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관측 사상 첫 성간천체… ‘우주선’ 외양 흡사

▲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안드로메다 은하(사진=NASA).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지난 4월16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됐다.


이 로켓에 실린 건 2009년 쏘아올려진 우주망원경 케플러의 350배 달하는 탐색범위를 가진 탐색위성 테스(TESS). 4대의 최첨단 탐색카메라를 갖춘 테스는 발사 5개월만인 지난달 21일 첫 지구형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렸다.


마이클 볼든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 국장은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2030년 중반까지 인간을 화성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이를 위해 2020년까지 화성에 무인차량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나사는 또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휴스턴에서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워크숍도 개최했다.


미소(美蘇)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때 시들해졌던 미국의 우주 개척 노력이 다시 동력을 얻고 있다. 나사는 1990년대 초까지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SETI. 세티)’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진행했지만 소련이 붕괴되고 예산지원까지 끊기면서 외계 ‘지적생명체’ 대신 ‘그냥 생명체’ 탐색에만 몰두해왔다. 타 행성에서 단세포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태도였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미국이 다시금 우주를 향해 두 손을 적극적으로 뻗기 직전 우리 태양계에는 ‘기묘한 손님’이 찾아온 바 있다. 언론에 대서특필 되지는 않아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르지만 바로 ‘오우무아무아(Oumuamua)’라는 이름이 붙은 성간천체다.


▲ 오우무아무아 상상도.


‘오우무아무아’는 천체 관측 사상 처음으로 인류에 의해 확인된 성간천체 즉 태양계 밖에서 날아온 물체다.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 원주민어로 “먼 과거에서 온 정찰자”라는 뜻이다.


작년 10월 지구로부터 2천410만km 거리에서 초속 44.2km(마하 128)라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비행하며 태양계를 탈출하는 모습이 포착된 ‘오우무아무아’가 유명해진 이유는 그 겉모습이다.


통상 천체는 둥근 모습을 하고 있다. 표면이 울퉁불퉁하더라도 그럭저럭 둥근 외양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런데 ‘오우무아무아’는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듯 길쭉한 모양이 특징이다. 장단축 비율은 약 6:6:1로서 태양계 내 그 어떤 천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무수한 타 천체와 충돌하면서도 길쭉함을 유지하고 있는 건 미스터리다. 비행궤적도 태양의 중력 영향을 다소 벗어난 듯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오우무아무아’가 실은 미국 SF드라마 ‘스타게이트’에 나온 것처럼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우주선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유럽우주국(ESA) 등은 기묘한 비행패턴이 표면의 가스 방출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오우무아무아’의 등장이 미국의 우주 진출 야심에 다시금 불을 지핀 건 부정할 수 없다는 게 학계 중론이다.


‘오우무아무아’는 실제로 천체 관측 사상 유의미한 성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세티’ 연구팀은 우리 태양계로부터 30억 광년 거리에 떨어진 별 ‘FRB121102’에서 ‘지적생명체’ 존재 단서를 발견했다고 지난달 10일 발표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FRB121102’에서는 ‘빠른 전파 폭발’이 72차례 관측됐다. ‘빠른 전파 폭발’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짧지만 강한 전파 현상을 말한다. 수천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지만 그 에너지양은 태양 활동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


‘FRB121102’에서의 ‘빠른 전파 폭발’을 지적생명체 단서로 보는 까닭은 ‘인공적인 패턴’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빠른 전파 폭발’ 중 인위적인 것을 찾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훈련시켰다. 그 결과 AI는 기존 컴퓨터가 발견하지 못한 72개의 ‘빠른 전파 폭발’을 찾아냈다.


작년 말 나사가 공개한 미니 태양계 ‘케플러-90’ 확인작업에도 AI가 동원됐다. ‘오우무아무아’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존재할 수 없었던 성과들이었다.


수십억년의 여행 끝에 우리 태양계로 날아든 것으로 분석되는 ‘오우무아무아’는 지난 5월 목성 궤도를 지나 내년 1월 토성 궤도에 도달하고 2022년 해왕성 궤도를 거쳐 태양계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우무아무아는 이제 또 어떠한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게 될까. 그리고 오우무아무아 다음에는 또 어떤 미지의 손님이 우리 태양계를 방문하게 될까. 인류는 또다른 문명과 조우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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