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국정조사 요구 수용… “자의적해석” 법제처 맹비난

▲ 야3당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청와대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인해 느슨해졌던 야3당 결속이 ‘고용세습’ 파문으로 다시금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사회 최대 논란으로 자리잡은 ‘고용세습’ ‘평양공동선언’과 관련해 청와대를 전방위로 압박 중이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범여권을 구성하는 정의당이 ‘고용세습 국정조사’ 앞에 요구한 ‘강원랜드 국정조사’를 사실상 수용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강원랜드 국조에 대해 “못할 것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서슬 퍼런 문재인정권의 검찰이 그렇게 수사를 했는데 모자라면 이 부분도 국정조사를 하자”며 “어제 야3당 제출 (고용세습) 국조요구서를 보면 모든 공공기관이 (조사 대상에) 해당된다. 당연히 강원랜드도 공기업, 공공기관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채용청탁 의혹을 받았던 권성동 한국당 의원에 대해 검찰은 이달 초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원내대표는 다만 “정의당이 (고용세습) 국조 동참의사를 밝힌 건 환영한다”면서도 “뜬금없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을 들고 나온 데 대해서는 국조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또 ‘물타기’를 하겠다는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이 사실상 고용세습 국조 찬성으로 돌아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친인척 채용비리가 드러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국감이 끝나고 국조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이번 문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공격받아선 안 된다”고 정부를 옹호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빌미로 ‘자기 사람’ 챙기기에 연연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김 원내대표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그 자리조차 ‘내 사람’으로 채워놓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방식으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하려고 문 대통령이 천문학적 혈세를 투입하려 하는 것인지 국민 앞에 명확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도 비판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한국당 당사로 몰려와 ‘고용세습 국조는 정치공세’라며 ‘일자리 약탈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고 주장했다”며 “끼리끼리 정규직 전환을 꽂는 행위가 일자리 약탈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노동운동의 본질은 기업이 나쁜 경영을 하고 인사특혜 채용을 통해 기업 체계를 무너뜨릴 때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본질은 망각한 채 ‘정권 하청업자’로 정치적 공세라고 항변할 게 아니라 떳떳하다면 어떤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은 이날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평양공동선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기습 심의·의결한 점도 문제시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아전인수격 법 해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부속합의서 성격을 갖기에 국회의 판문점선언 비준논의가 마무리된 후 국회 비준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법제처는 앞서 ‘판문점선언이 이미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밟고 있기에 평양공동선언은 따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작년 6월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외숙 법제처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 주요요직을 두루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민변’ 출신이다.


윤 수석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철도, 도로연결 착공과 경제분야 지원을 위해서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군사분야 합의서는 북핵 위협은 그대로인데 우리 군사방어만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남북관계발전법 21조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 또는 입법사항과 관련된 남북합의서는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발효된다’고 명시함에도 법제처는 자의적 법률해석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서해에 훈련중단구역을 조성한다면서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5도를 사실상 북한에 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이달 10일에도 ‘800만달러’ 대북지원 의지를 나타냈다. 같은날 채널A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측 무장초소 2곳은 남북합의에 따라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도했다.


한미동맹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1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미국이 남북 군사합의 내용을 안 건 지난달 18~20일 평양정상회담 ‘이틀 전’이다.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일련의 행동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9월21일 강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고 크게 화를 냈다고 전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문재인 정부는 우리 승인 없이는 (친북행위를)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 장관은 5.24대북제재 조치 해제도 시사했다가 논란이 일자 번복했다.


12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미 재무부가 한국 은행들에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한 것과 관련해 “(은행들에)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혀 물의를 빚었다. 국내 몇몇 은행은 작년부터 은밀히 진행된 북한산 석탄·철강 밀수입 사건에 대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에 의한 그간의 제재대상국들의 전례에 비춰볼 때 미 재무부가 국내 기업에 제재를 가할 경우 한미동맹 파탄은 물론 ‘경제파탄’까지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용세습’을 두고 야3당은 공조하는 모양새이지만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이렇다 할 협력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에는 호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다수 있다. 민주평화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반대한 호남 지역 의원들이 창당했다. 모두 DJ(김대중)를 뿌리로 한다. 이들은 민주당의 친노(親盧)계와 ‘앙숙’ 관계이지만 DJ와 노 전 대통령 모두 남북정상회담을 치렀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는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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