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화합’ 공통 키워드…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점도

▲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봉오도리(盆踊り) 마츠리.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추석’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유교문화권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치르는 민족최대 명절이다. 명칭은 각각 한가위, 중추절(中秋节), 오봉(お盆), 뗏쭝투(Tet Trung Thu) 등으로 다르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진 대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즐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본 기획에서는 중국, 일본, 베트남의 추석 역사와 풍습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가위는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관계상 다루지 않는다.


‘대륙의 스케일’ 중국의 중추절


추석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아무래도 4개국 중 가장 역사가 깊은 중국이다. 중국 고대역법에서 가을 중 가운뎃날인 음력 8월15일을 뜻하는 ‘중추’라는 단어는 기원전 1046년~기원전 771년 사이 존재한 주(周)나라의 정치가 주공단(周公旦)이 저술한 유교경전 주례(周禮)에서 처음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중춘(仲春)의 날에는 북을 치는 사람들이 유아(幽雅)를 불면서 여름을 맞는데 중추의 밤에 겨울을 맞이하는 것도 이와 같다”고 기록하고 있다. 주나라 중추절 당시에는 달의 여신 항아(姮娥)에게 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 항아라는 인물은 우리 한민족과도 연관이 깊다. 포박자(抱朴子)에 따르면 그의 남편은 고대의 궁신(弓神) 예(羿)이기 때문이다. 학계 일각은 예를 고구려 종족기원으로 알려진 예맥(濊貊) 출신으로 보고 있다. 예는 예맥을 상징하는 가상의 인물이며 그가 황하(黃河)의 신 하백(河伯)의 왼쪽 눈을 화살로 쏘아 맞힌 것은 예맥족과 중국 한족(漢族) 간 전쟁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여담으로 항아는 그리 좋지만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천제(天帝)의 아홉 아들을 쏘아 죽인 예와 함께 지상으로 쫓겨나 인간이 되는 벌을 받았다. 그런데 곤륜산(崑崙山)의 서왕모(西王母)가 두 개의 약을 주면서 “하나를 먹으면 불로장생하고 두 개를 먹으면 다시 신이 될 수 있다”고 하자 남편 몰래 두 개를 모두 먹고 승천했다가 ‘괘씸죄’에 걸려 도리어 달로 추방당하고 말았다.


▲ 항아의 모습. 달에 산다 해서 월궁항아(月宮姮娥)라고 불리기도 한다. 2007년 발사된 중국 첫 달 탐사위성에 이름이 붙기도 했다.


주례에 의하면 중국 중추절도 우리 한가위와 마찬가지로 고대 때부터 대가족이 모여앉아 하늘의 둥근 달을 바라보면서 집안의 화목을 기원했다. 또 둥근 과자와 둥근 과일을 달에게 바친 뒤 가족은 물론 이웃과도 나눠먹으면서 마을 단위의 단합도 다졌다.


오늘날의 중추절은 ‘대륙의 스케일’로 유명하다. 14억 인구 중 ‘최소’ 3억명이 고향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전국 교통망에 비상이 걸린다. 올해에는 9월22~24일이 중추절에 해당된다. 현대에 들어서는 월병(月餠)이라고 하는 국화빵 비슷한 과자를 먹는 풍습이 있다. 폭죽놀이도 벌어져 대륙 전역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중추절은 중국뿐만 아니라 같은 중화권인 대만, 홍콩, 마카오에서도 지낸다.


비판도 있다. 중추절이 ‘다이아몬드 월병’ ‘금(金) 월병’ 등 상류층의 부(富)의 과시의 장이 되고 ‘합법적인’ 뇌물증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월병을 위한 명절이냐” 등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집권 후 명목적으로는 700위안(약 11만4000원) 이상 월병세트 판매가 금지되고 있지만 암암리에 밀거래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불교’에서 시작된 일본의 오봉
‘어린이날’ 개념의 베트남 뗏쭝투


일본의 오봉은 ‘불교의 나라’답게 한 불교경전에서 유래됐다.


효(孝)를 강조한 불경인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업보로 인해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진 것을 안 딸이 부처의 말에 따라 음력 7월15일 시방(十方)의 대덕(大德)들에게 봉양하자 어머니가 극락왕생을 이뤘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서기 6세기 경 중원절(中元節)이라는 명절이 생겨났고 이것이 7세기 경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오봉의 시작이다.


당시 일본은 쇼토쿠(聖徳)태자 주도로 중국 문물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었다. 606년 스이코(推古)천황 때 이미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시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탈아입구(脱亜入欧) 이념을 바탕으로 19세기 단행된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부터는 그레고리력을 적용해 매년 양력 8월15일 거행하고 있다.


현대 들어 오봉은 공식휴일은 아니기에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은 대부분 정상영업한다. 다만 제조업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많은 일반국민은 오봉을 전후해 오봉야스미(お盆休み)라는 연휴를 즐긴다. 오늘날에는 종교적 색채가 많이 사라졌으며 한가위, 중추절처럼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화목을 다지는 게 일반적이다.


통상 오봉은 여러 단계를 거친다. 몇가지를 들자면 봉미치즈쿠리(盆路つくり) 때는 집으로 돌아오는 선조들의 영혼을 영접하기 위해 집에서 묘소까지 이어지는 길가의 풀을 베어 정리한다. 봉나바토리(盆花とり) 때는 묘소에 꽃을 바치며 본다나츠쿠리(盆棚つくり) 때는 제단을 만든다. 하츠봉(初盆)에서는 친척, 지인이 모인 가운데 스님을 초청해 독경한 뒤 공양의 의미로 다같이 식사한다.


하카마이리(墓參り) 때는 조상의 묘를 찾아 예를 올린다. 봉오도리(盆踊り) 때는 시청광장 등에 모여 전 지역민이 함께 춤을 춘다. 3대 봉오도리로는 아키타(秋田)현의 나시모나이(西馬音内), 기후(岐阜)현의 군죠오도리(郡上おどり), 도쿠시마(德島)현의 아와오도리(阿波踊り)가 꼽히며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오쿠리비(送り火) 때는 오봉 기간 동안 장식한 등불 등을 바다·강에 흘려보내면서 떠나는 조상의 혼을 배웅한다.


▲ 베트남 뗏쭝투에서의 사자춤.


베트남의 뗏쭝투는 중추절과 마찬가지로 매년 음력 8월15일 열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베트남은 과거 중국에 의해 오랜 기간 식민지배를 받았다.


기원전 111년 한(漢)나라 무제(武帝)는 남월(南越)을 정복했으며 서기 42년에는 ‘쯩(Trưng) 자매’가 반란을 일으키자 광무제(光武帝)가 토벌군을 보내 진압했다. 후한(後漢) 시기에는 13주 중 하나인 교주(交州)에 편입돼 교주자사 사섭(士燮. 베트남어로는 시 니엡)의 지배를 받았다. 사섭은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으며 이 때 중국문화가 베트남에 대거 유입됐다.


때문에 뗏쭝투는 중추절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노이한인회 측에 의하면 달 속에 비친 흐릿한 그림자는 ‘항 언니(chi Hang)’와 ‘꾸어이 아저씨(chu Cuoi)’가 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여기에서 ‘항 언니’는 중국 항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월병을 만들어 달에 제사를 지낸 뒤 나눠먹고 사자춤을 추는 풍습도 유사하다.


뗏쭝투는 일본의 오봉과 마찬가지로 공식휴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식구가 모여 조상에게 제를 올리고 상호온정을 전하는 점은 같다. 특이한 건 이 날을 어린이날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농경시기에는 3모작으로 인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기에 농사가 끝나고 잠시 쉬는 뗏쭝투에 자녀들과 놀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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