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권규홍 기자]1941년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이자 세계적인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 지난 2014년 기준 시가 총액 6조가 넘는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직원수만 6천700여명에 달하고 매년 평균 매출만 3조이상을 넘는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로 군림하고 있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한국타이어는 재계서열 33위로 당당히 대한민국 타이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어 가히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 러시아 모스크바 오토쇼에 진출한 한국타이어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명성과는 걸맞지 않게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들에게 악명이 자자한곳으로 매년 사회 노동문제의 단골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청와대는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청와대의 시민사회비서관실은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에게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월 31일 청와대 행정관이 전화해 '시민사회비서관이 박 위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서로 소통할 통로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이 행정관이 이메일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다"라고 밝히며 청와대가 사건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들과 만나 집단사망사건에 대해 증언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이란 지난 2008년 이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가 죽은 충격적인 사건을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당시 김종훈 의원에게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내 ‘한국타이어 사망사건’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한 노동자중 46명이 사망했으며 이후에는 8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확인된 바 있다. 근무자들의 사망원인으로는 자살 (11명)이 가장 많았고 이후 급성심근경색과 폐암, 간암등이 연달아 사망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타이어 제조공정에서는 복합유기용제인 HV를 쓰게 되는데 여기에 함유된 신경독성이 인간에게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노동자들의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사측은 이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어 한국타이어에서 근무했던 안일권씨는 지난 2015년 1월 폐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유족들은 한국타이어에 안씨가 고무흄(타이어를 찔 때 나오는 유독수증기)으로 사망했다며 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법원은 안일권씨의 사망원인으로 고무흄을 위험물질로 인정해 유족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죽음의 연기'로 불리우는 '고무흄'은 1급 발암물질인 '벤조에이피렌(Benzo[a]pyrene)'로 확인됐는데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타이어를 찌는 가류공정과 생산라인인 정련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분진이 벤조에이피렌이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물질'로도 불릴정도로 노동자들에겐 치명적인 물질인 것이다.


▲ 한국타이어 노조가 국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동자들이 사망한 사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최모씨는 지난 2017년 10월22일 고무원단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머리를 비롯한 신체가 끼어 노동현장에서 숨졌다. 최모씨의 사인은 두개골 함몰 및 과다출혈 및 질식사로 알려져 주위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고가 난 뒤 유족측은 컨베이어 벨트 설비가 사람이 수작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않은 장비라며 기계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하는 설비로 기계안으로 사람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 금속노조는 해당 설비에 벨트 내 고무 원단이 끊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해도 고무를 다시 끌어올리는 장비가 갖춰져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황상 작업 노동자가 수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해당장비가 실제 공정에선 가동이 안되었다는 점으로 당시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장비가 고장등의 이유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관행적으로 물자를 집적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알고도 안전 개선 조치를 전혀하지 않았다며 과거에도 작업자의 팔이 부러지는 사고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현장에선 기계를 멈추는 비상스위치 역시 피해자의 손 닿는 위치에 설치도 되어 있지 않아 더욱 안타까움을 더 했다.

또한 작업장에 소음이 심해 사고가 나도 아무도 몰랐던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되었다. 공장 내부는 넒지만 사람은 별로 없고 소음이 심해 소리가 잘 안들리는 상황이기에 당시 사고자가 목소리를 아무리 높이 질렀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으며 2인 1조 작업이 수칙에도 적혀 있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것도 알려졌다.

당시 한국타이어 측은 사고 현장 조사에 사내 교섭대표 노조인 한국타이어 노조(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참여만 허가하고 복수노조인 한국타이어지회(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참여는 막아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한국타이어지회는 대전지방노동청에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사측은 이를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사측을 규탄했다.

한국타이어지회는 이에 대한 항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23일 오후 3시 경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회 관계자는 “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고 현장 조사 참여 권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화재가 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 노조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대선 후보들에게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사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을 알린 바 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 캠프는 사망과 유해물질의 인과관계 등 원인 규명, 피해자 치료와 건강관리 종합방안 마련, 산업안전 및 재해보상 관련 분야 법령 개정, 물질안전자료 공개 강화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한국타이어,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이 끔찍한 사고들인 언제까지 이어져야 할까?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노동자의 처우 역시 세계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노동자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당하지 않는 기업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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