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정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최근 고용 . 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국민들 보기에 참으로 민망스럽다. 내용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패에 비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일자리 창출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지금 국민들이 처한 상황과 정부가 안고 있는 경제 현안들을 과연 정부가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는지, 해결할 능력은 있는지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슈별로 해법을 놓고 정부 핵심 당국자간의 이견이 표출되는가 하면, 여당과 소관 부처의 반발에 부딪쳐 대통령이 의사를 분명히 밝힌 사안까지 합의도출에 실패하는 일이 잦다. 여기에다 자신들이 정권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며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노동조합에 끌려 다니는 정부 여당의 모습도 실망스럽다.

이번에 발표한 일자리 대책을 보자. 청년실업 완화와 재해예방 부문 일자리 2만2천여개, 대국민 서비스 제고 부문 1만9천개, 어르신 및 실직자 등 취약계층 지원 부문 1만8천개 등 보두 5만9천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인구를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체험만 하면 월1백50만원 정도를 준다는 체험형 인턴이 5천3백명, 대학 강의실 전등을 꺼주는 등의 업무인 국립대 에너지절약 도우미 1천명, 라텍스 라돈측정서비스에 1천명, 산불 전통시장 화재감시원 1천5백명, 교통안전 시설물 실태조사 2천명, 드론 활용 토지이용 현황조사 1백50명, 전통시장 청소 1천6백명, 고용 산업 위기지역 환경정비 및 행정정보 실태조사 1만1천명 등이 망라되어있다.

이런 것들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다. 기존 공무원들이 해오던 것이거나 해야할 것이 태반이고, 그나마 부처별로 머리를 싸매고 졸속으로 만들어낸 단기 알바형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일자리 제공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취로사업이라고 했지 ‘일자리 창출’이라고 부르진 않았다. 취약계층이나 빈곤계층 생계비 보조 차원으로 실행했다. 그런데 일자리정부를 자처하는 이 정부는 이 같은 단기 소득 보전형 일자리들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통계용 일자리’ ‘일자리 분식’ ‘꼼수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난이 즉각 나온다.

월별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지난 9월 마이너스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가 추석 요인으로 겨우 이를 모면한 것으로 해석됐다. 연말에 가면 어떨지 여전히 불안하다. 명색이 ‘일자리정부’를 자처해 왔는데 고용절벽 수준을 넘어 ‘고용악몽’ 상태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정부로서는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방안은 없고, 미봉책으로라도 이런 저런 단순 노무 알바형 일자리를 모두 긁어모아 내놓은 것이다.


이런 수치들을 모두 합해 5만9천개이니, 이것이 취업자 통계에 잡히면 통계상 취업자수가 급증하게 된다. 단순 일자리라 하더라도 매월 15일이 끼어있는 1주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간주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연말 고용통계가 나오면 정확하게 5만9천개를 빼고 계산할 것이다. 정부의 통계 허구는 그냥 나오게 되어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공공기관들의 고용세습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노조원이나 임직원 자녀 친인척들이 채용되어 고용세습에 의한 고용기회박탈 등의 부작용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정부 들어 공기업 민간기업 등의 취업부정을 놓고 적폐라며 많은 관계자가 구속되는 등의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도 이런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역점 정책인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조원 친인척이 특혜를 누리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신(新)적폐라고나 해야 할지.

철밥통 노조의 고용세습에서 더 나아가 민주노총의 자세는 너무 지나칠 정도로 자신들만의 이익추구에 골몰한다. 국가경제나 어려운 이웃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렵사리 만들어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각 분야가 머리 맞대고 앉아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통합을 이뤄 보자는 기구이다. 그러나 주요 당사자여야 할 민주노총은 참여를 거부한다.


사회적 대통합에 적극 나서고,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세습 및 정규직전환 과정에서의 편법 등을 살펴 사과하거나 시정할 생각은 않고 시위 파업으로 맞서니 안타깝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재벌개혁 등을 내세우며 다음 달에 총파업을 하겠다고 강경자세를 보인다.

엄중한 고용절벽 상황에서 자신들만의 기득권 보호에만 몰두하는 민노총의 태도를 국민들은 어떻게 볼 것인지 그들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강성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곱지만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강성 귀족노조가 그들 조직 근로자의 기득권 보호에 치중함으로서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 등을 초래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미조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이익 대변에만 치중해온 노조와 노조지도자들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촛불 정국에서 문재인정부 탄생에 기여했다는 공을 내세워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고, 더 많은 압박카드를 내미는 행태는 자제해야 할 때가 됐다. 친노조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노동조합은 좀 더 국민경제를 우선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이미 식물인간 상태다. 정부로서는 정책실패를 대놓고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펼쳐온 이들 정책이 대부분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함으로서 후퇴 또는 수정을 가했다. 따라서 이들 정책은 성공이라기 보다는 실패 쪽에 가깝다.


한참 늦었지만 정부가 시행착오를 깨닫고 정책의 수정 보완을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를 시장이 전폭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재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경제는 각 주체의 심리가 좌우한다. 정책이 수정 보완되었다 해도 경제 주체들이 이를 신뢰하고 따르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가 보기엔 정책 방향선회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다. 문제는 정책 설계 집행자들에 대한 책임 문제다. 중요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결과 그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문책이 있어야 한다. 그들 책임자들을 경질하고 새로운 팀을 구성함으로서 시장에 확실한 사인을 보내야 한다. 시장의 호응이 절실하다. <투데이코리아 논설주간>


필자약력
△전)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재정경제부장관 자문 금융발전심의위원
△현)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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