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베리아해 해빙 관측 성공… 실마리 확보

▲ 부산항에 정박 중인 세계 첫 북극항로 통과 컨테이너선 ‘벤타 머스크호’.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해양수산부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연구항해를 통해 동시베리아해에서 발생하는 해빙(海氷. 바다얼음)의 이상 움직임을 규명할 실마리를 찾았다고 24일 밝혔다.
북극항로를 지나는 선박을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인 해빙은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후 40년 동안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에서 북극항로를 드나드는 관문인 동시베리아해에서는 다른 북극해역과 달리 해빙들이 모여드는 이상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동시베리아해는 북극항로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으로 꼽힌다. 난파 위험성 때문에 최근까지도 이 해역에 접근하기 어려워 현장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는 2009년 건조 후 지속적으로 북극 연구항해에 나서고 있다. 7월19일~10월1일 진행된 올해 연구항해에서는 작년 동시베리아해 결빙해역 수중에 설치했던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장기해양계류시스템은 퇴적물포집기, 어류음향탐지기 등 연구장비를 일렬로 연결해 해수면으로부터 최대 1㎞까지 해류 방향, 속도, 수온 등 환경변수를 관측하는 장비다. 이 장비는 바다 속에 길게 늘어뜨려 설치하기 때문에 손상되거나 분실하기 쉬워 연구자들은 회수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6년도 연구항해 시에는 해빙상황 악화로 전년도 설치 장비 회수 및 재설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해에는 회수에 성공해 지난 1년간 이 해역의 물리, 화학적 변화가 기록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북극항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실마리를 찾게 됐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연구팀(수석연구원 강성호 박사)은 약 한 달간 관측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서양·태평양 바닷물, 러시아 육상 담수 등 세 방향에서 유입되는 물의 흐름 변화가 해류순환에 영향을 끼쳐 동시베리아해에 해빙이 모여드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동시베리아해에 대한 관측과 정밀한 분석을 지속 실시해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과학적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아라온호를 활용한 국제협력연구를 확대해 북극해 수산자원 보존,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 공동현안 해결에 기여할 계획이다.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북극해를 덮고 있던 해빙이 녹아 배가 지나갈 수 있게 되면서 향후 본격적인 상업운항이 기대되는 바닷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갈 때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수에즈운하를 통과했을 때보다 거리가 32% 단축(2만2000㎞→1만5000㎞)돼 열흘 가량 빠르게 갈 수 있어(40일→30일) 물류산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수에즈운하 통행세 수입이 국가재정의 큰축을 이루는 이집트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행록 해수부 해양개발과장은 “북극해빙 감소는 이상기후로 인류에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북극항로 개척과 미개발자원 발견 등 기회도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관련연구를 지속 추진해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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