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표단, 30분 일찍 도착해 ‘도열’… 불참에 “이런 경우가 있나”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오른쪽),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한 여야3당 대표가 북한 노동당 고위층과의 면담에 ‘파투’를 놔 북한 측이 ‘격노’하는 일이 벌어졌다. 3당 대표는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책임회피를 위한 의도된 ‘파투’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8일 오후 3시30분께 우리의 국회의사당 격인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과 면담할 예정이었다.


이같은 일정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청와대가 발표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별수행단(3당 대표)은 오후 3시30분부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접견한다”며 “특히 3당 대표는 안 부의장을 만난다”고 밝혔다. 3당 대표와 안동춘은 남북 긴장완화, 비핵화, 국회회담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안동춘 등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앞서 만수대의사당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은 문 앞에 도열해 3당 대표를 기다렸다. 약속시간이 넘어가고 급기야 20분 가까이 시간이 흐른 3시50분이 되자 북한 측 대표단 사이에서는 동요가 발생했다. 이들은 “이런 경우가 어디있나”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격노’했다. 결국 4시17분께 취재진은 전원 철수했다.


3당 대표는 5시10분이 되어서야 숙소 고려호텔 로비에서 취재진에 불참을 해명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시간에 정당 대표들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3당 대표는 물론 이들의 보좌진들까지 한꺼번에 일정을 ‘착각’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 측은 물론 우리 측 수행원들도 수차례 연락했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발생할 책임을 3당에도 분담시키려는 청와대 의도를 파악하고 이뤄진 ‘면피성 파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정상회담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3당과 청와대가 ‘한배’를 타게 될 경우 내달 열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3당은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정상회담 불참 야당들에 대해 공격도 방어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국민 비판여론 앞에 지지율 하락 위기에 직면하게 됨은 물론이다.


청와대가 3당 대표를 ‘특별수행단’으로 지칭한 게 정동영 대표 등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3권분립 체제에서 여야 정당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국회가 정부 거수기로 전락한 ‘독재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평화당, 민주당은 각각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에서는 ‘한몸’이나 다를 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앙숙’ 관계다. 평화당 실세인 박지원 의원을 ‘감옥’에 보낸 건 다름아닌 친노(親盧)다. 평화당은 친노와의 권력싸움에서 밀려 민주당에서 탈당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아침에 눈만 뜨면 문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문모닝’으로 유명했다.


3당 대표의 대통령 ‘수행’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는 앞서 수차례 나온 바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에서 “청와대가 억지로 국회와 각 정당을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같은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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