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산책을 위해 집에서 가까운 선정릉을 자주 찾는다. 능역의 숲길을 걷다보면 도시 숲의 중요성을 새삼 체감하게 된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숲의 상쾌한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추석연휴에는 양재천 제방을 따라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하천주변과 제방을 따라 조성된 풀밭과 숲길이 그만이다.

양재천에서 눈길을 남쪽으로 돌리면 대모산과 청계산이 지척이다. 산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뻗은 울창한 수목이 인공으로 조성된 숲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일대가 그린벨트와 도시공원부지 등으로 지정돼 녹지훼손을 막아온 덕분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택지부족으로 개발압력은 날로 가중되고 있어 그린벨트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후년 7월까지 시행되지 못할 경우 지정효력을 잃게 된다. 도시공원부지가 난개발에 직면할 우려가 높다.

도시 숲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절감하고 있다. 올해처럼 기록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칠 때에는 온도를 낮춰주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줄여주는 큰 효과가 있다. 산림청 연구에 따르면 숲이 우거진 곳은 미세먼지가 도심에 비해 25.6% 낮고 초미세먼지는 40.9%나 떨어진다. 숲이 우거지면 기온이 낮아지고 습도는 올라가 높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줄일 뿐 아니라 나뭇잎의 기공이 먼지를 흡수하고 줄기도 이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미니신도시 4~5곳을 새로 조성, 주택 20만 가구를 공급하고 또 수도권에 중소규모 택지 17곳을 지정해 3만5천 가구를 짓겠다고 밝혔다. 서울 그린벨트 부분 해제는 서울시의 반대로 이번 대책에서 빠졌지만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는 가로수와 도시 숲을 더 가꾸고 경유차 운행을 줄이는 등 저감 대책을 추진하겠다 해놓고 집값이 오르면 녹지를 풀어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급하면 뭐든지 끌어다 쓰겠다는 모습이니 신뢰를 받기 어렵다. 일부 미니 신도시 후보지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의 주민들은 지금도 인근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집을 더 지으면 폭락세가 올 것이라며 반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는 투기세력이 움직여 집값이 뛰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교통과 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곳을 원하는 실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등 변수가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집을 많이 지을 게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좋은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기를 권한다. 행정과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때려 집값을 잡으려는 발상 대신 시장의 수급원리을 중시하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최근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 등 녹지를 지키고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생활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과감하게 고밀도 개발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강남지역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도심 지역을 재개발할 경우 고밀도 개발로 공급을 늘리면 녹지 개발 압력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을 이미 해외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성공적으로 지어 기술력을 입증했다. 인허가 절차 등 규제만 없다면 두바이나 콸라룸푸르에 지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국내에서 짓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파트가 고층으로 올라가는 만큼 도로와 녹지, 편의시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재건축 재개발 예정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지만 엄격히 구분하면 이는 집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땅 지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다. 초과이익환수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순차적으로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

서울 강북지역에 들어선 고층 주상복합건물과 강남 타워팰리스의 성공 사례를 보면 그 이상의 고층 아파트도 구상할 수 있다. 여의도와 압구정동 대치동을 비롯해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주거지역에 새로운 도시 그림을 그려볼 만하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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