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자녀·며느리 모두 ‘일본인’… 2016년엔 태국서 ‘욱일기 광고’ 논란도

▲ 지난 2016년 롯데껌 태국 광고시안이라며 온라인상에 퍼진 사진.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다년간 검찰과 법정, 구치소를 오갔던 신동빈(일본명 시게미쓰 아키오)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룹이 다시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적잖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기업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시대 ‘창씨개명’을 한 창업주 신격호(시게미쓰 다케오) 총괄회장은 첫 부인과 사별한 후 일본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결혼했다. 2001년 1월 한국경제 등 보도에 의하면 그는 같은달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일제시대 창씨개명한 걸 (일본에서) 그대로 쓰고 있을 뿐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은 하츠코 여사와의 사이에서 신동주(시게미쓰 히로유키)·신동빈 형제를 낳았다. 2015년 9월 뉴스1 보등 보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출생 당시 한일 양국 호적에 모두 등록했지만 외국 국적 취득자의 한국 국적을 자동박탈한다는 당시 국내법에 따라 1996년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기 이전까지 40년 이상 ‘일본인’으로 지냈다. 결혼도 화족(華族. 일본귀족) 출신인 시게미쓰 마나미(重光眞奈美)씨와 했다.


그는 이전에는 1990년 롯데케미칼 상무이사 등 일본인 신분으로 한국롯데에서 간부로 근무했다. 이후 한일을 오가다 1996년 6월 무렵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이 없어 입국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비로소 약 2달 뒤에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이를 두고 한국에서의 ‘돈벌이’에 차질이 생기자 억지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 회장과 달리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여전히 ‘일본 국적’이다.


신동빈 회장의 자녀들은 아예 모두 일본인이다. 배우자도 일본인이다.


유력한 롯데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시게미쓰 사토시)씨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일본 국적이며 따라서 병역이 면제됐다. 지난 2015년 일본인인 시게미쓰 아야(重光絢)씨와 결혼했으며 도쿄(東京) ‘제국호텔’에서 열린 피로연에 아베 신조(安培晋三) 일본 총리가 참석했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언론에 “확인하기 어렵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두 딸인 신규미·신승은 씨도 일본 국적이다. 작년 3월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신승은 씨가 민영방송 TBS 아나운서인 이시이 도모히로(石井大裕)씨와 결혼한다고 전했다. TBS 관계자는 매체에 “롯데는 TBS의 대형 후원기업”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결혼식이 예정돼 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신동빈 회장의 젊은 시절 가족사진. 오른쪽이 장남 유열 씨.


대부분 일본 국적으로 배우자까지 일본인으로 채우고 있는 롯데그룹 오너가(家)의 정체성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지난 2016년 4월 롯데껌 자일리톨의 태국 광고시안이라는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해당사진에는 ‘욱일기’ 한가운데에 상품이 자리잡고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일본기업 롯데(LOTTE IN JAPAN)’이라는 문구가 박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면서 침략전쟁에 쓰인 욱일기는 오늘날 나치독일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전범국의 낙인이 되고 있다. 오직 일본 극우세력만이 욱일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일본인인 롯데그룹 유력 후계자 결혼식 피로연의 아베 총리 참석 보도에 이어 이 사건까지 연달아 맞물리면서 롯데그룹은 크나큰 지탄대상이 됐다. ‘롯데 오너가가 한국에서 번 돈을 일본 극우세력에 쓴다’는 의혹도 잇따랐다.


롯데그룹 측은 욱일기 논란 등 갖가지 의혹·비판들을 부인하면서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언행불일치라는 지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동빈 회장 복귀로 기사회생 기회를 잡은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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