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갱스터물은 잊어라!” 환상을 ‘확 무너뜨리는’ 현실의 동아시아 조폭세계

▲ 홍콩영화에서 종종 미화된 중국 삼합회(사진=영화 ‘영웅본색’ 中).


정치유착부터 인신매매까지 “더러운 짓은 전부” 삼합회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남미에서 아시아 대륙으로 시선을 옮기면 중화권 국가들의 삼합회(三合會), 일본 야쿠자(やくざ) 등이 있다.


마약카르텔과 마찬가지로 삼합회, 야쿠자도 특정 폭력조직을 지칭하는 건 아니다. 각국 폭력조직을 통칭하는 용어로 그 안에는 무수한 조직들이 이합집산을 이루고 있다.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국가들에 폭넓게 포진하고 있는 삼합회의 정확한 역사는 알 수 없다. 그들 스스로는 ‘의협’ ‘비밀결사’ 등 자신들을 미화하고 있지만 실상은 어느 나라에나 고대부터 있었던 ‘깡패’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본격적으로 양지에 모습을 드러낸 삼합회 인사는 두웨성(杜月笙)이다. 마약팔이로 돈을 벌던 그는 국공내전 시기 국민당을 지원해 공산당과 싸우면서 비밀경찰 격인 남의사(藍衣社) 창설에도 관여했다. 다만 이 남의사라는 조직이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건 아닌 게 대한민국임시정부도 일정 부분 도운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당과의 오랜 인연 때문인지 삼합회는 특히 대만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한다. 지난 2005년에는 대만 삼합회 거물이었던 쉬하이칭(許海清) 장례식에 아시아 각지의 조폭 1만여명이 참석하고 경찰은 수배를 일시해제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당시는 국민당이 아닌 민주진보당 집권시기였음에도 이같이 상황이 벌어져 대만에서의 ‘정치깡패’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 지난 2015년 중국 법정에서 사형이 선고되자 ‘폭풍눈물’을 흘린 삼합회 두목. 그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적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도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와 달리 현실은 냉정하다(사진=YTN 캡처).


대만 외에 삼합회가 활개친 곳은 홍콩, 마카오다. 마카오는 알려지다시피 태생이 ‘도박의 도시’다. 홍콩은 이른바 ‘느와르물’이 탄생할 정도로 삼합회가 문화예술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홍콩의 ‘마굴’ 구룡성채(九龍城寨)는 악명 높았다. 다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인민해방군이 주둔하게 되고 마카오도 중국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이곳의 삼합회 세력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중국공산당은 삼합회에 강경한 편으로 특히 마약사범의 경우 최소 ‘사형’으로 다스리고 있다. 문제는 삼합회의 빈 자리를 ‘정부’가 대신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해외 망명 중국인들은 납치, 구금, 고문, 재산몰수 등 반체제세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범죄행위를 폭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인사들을 살해한 뒤 시신에서 간 등 장기를 적출해 한국 등 해외로 밀수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때 친중(親中) 시위대에 삼합회 조직원 추정 인물들이 포착되는 등 중국 정부와 삼합회 간 유착 의혹도 있다. 1992년 공안(경찰)부장이었던 타오쓰쥐(陶駟駒)는 “폭력조직 사람들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며 노골적으로 삼합회를 감싸기도 했다.


14억 인구, G2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삼합회는 전세계 어디든 뻗어나간 상황이다. 쉽게 말해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이라면 삼합회도 있다는 게 통설이다. 일부 조직은 두만강, 압록강에서 중국 정부 지시 혹은 묵인 하에 탈북여성 인신매매 등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여성은 많게는 수 차례 이 남자, 저 남자에게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의식해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불법체류자로 규정하고 있어 지탄받고 있다.

▲ 야마구치구미 6대 조장(두목)인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


고령화에 美 제재까지… ‘가오’ 잃은 야쿠자


야쿠자도 삼합회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협객’ 등으로 칭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과거에는 메이지(明治)유신 후 직업을 잃은 떠돌이 낭인들이, 현대에는 부라쿠민(部落民)과 일부 재일교포들이 다수 가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의 치부이지만 일본 사회에는 여전히 ‘계급차별’이 존재한다. 천민계급을 뜻하는 부라쿠민의 회사 채용금지 목적으로 80년대에 기업들에 실명 리스트가 뿌려진 이른바 ‘부라쿠민 게이트’는 유명하다.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야쿠자와 일본 정부 간 유착도 현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20세기 초 메이지 시대에 이미 정치인과 낭인들이 함께 찍은 흑백사진이 있을 정도다. 야쿠자는 정치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정계는 야쿠자의 뒤를 봐주는 식이다. 대표적 사건이 일제(日帝)치하 당시의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다.


물론 정부는 야쿠자에게 민간인은 절대 건드리지 않도록 엄포를 놓는다. 민간인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조직은 그날로 ‘공중분해’되는 게 현실이다. 상위조직은 ‘절연’ ‘파문’ 등을 통해 해당조직과 연을 끊는다. 그렇다 해도 ‘사고치는’ 조직은 늘 발생하고 있다. 애초에 ‘깡패’에게 ‘자제’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 마약사범으로 14년간 고달픈 도피생활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한 야쿠자 하위조직 두목. 조직폭력 세계의 말로는 이처럼 영화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일본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운용하고 있다(사진=YTN 캡처).


야쿠자 3대 조직은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스미요시카이(住吉会), 이나가와카이(稲川会) 등이다.


효고(兵庫)현 고베(神戸)시를 근거지로 하는 야마구치구미는 2015년 기준으로 조직원 약 2만3000명의 일본 최대 지정폭력단이다. 자금규모로는 전세계 조직폭력단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포춘에 의하면 한해 수익은 66억달러(약 7조2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야쿠자는 공식적으로는 마약밀매를 부인하고 있지만 실상 깊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969년 하타노 아키라(秦野章) 당시 경시총감은 “야쿠자가 마약을 안 만진다는 말은 어부가 생선을 안 만진다는 말과 같다”고 일침을 놨다.


야마구치구미는 2015년 산하 13개 조직이 ‘반란’을 일으켜 고베야마구치구미로 독립함에 따라 세가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야마구치구미와 반란세력 간 ‘항쟁’으로 사망자가 줄줄이 발생해 공안당국이 총출동한 바 있다. 대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아카사카(赤坂)를 근거지로 하는 스미요시카이는 약 7천3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는 것으로, 도쿄 롯폰기(六本木)를 근거지로 하는 이나가와카이는 4천400명을 거느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대 이후 젊은층에서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취업률도 증가하면서 야쿠자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작년 경시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본 전역 야쿠자 조직원 중 50대 이상 연령층이 40%를 넘을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10월에는 ‘저승사자’ 미국 재무부가 야쿠자와 연루된 기업 2곳, 개인 4명에 제재를 가하면서 한층 먹구름이 짙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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