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동 삼성 타운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삼성그룹 계열의 생명보험회사이자 그룹 내 삼성전자와 더불어 핵심기업으로 불리는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1957년 5월에 부산공사 및 대한제유 사주 강의수가 설립한 동방생명보험으로부터 역사가 시작한다. 1962년에 동화백화점을 인수한 강의수는 1963년에 삼성그룹에 회사를 편입시키고, 1989년 7월에 삼성생명으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까지 오게 되었다.

삼성생명은 지난 IMF 시절 국내 대기업들이 줄도산을 하는 와중에도 탄탄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사실상 삼성그룹을 지켜낸 알짜배기 회사로, IMF 당시 삼성자동차 하나만 르노에 내주고 전 계열사를 지켰다. 이 공로로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으로 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아 그룹의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인지 삼성생명은 현재 퇴직연금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각종 연금보험, 상해보험, 암보험, 대출업, 자산운용 등을 하고 있으며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과는 협업관계에 있는 국내를 대표하는 보험사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성을 자랑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보험회사로 알려진 삼성생명은 암환자를 거리로 내몬 죽음의 기업이라는 또 다른 얼굴속에 사람죽이는 기업이라는 지탄을 시민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지난 3월 29일 기사를 통해 삼성생명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취재 한 바 있는데 이들의 실상은 차마 말로 못할 정도로 큰 고통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당시 금융감독원 앞에선 삼성생명으로부터 암입원 보험금을 미지급 당한 사람들이 피켓시위를 진행중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암을 겪고 있거나 겪었으며 일부는 가족들이 암 환자로 살고 있었다.

거리에 내 몰린 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보험 계약 당시의 약속대로 삼성생명이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암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 남짓 머무를수 있는 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약관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병원에 암 입원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암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이후 대형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 남짓으로 알려졌다. 일주일이 지나면 이들은 집 인근에 위치한 요양병원등에 입원하여 나머지 치료를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들에게 요양병원에 머물며 시행하는 각종 시술이 암 종양을 없애기 위한 ‘직접 치료’가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철저히 병원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논리인 것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이 같은 말도 안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자 이제는 다른 보험업계도 덩달아 삼성생명의 이 같은 작태를 따라하고 있다. 억울하면 고객들에게 소송하든가 배째라는 식의 막무가내 영업 인 것이다.

암 치료라는 일생일대의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은 이 같은 보험사의 논리에 황당함을 느낄수밖에 없다. 암 치료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과 항암제 투약, 방사선 치료, 그리고 면역력 강화와 재발 방지 치료 등으로 치료과정이 매우 복잡 다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암 치료에 ‘직접치료’와 ‘간접치료’가 있다는 소리는 보험사 스스로가 보험비를 지급하지 않기위해 만든 주관적인 잣대일 뿐이다.

이런 과정에서 암 환자들은 암 치료를 받는것도 힘든상황에서 보험사와의 불리한 싸움에 매달렸다. 이들은 하나같이 보험사와의 싸움에 지칠대로 지쳤다. 이들은 금감원에도 십수 번 민원을 넣었지만 하는 소리는 보험사나 금감원이나 매한가지로 돌아왔을 뿐 이었다.


▲ 거리에 내몰린 암환자들(사진=뉴스타파)


이들을 힘들게 한 것은 모호한 약관이 발단이 되었다. 대부분의 암 보험 약관에는 암 입원 급여금 지급에 대해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여 입원할 경우'에 지급한다고 되어 있지만 정작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하는 입원이 무엇인지 명시된 부분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이 직접과 간접의 모호한 약관이 늘상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삼성생명의 악행을 대표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또 있다. 이날 금감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암 환자중에는 삼성생명의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근아 씨도 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지난 2015년 유방암 진단을 받아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20년 전 김 씨는 소위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로 활약하며 회사에서 표창도 받는 우수사원이었다. 실력도 인정받아 교육장역할도 하고 삼성생명의 모델로 선정되며 신문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정작 암에 걸리자 자신의 직장이었던 삼성생명은 김 씨를 철저히 배신했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생명은 김 씨에게 암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것이었다.

이에 분노를 느낀 김 씨는 보험 가입 당시부터 미지급까지 삼성생명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했다. 김 씨는 삼성생명에서 일 했던 당시 보험증권을 비교한 결과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2007년에 원래 없던 문구가 추가된 걸 확인했다.

김 씨는 과거의 보험증권과 비교해 항목에 '암 또는 상피내암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시'에 지급한다는 전제가 새로 붙은것을 발견했다. 1998년 가입한 또 다른 보험 '무배당여성시대건강보험' 증권도 재발급을 받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내용은 1994년에 가입할 당시엔 '3일 초과 입원에 1일 당 암 입원 급여금 20만 원을 지급한다'고만 되어 있다. 하지만 2007년 재발급받은 증권에는 원래 없었던 문구가 추가돼 있었다. 삼성생명이 암 환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꼼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소비자 단체는 삼성생명의 이 같은 꼼수에 비판을 제기하며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예전에는 요양병원이 많이 없었다. 당시엔 대부분 자가 치료를 했다. 보험계약 설계할 때는 요양병원이 늘어날거라 예측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입한 가입자는 가입 때 약속한 것이 있으니 주변 환경이 바뀌든 아니든 약관대로 보험비를 지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가 중간에 소비자몰래 증권을 다른 내용으로 바꾼다는 것은 문제다. 일종의 전산조작인 것이다. 상호간의 계약인 만큼 보험사가 증권을 바꿀수 없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삼성생명의 로고



삼성생명은 최근 자사 홍보문구로 사람, 사랑이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따뜻한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캠페인 사람, 사랑에서 과연 암 환자는 사람이 아닌것인가 되묻고 싶어진다.

현대의 故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기업이 살아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신뢰가 기업을 성장시킨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와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 차 버린 삼성생명이 과연 사람, 사랑이라는 낮뜨거운 문구를 계속 쓸수가 있는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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