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단위 폭력’ ‘집단학살’로 악명 떨쳐… 양지에선 ‘계획된 선행’

▲ 21세기 들어서도 ‘조폭’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사진=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中).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근래 조직폭력단이 잇따라 경찰에 검거되면서 이른바 ‘조폭’에 대한 관심도가 재차 높아지고 있다. 이달 2일에는 수억원대 도박장을 운영하거나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시킨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국정감사에서는 대구·경북에서 최근 5년간 조직원 1천451명이, 광주·전남에서 1천45명이 검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이라 쓰고 사채라 읽는’ 소위 돈놀이도 성행하고 있다.


‘조폭’의 역사는 유구하다. 인류가 이제 막 두 발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조직폭력은 발생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근처의 다른 공동체가 채집한 동식물을 빼앗으러 가고, 이러한 행위가 농경사회에서 ‘국가’라는 개념이 탄생한 후 국방을 위한 ‘군대’라는 조직을 탄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역사에서는 국가 단위를 대상으로 약탈에 나선 ‘조폭’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동아시아의 흉노(匈奴) 등 북방민족과 왜구(倭寇), 북유럽의 바이킹(Viking)도 넓은 범주에서는 ‘조폭’이 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무고한 사람들을 무수히 괴롭히고 재물을 약탈해가는 건 마찬가지다.


21세기에 들어서도 전세계에서 ‘조폭’들은 활개치고 있다. 오늘날 ‘조폭’은 어떤 세력들이 있을까. 본 기획에서는 동서양의 대표적 ‘조폭’들을 파헤쳐 보고 국제사회의 근절 노력을 들여다본다.


▲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된 마약카르텔 조직원.


‘반군’ 수준의 조직폭력단 ‘멕시코 마약카르텔’


흉노, 왜구, 바이킹 등만 국가를 상대로 했던 건 아니다. 사용하는 무기만 창칼에서 화기(火器)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국가 단위의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들이 있다. 바로 ‘남미 마약카르텔’이다.


마약카르텔들이 상대하는 국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미국’이다. 이들은 미국에 마약을 팔거나 밀입국을 주선하는 형태로 매년 천문학적 액수를 벌어들이고 있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약 수요처다. 전임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도 학창시절 마약에 빠졌을 정도다.


오늘날 마약카르텔 세력이 가장 큰 곳은 멕시코다. 본시 콜롬비아가 최대 마약 생산지였으나 9.11테러 후 미국이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영해를 철통같이 봉쇄하는 바람에 유통경로는 남미와 북미를 잇는 육로 역할을 하는 멕시코가 유일해졌다. 콜롬비아 마약을 구입해 미국에 되파는 중간상인 역할을 하던 멕시코 마약카르텔은 ‘돈 맛’을 보자 아예 자신들이 두 팔 걷고 마약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마약카르텔이 얼마나 세력이 크냐면 정부부처 ‘장관’을 백주대낮에 암살할 정도다. 한 도시에 부임한 여(女)시장은 결국 성폭행당한 시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마약카르텔이 주는 뇌물에 부패해 군대가 대신 소탕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물론 미 행정부도 특수부대를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개 조직이 사라지면 다른 조직이 부상하는 식으로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는 ‘조직원 모집’ 현수막이 버젓이 내걸린다.


▲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축구공 든 사람)’. 이 사진만 봐서는 평범한 부유층처럼 보인다.


이들의 ‘막장행각’은 유명하다. 심지어 ‘인육’을 먹다 체포된 조직원이 있을 정도다. 2010년 한해에는 멕시코 전역에서 무려 1만여명이 조직 간 ‘항쟁’으로 사망했다. 조직원은 물론 무고한 시민, 언론인, 경찰, 군인, 정치인도 희생됐다. 살육에는 각종 자동화기는 물론 ‘사제 장갑차’까지 동원됐다. 이들은 ‘사제 잠수함’을 생산해 미국으로의 마약밀수에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단순 조폭이 아니라 ‘반군’ 수준이다.


이들이 기승을 부리는 근본적 까닭은 ‘가난’이다. 극심한 빈부격차 아래 빈민들은 마땅한 직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폭력조직의 세계에 뛰어든다. 마약카르텔도 이를 간파하고 있어 빈민가에 학교설립 등 ‘계획된 선행’을 펼친다. 유일하게 일자리를 제공해주는데다 복지까지 책임져주니 적잖은 빈민가 주민들이 마약카르텔을 돕는다.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약상’은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다. 요약하자면 ‘깡패’에서 시작해 ‘국회의원’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말단 조직원에서 시작해 연간 50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마약카르텔 거물이 된 그는 닥치는대로 돈을 풀어 정치인, 경찰, 판·검사들을 포섭했다. 상술한 수법대로 계획된 선행을 베풀어 ‘로빈후드’라는 어처구니 없는 별칭까지 얻어 국회의원까지 당선됐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무수한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살해한 ‘살인마’이기도 했다. 1989년에는 대선개입 목적으로 민항기 폭파테러를 일으켜 모 정당의 대선후보를 암살하려 하기도 했다. 검거 후에는 자신이 직접 지은 ‘교도소라 쓰고 자택이라 읽는’ 곳에 수감됐다가 탈옥했다. 결국 미국, 콜롬비아 정부가 합동사살작전에 나선 가운데 교묘하게 도피하던 그는 아들과 20초 간 통화를 한 게 적발돼 위치가 탄로나 1993년 12월 3발의 총알을 맞고 사망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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