도 있다.


돔배기·문어 등 지역별 특색생선도… ‘신토불이’는 옛말


굴비, 조기, 민어, 도미 외에 각 지역별 특색생선도 있다. 영남권 중 대구에서는 상어고기(돔배기)를 구워서 올린다. 안동에서는 문어를, 경남에서는 조개 등 어패류를 올린다.


참고로 안동 제삿밥은 맛있기로 유명해 ‘헛제삿밥’이라는 식문화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배불리 먹고 싶어 일부러 제사를 올린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있다. 1980년대부터는 아예 지역에서 전문음식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호남에서는 홍어가, 경기에서는 북어가, 강원에서는 가자미가 상에 오르기도 한다. 본시 ‘탐라국’이라는 독립국으로 존재하다 1445년 조선에 병합된 역사, 사면이 바다인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제주에서는 오징어구이 등 색다른 제수용 생선을 볼 수 있다. 제주는 육지에 비해 인스턴트식품, 가공식재료 사용 빈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다소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옛 제사 문화가 거의 원형 그대로 전해내려오는 것과 달리 제수용 생선은 안타깝게도 ‘신토불이’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중국어선들의 조직적인 불법조업 등 영향으로 우리나라 근해에서 각종 어류의 ‘씨’가 마르면서 제삿상에 수입산 생선이 오른지는 오래됐다. 지난 2008년 9월 관세청에 의하면 당시에도 이미 제수용 생선의 대부분은 중국, 러시아에서 수입됐다. 조기, 명태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98%가 중국·러시아산이었다. 북어도 중국·러시아산이 각각 42%, 58%를 차지했다.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10일 영남권 대형할인업체 메가마트에 따르면 4인가족 기준 부산, 울산, 경남지역 추석 제삿상 예상비용은 전년 대비 1% 상승한 21만7920원으로 추산됐다. 다만 해양수산부 등 당국이 생선 비축물량 방출에 나서고 있어 예상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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