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3천만 시대지만 실적은 ‘울상’… 기업 혁신 없으면 회생 어렵나


[투데이코리아=김현호 기자]국내 대표적인 여행사인 모두투어의 대리점과 본사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모두투어는 홀세일(wholesale)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도매로 직접 여행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대리점 증의 유통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그런 모두투어가 대리점 사이의 갈등을 겪고 있다.

모두투어는 10개의 자회사, 유럽 중국 등 주요 여행지의 9개의 국외지사까지 두고있다. 그러나 현재 대리점과 본사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고객과 점주들의‘개인정보’ 때문이다.

작게는 대리점점주들에게 신용정보 공개부터 시작한다. 모두투어는 대리점과 매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1년단위 대리점 연장계약을 한다. 모두투어는 연장계약을 할 때 그동안은 매년 사업자등록증을 비롯한 6가지 서류만 대리점주에게 제출토록 했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다 '기업 신용 정보 및 개인 신용 정보 수집·활용·제공·조회 동의서(아래 동의서)'를 연장 계약일 이전에 제출하라고 통보해 반발심을 샀다. 이유는 불필요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개인정보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해당 동의서 수집·활용 항목을 보면 금융 거래정보와 거래조건, 금액, 그리고 재산, 채무, 소득 총액, 납세실적, 연체, 부도 발생 사실까지 무척 다양하다.

이에 거부한 한 대리점은 계약을 거부당했다. 지난 4월 6일 한 온라인 매체에서 대리점 계약 연장에 거부당한 A씨는 “제휴 계약 시 대리점은 모두투어에 보증 증권을 제출한다. 이는 대리점 과실로 본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보험회사에서 해결해 준다는 의미다"며 "(그런데도) 대리점 주 신용정보까지 들여다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이고 을에 대한 갑의 횡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고객 뺏어가기’의 대한 원망과 원성이 크다. 대리점 입장에서는 고객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러 시행될 ‘예약 시 고객정보 입력’을 두고 대리점과 모두투어간의 입장차이가 크다. 여행을 가는 모든 고객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예약 페이지에서 필수적으로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사 입장에선 어느정도 필요한 정보라고 납득할수 있으나 대리점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

이전에는 대리점으로부터 단체 여행객의 예약을 받을 때 여행을 책임지는 대표자 1인과 대리점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받았다. 여행이 수반되는 여러 공지사항과 변동사항에 대한 연락이 대리점으로 가고, 대리점에서 다시 그 내용을 고객에게 연락이 가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 10월 중순부터는 모든 고객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입력하게 되면서 발생했다. 모두투어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는 “본사에서 확보한 고객정볼호 광고 문자나 메일을 보내 대리점보다 더 싼 상품들을 보내 고객들이 취소하거나 변경요청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하지만 이는 본사의 횡포라고 볼수 밖에 없는 것은 대리점에서 취급 하지 않는 본사에서 관리 상품인 경우거나 같은 상품이어도 수수료가 3%대로 아주 낮아 경쟁력 있는 상품을 팔 기회마저 뺏긴다”고 토로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고객정보 입력은 여행 시 발생하는 고객 불만 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여행객 보호를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 지난 추석연휴(9.22~26)와 주말을 이용해 해외여행에 나섰던 여행객들이 9월 30일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이런 대리점과 본사사이에 갈등이 깊어진건 실적 문제도 있다. 모두투어는 현재 해외 여행객 증가에도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전체 내국인 출국자 수는 사상 최대치인 3천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전 국민의 60%가 해외여행을 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두투어는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밑돌았다. 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국내 주요 여행사들의 9월 판매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의 9월 해외 여행수요(항공권 판매 미포함)는 24만2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는 추석 연휴기간인 9월 모두 13만2000명(현지 투어 및 호텔 포함)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고, 항공권 판매는 10만4000명으로 1.9% 하락했다.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만8000원대까지 기록했으나 8월에는 2만5000원대를 방어하지 못하더니 중순에는 2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4일 오전 10시 기준 모두투어는 2만295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 지난 8월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모두투어 여행박람회에 참석하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실적 하락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여행사가 ‘패키지 여행’에 집중 판매해 해외 온라인 여행사에 고객을 뺏기고 있다”고 말한다.

세종대학교 관광산업연구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여행객의 항공권 구입채널 가운데 온라인 여행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7.2%에 이른다.

국내 종합여행사 이용 비율은 19%로 2017년 상반기와 비교해 온라인 여행사가 3.1%포인트 늘어나는 동안 국내 종합여행사는 4.5%포인트 줄어들었다.

숙박 구입채널의 온라인 여행사 편중은 항공권보다 더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숙박 구입채널에서 온라인 여행사의 점유율은 69.5%나 된다.

현재 온라인 여행시장 대부분을 익스피디아, 씨트립 등 해외 온라인 여행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을 살피면 사실상 여행업계를 외국기업들이 잠식해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들이 변화하는 여행시장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들의 패키지 여행 위주의 여행상품 경쟁에 주력하고 있을 때 해외 여행사들은 개인 자유여행 위주로 재편되는 여행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항공권 판매, 호텔 판매 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들은 자유여행 관련 상품의 판매를 위해 확고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냈고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판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가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호텔스닷컴, 트리바고, 오르비츠, 트레블로시티, 워티프, 핫와이어 등 수많은 여행 상품 예약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투어는 낚시, 장기 체류, 무에타이 체험, 야구 관람 등 여행에 이색 체험을 더한 ‘컨셉투어’ 상품을 지난해부터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플랫폼 경쟁력, 자본력에서 해외 온라인 여행사에 밀려난 상황에서 역전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들이 탄탄한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 채널 다각화에 집중해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 모두투어 우종웅 회장.

최초 모두투어와 하나투어는 도매 B2B라는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모두투어의 우종웅 회장은 1989년도에 국일여행사를 만들었다. 국외 자유화 여행이 시작된 지 2년 뒤다. 하나투어의 박상환 회장과 함께 고려 여행사에서 나와 만든 국일여행사는 최초로 홀세일 도매 판매를 도입했다. 당시 시장에는 여행 상품을 직접 직판했으나 두 회장의 아이디어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파격적인 방법을 선보였다.

하지만 여행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모두투어로썬 시험에 빠졌다. 시대가 달라졌다. 더이상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론 시장에 매력적이지 못한다. 해외여행이 지난 몇년동안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실적면에서는 점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그 반증이라 볼 수 있다.

실적 저조와 대리점과의 갈등이 하나 둘 커지는 것은 기업의 변화를 놓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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