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극단적 마녀사냥…신상털기에 무책임한 맘카페

▲ 지난 11일 한 맘카페에서 보육교사가 아이를 학대했다는 게시물. 글쓴이는 해당 아동의 이모로 해당 사건의 목격자처럼 글을 작성했다.

[투데이코리아=최한결 기자]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의혹으로 신상공개까지 당한 30대 어린이집 보육 교사가 결국 투신해 숨진 가운데 해당 맘카페와 관련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15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쯤 김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A 씨(38)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4층에서 내리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투신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1장에 “어린이집 원생 B군에게 미안하다. 다른 교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과 함께 홈로 남겨진 어머니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에 대한 미안함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후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인천 서부경찰서는 지난 11일 인천의 한 어린이집 행사에서 A 씨가 원생 1명을 밀쳤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 11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어린이집 가을 나들이 행사에 B군을 밀치고 학대했다는 내용인데 동료 교사에 따르면 B군이 돗자리를 정리하고 있는 A씨에게 안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청소 중이라는 이유로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B군이 밀려 넘어졌다. A씨는 아이를 일으켜 주지 않고 행사장 청소를 이어갔다.

해당 어린이집에 대한 비난과 A 씨 신상털기는 이날 저녁 늦게 김포지역 맘카페에 어린이집 실명을 공개한 글이 올라오며 시작됐다.

이후 A씨는 B군의 학부모와 원만하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맘카페에 게시글을 쓴 글쓴이는 자신이 B군의 이모라 밝히며 학대 장면을 목격한 것처럼 글을 적었다. 그는 다만 "봤냐구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동료 교사에 따르면 이모는 A씨에게 물을 뿌리거나 무릎을 꿇게 하기도 했다. 아울러 A씨 신상이 공개된 카페 게시물을 맘카페지기가 삭제하려고 하자, 이모가 막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 동료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다. 견학 날 교사에게 안기려 한 아이를 밀치고 돗자리를 털었다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교사의 반과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순식간이었다”고 적었다.

그후 이틀 후 A씨는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넜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A씨 동료는 “보는 눈이 많은 장소였다. 아동학대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고 전날 A씨가 밤늦게 퇴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리적인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해당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게시물. 12시 30분 기준 참여인원 4만2968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에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맘카페의 신상털기와 마녀사냥으로 인해 어린이집 교사가 죽었다며 범법 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2시30분 기준 4만296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사실상 아동학대도 아니였고, 부모님과 오해도 풀었으나 신상털기 악성댓글로 인해 목숨을 버렸다”며 “정작 해당카페는 고인에 대한 사과나 사건에 대한 반성 없이 관련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 바쁘고 글 작성자를 강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라는 한 누리꾼은 “저희 아이가 엄마보다도 더 좋아하던 선생님이었다.선생님의 명예 회복을 도와달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해당 맘카페는 뒤늦게 고인이 된 A 교사에게 사과하거나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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