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기 부회장
경제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중된 자영업 등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저소득층의 일자리 감축을 촉발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의 위축은 중소기업 부진으로 바로 나타나고 있다.

직접 고용인원만 40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이 최근 내수와 수출 부진이 겹쳐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현대 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부품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반도체 제조용기계 등 수입이 급감하고 지난 8월 전체 설비투자가 1.4% 줄어 6개월 연속 감소했다.(통계청 산업활동동향)

투자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는데 산업현장의 체감은 훨씬 심각하게 다가온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8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고 앞으로 6개월 뒤 동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공무원 채용 등 공공행정 분야를 제외한 민간분야 취업자수는 이미 지난 5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 세금을 퍼부어 공무원 등 공공행정 분야 취업자수를 늘리고 있지만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공무원 17만명을 늘리면 9급 기준으로 30년간 월급 327조원이 들어가고 퇴직한 뒤 받아갈 연금은 92조원에 달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추산이 나왔다. 두고두고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게 뻔하다.

한국은행은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가 지난 7월 2.9%로 낮췄지만 이마저 한가한 수치로 들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8%로 낮췄고 내년은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계에서는 우리나라 고용시장 구조가 공무원과 농림어업에서만 취업자가 늘고 민간 제조 서비스업에서 8만9000여명 줄었다는 통계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미 제조업을 비롯한 경제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업하는 지인들을 만나면 경제 걱정이 더욱 심각한 경고로 바뀐다. 소위 진보를 표방한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 반만에 경제가 이 지경에 몰렸는데 다음 정부는 어디로 가겠느냐는 것이다. 질문이라기 보다는 절박한 위기감이 가득한 탄식으로 들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공직의 마지막 소임으로 ‘20년 집권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앞으로 대통령을 10명 더 당선시키자며 기염을 토했다. 최근 10.4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내가 살아 있는한 절대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권 사수를 위한 결기를 강조한 표현이겠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여러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발언이었다. 당연하다고 박수갈채를 보내는 분도 있는 반면 그 결기에 소름이 돋았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최근 경제가 어렵게 돌아가는 원인을 모두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전 정부에서 구조조정에 실기한데다 경영진이 경영혁신에 실패한 여파가 크다고 보아야 한다. 고용대란도 주력산업의 부진에 따른 파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산업은 국내정책 보다는 해외시장의 동향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추이와 일본 엔화가치의 등락에 따라 수출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진다. 또 경기 사이클의 변화가 업황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현 정부 내내 경제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만 간다고 예단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경제여건에 미치는 대내외 변화에 못지않게 정부 정책의 기조가 주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낙관은 더욱 금물이다. 북한처럼 폐쇄된 경제가 아닌 개방된 체제에서는 시장경제원칙을 바탕으로 삼아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한해 국가가 개입하는 절제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가 공무원 증원 등 공공행정 분야 일자리 만들기에 세금을 퍼붓고 표퓰리즘에 젖어 무상복지 확대에 몰입하게 되면 결국 증세와 재정압박으로 경제는 활력을 잃게 마련이다. 정부가 이념적 좌파 성향에 집착한 방만한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휘두를 지경에 이르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IMF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금리정책 등의 영향으로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정부가 국제경제와 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며 이념 대신 경제원칙에 입각한 정책으로 서둘러 선회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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