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IMF 이래 최장기간 감소… 내수경제 먹구름

산업생산과 소비,투자의 추이 그래프.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자료 통계청, 뉴시스 그래픽 안지혜 기자)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기업의 체감 경기가 심상치 않다. 투자를 중심으로 종합적 경기 지표들이 부진하고 하강 움직임이 뚜렷해지고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9로 지난달 대비 0.2p 하락해 글로벌 경제위기(서브프라임모기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연속 감소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측면에선 4.6% 증가했으나 기계루가 줄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1997년 9월~1998년 6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한 이후 약 20년만에 최장 기간이다.

고용지표, 수입지표, 건설지표등이 전부 악화하면서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면서, 통계청이 ‘경기 전환점’의 신호로 판단하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불과 1개월 남겨두게 됐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동행지수가 5개월째 하락 흐름을 지속해서 안 좋은 모습"이라며 "고용지표와 수입지표, 건설지표 세 가지가 작용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경기 기준순환일(정·저점)을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동행누적확산지수, 역사적 확산지수로 잠정 전환점을 설정한 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총량 지표를 이용해 이를 검증한다.

이같은 경기 하강 신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이 한국 경제 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서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OECD는 넉 달 만에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p 하락한 2.7%로 수정했다. ADB 역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를 반영해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내려 잡았다.



코트라가 발표한 수출선행지수 추이 그래프. (KOTRA 자료, 뉴시스 그래픽 전진우 기자)


코트라(KOTRA)는 이날 4분기 수출선행지수가 전 분기 대비 2.0p 내린 57.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 제재 여파가 큰 중동 지역과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환율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중남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특히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73으로 2016년 12월 이후 안 좋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주 감소 등 건설 지표 부진을 반영하듯 건설업 지수도 4p 하락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지만 대내외적인 불안감이 크다. 작게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서 비용적인 측면을, 크게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나타나는 자금 이탈등의 우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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